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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먹질하던 옛친구를 추모하며 (1)
작성자 zenilvana

오늘이 3월 12일이다. '섬머 타임'이 해제되어 오후 1시가 채 않된 이 때에 아침 내내 비가 내려서 어디 갈데도 없고 할 일이라고는 글쓰는 일밖에 없구나.

커피 마시기도 이미 3차례 했으니 뭐 다른 것이 없을까 하다가 찬장을 열어보니 중국산 차(茶)가 한통 보이길래 그걸 꺼내서 마침 끊여놓은 더운 물에 풀어서 지금 마시고 있다.

이를 보던 내 여편이 오래 전에 내게 친했던 한 대학친구가 미국 뉴저지 집을 방문하면서 남긴 것이라네. 새삼스레 그를 생각하면서 그리움이 엄습하는 거라. 3년 전에 한국에 살다가 세상을 갑자기 떠났던 바라 가끔 옛날 일을 생각하면서 너무 일찍 죽은 그를 못마땅히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옛날 식으로 말하면 3년 상(喪)이 나가는 해구먼 그랴. 72살에 죽었으니 하긴 너무 빠른 것이 아니다고 해야 할지.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이웃의 친구로써 또는 동기생으로 사귀면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도 다시 만나면 서로 히히히 극진히 알아 모시던 그런 우정을 나누었었다. 내게 동창 친구가 많다만 정작 이처럼 심하게 싸운 넘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그는 동성고교생으로서 자유당 시절에 잘 나가던 뼈대있는 경상도 출신의 사람이었다. 키가 나보다 약간 크고 우락부락 하게 생겼어도 인정이 있어서 자주 금마집을 들락거렸다. 1961년의 어느날, 그가 소위 '싸이클'이란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우리집에 와서 폼을 잡는 거라. 비싼 거로 아는 것을 나도 한번 타고 싶어서 타보자고 했더니 거절하더군.

당시에 우리는 전화기가 없었다. 물론 그 친구는 있었는데, 하루는 우리집 이름으로 전화기 신청을 하자고 했다. 없는 처지라서 전화가 필요할 이유가 없어서 그걸 허락했더니 그것이 당첨돼서 한달여 만에 내 집전화기를 떼어가고 말았다. 서민을 위하여 특별한 것을 싸게 보급했었는데 우리는 그런 기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해서 결국 한참 후에 결국 우리집도 전화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당시에 독서실에서 사회진출을 위하여 공부하다가 지치면 저녁에 시장의 한구텡이에 있는 니나노 하는 술집을 찾곤 했었지. 막걸리인지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해롱해롱 하던 차에 그 집 작부가 내 친구 둘과 나에게 아양을 떠는 꼴이 보기 싫어서인지 임마가 술잔에 담긴 술을을 그 여자의 얼굴에 끼얻었다. 내가 흥분해서 한 말이, "너! 술집에서 일한다고 사람 알기를 그 정도로 할 수가 있냐! 사람 얼굴에 술을 끼언다니..."

그가 맞서면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길래 좁은 방에서 주먹을 날리다가 상위로 둘이 넘어지면서 문지방에 그가 깔리는 일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손시계가 날아갔고, 그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오른손 손가락 뼈가 부러진 일이 있었다. 갈비뼈는 그런대로 나아졌는데 손가락 끝이 꾸부러진 것이 죽을 때까지 그냥 지니고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할 량으로 둘이서 같은 크고 작은 회사를 찾아나섰다가 나는 한 회사로, 그는 자기 아버지가 하던 건설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몇개의 회사를 전전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오고 말았는데 5-6년 후가 될지, 꽤 세월이 지나고 그를 다시 만났더니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

어찌 그리됐는가 궁금할 밖에. 임마가 당시에 강남의 아파트 건설붐을 타고 모래와 자갈을 시골의 각처의 냇가에서 파다가 그것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가 직접 트럭을 몰면서. 내야 죽었다가 깨었어도 그런 데에 돈벌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도리가 없었지비.(제2편에 계속)

禪涅槃

2016-03-13 13:00:49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6   zenilvana [ 2016-03-14 14:52:22 ] 

애들 앞에선 냉수도 못 마신다.
고론 시시한 거나 지적하고 살그라.

"삼마 따임"은 잘된 거여?
무식한 친구들이 아는게 고작 고거다 그거지.

5   yu41pak [ 2016-03-14 12:35:01 ] 

재미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장문의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래 글은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
# 3 sanghaip [ 2016-03-13 20:16:50 ]

글고..오늘이 3월 12일은 '쌈마 따임'이 해제된시 아니지라..
'쌈마 따임'이 시작 흔기지라
===
참고 : http://www.timeanddate.com/time/dst/2016.html

4   zenilvana [ 2016-03-14 09:14:06 ] 

샹하이선생의 말씀이 그럴듯 합니다만,
지금이 원래 하던 시간으로 돌아온 것이오.

겨울은 해가 짧다가 보니 여름의 긴 시간과 차이가 큼으로 해서
한시간을 늦추어서 전기소모량을 줄이고자 했다 합디다.
그 제도를 "Summer Time Adjustment"라 했던 바,
그런 시간 차이의 조정에서 되돌아 왔다~
그래서 "섬마 따임"이 아니라 "섬머 타임"이 해제된다고 봄.
닭이 먼저입니까, 아니면 알이 먼저입니까?
마 그런 이바구 같소이다.

3   sanghaip [ 2016-03-13 20:16:50 ] 

글고..오늘이 3월 12일은 '쌈마 따임'이 해제된시 아니지라..
'쌈마 따임'이 시작 흔기지라

2   sanghaip [ 2016-03-13 20:10:59 ] 

캬~ 술집으 작부를 위해서...용감히 싸움을 하신 선열반 영감님...
그땨나 요즈음이나...대단흐십니다...
정의으 사나이!!!
2편이 궁금 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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