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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먹질하던 옛친구를 추모하며 (2)
작성자 zenilvana

당시에 나는 홀어머니를 한국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 어머니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이 친구한테 전화를 하곤 했다. "어디 잘 데가 없으면 우리 집에 오라"는 거라. 80세를 넘기는 차라 일부러 남의 집에 가서 자서는 않되지만 말이라도 이처럼 해주니 고맙지 않았겠나.

몇년 후가 될런지...어느날 자기와 친구들이 한자리 하는 데로 같이 가자는 거라. 내가 얼씨구나 따라나섰다. 청량리 밖에서도 한참 더 가는 곳에 한옥의 돌담이 죽 둘러섰는 한식 술집이 있었다.

거기 한쪽에 정자처럼 차려진 높직한 곳에 내 대학동창 하나가 모르는 사람들과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얼마 후에 안 사실은 그 친구는 경기고 출신으로 아버지가 하던 철공소라 할지,아파트 철문같은 철구조를 만드는 그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잘 나간다고나 할지, 살이 디게 쪄있는데 나까지 6-7명이 앉은 한쪽에 어느 참한 여성이 수집은듯 불안하게 앉아있었다.

달기들 속에 봉황이 끼어 앉은 꼴이 술따르는 여자같지는 않은데... 그럼 뭣하는 여자가 혼자 그러고 있나 의아해 하던 차게 내가 술김에 한잔을 따르라고 했던가? 확실치가 않았다. 하여간에 내가 술집여자로 착각하는 듯한 말을 했다고 칩시다. 거기에 합석했던 술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조심을 하라고 나서는 거라. 내가 어리둥절해서 벙벙했더니,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여성은 그날의 주인공, 구아무개가 '미아이'를 하느라고 자기 친구들을 불렀다더군.그런 자리에 나같은 불청객이 나타난 거라. 하긴 나도 주인장의 동창이니 전혀 상관이 없는 입장이 아니다만.

아니~ 이 친구가 그 때까지 결혼을 못했는지,아니 했는지... 통 이해가 안가는 짓을 하고 있었던 거라. 지가 좋으면 홱까닥 해치고 말것이지, 무슨 넘의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말이냐? 그래서 그랬는지 돈에 너무 집착하다가 혼기를 놓쳤는지, 아니면 돈은 있겠다~ 여자들이 자기 돈을 탐내서 결혼하자고 했다고 의심증이 있었던지... 아이고!

나는 이미 딸이 셋이나 있고, 큰 딸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하여간에 세상엔 별의별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그 자체가 이상하다고 해야 하겠. 그러고 있는데 내 눈에서 불이 번쩍 나는거라. 이게 어찌 된거냐, 정신을 차리니 누가 내 왼쪽 아구통을 주먹으로 때려서 거기가 얼얼해 오는지라, 누가 그랬는 가를 살폈지를. 당연하지 않겠오? 아닌 밤중, 아니 대낮에 날벼락이 떨어졌으니 끼니...

아픈 쪽이 왼편이다 보니 왼편으로 고개를 돌려서 살폈지를. 거기엔 나를 모시고 간 그 친구가 고개를 떨구고 모르는 척하고 있지를 않은가? 금마가 아니고는 내 왼쪽의 턱을 갈길 넘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내가 "너 갑자기 왜그래"라면서 고함을 칠 수 밖에. 그런데 임마가 생사람을 잡지 말라고 맞대꾸를 하면서 도리어 성을 내는 거라. 내가 술판을 뒤엎으면서 이 친구를 때릴 태세로 돌입하였다.

모두들 달려들어서 나를 감싸안는데, 보자하니 저들끼리는 구면들이고 나만 미국서 온 풋내기로써 몰매를 맞기에 안성마춤이라 판단되어 그곳을 급하게 피해나왔다. 그랬더니 나를 데리고 간 친구가 뒤에서 나를 쫒아나오면서 뭔 소리를 씹어대면서 나를 잡을듯 뛰어 오는 거라. 달리던 빈 택시를 급하게 불러서 뒷자석으로 궁뎅이를 막 밀어넣었는데 임마가 나를 붙잡으려고 달려들더군. 내가 앉은 채로 두발로 그를 차버리고 운전기사에게 가자고 소리를 질렀다. 서울의 동쪽 끝의 그곳에서 서쪽 끝인 화곡동으로 달려오느라고 택시값이나 톡톡히 내지를 않았겠나.

그 다음해가 될지 아니면 몇년이 흘렀을까? 내 여편과 같이 한국을 다시 방문하는 길에 그에게 전화를 했지를. 그런 코메디가 처음이 아니었고 한번 더 있었던 지라 우리 사이에 언제 그런 난장판이 있었냐는 듯이 전화했더니 그가 평소 실력대로(?) 내 부부를 그 당시 최고 자가용인 '그렌저'라던가, 그 다음에 나온 더 좋다는 뭐시기 현대차에 우리를 태워서 최고로 좋다는 음식점으로 모시더군.

나를 아유없이 첬던 것을 뉘우치는 의미가 아니라, 내 여편이 함께 했으니 자기의 위세를 과시했어야 했겠지만, 말이야. 돈이 많다 보면 그런 대우를 하는 것이 몸에 배었겠지만 나같이 비리비리 하는 사람에게는 자기과시에 충실하다고 보는 것이 보통 있는 심리상태가 아닐지? 실은 이게 문제더군. 없는 사람들은 좀 산다하는 사람들이 하는 차원높은 행실을 아니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입이 뿌뚜러졌던 바로 잡혀있던...할말은 하고 삽시다, 우리.

얼마 후에 그가 뉴저지를 방문했었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맞추고 잘 나가다가 박사학위를 받을 욕심으로 맨하탄의 화랑을 빌려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한 경력이 필요했다고. 헌데 그는 지팽이를 짚고 나타나서 어찌됐냐고 물으니 발목을 접질렸다나? 체중이 좀 과하다 보니 발목 어딘들 견디어 내겠는가? 돈이 많다 보니 늘 편하게 그리고 좋은 것만 먹다가 보니 쩌구가 난거라.

내가 보다 못해서 The Zone Diet 라는 책으로써 베스트 셀러했던 책(Barry Sears, Ph. D.) 한 권 선듯 내주었다. 물론 대학을 나왔고 했으니 영문책을 읽어야 하겠지만, 학교문턱을 넘은지도 수십년이 되고 돈벌기에 골몰했었으니 지가 그걸 읽어내겠는가 하는 의구심에서 "너가 이런 영문의 책을 읽어내겠냐"고 빈정거렸다 할까 농담이라 할까, 아니면 정말 그가 읽을 수 있기를 바래면서 사전을 뒤져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지를. 나로서 할 일이 무었인가? 그가 정말 알아야 할 건강수칙에 관한 이론서로서 나는 이미 그의 두번째 best Seller였던 "The Anti-Aging Zone"을 수차레 있었던 바라, 그가 체중도 빼고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오기를 진정으로 바랬던 것이다.

사람들은 죽기 마지막까지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금마는 주사가 있어서 술만 들어가면 안하무인으로 설치고 친하다는 친구를 치고 때리고..., 그러면서 디게 처먹다가 보니 건강이 좋을 수가 없었지를. 자기 아파트란 것이 정동의 산꼭대기로써 관악산 회로인 Sky H'way의 끝자락 돈암동의 산꼭대기였으니 거기를 오르내리기가 수월하지가 않았고, 거대한 몸집에 그런 운동이 싫었겠지. 물론 서울시내가 펼쳐지는 것은 좋았다만...

3년 전인 2013년 3월에 심장마비로 황천행 하고 말았다는 뉴스를 동창들 웹싸이트에 읽기에 이르렀다. 나는 늘 생각한다. 돈도 좋고 위세도 좋지만 빨리 가도록 무식해서야 쓰겄냐 하는 거지. 자기 건강에 관해서 뭔가 알았으면 덜 먹었어야 했고, 또 운동도 규칙적으로 해서 당뇨병에다가 심장병을 앓지 말았어야 했거늘... 사람들이 아구통을 잘 놀리더라 마는 실상 행동으로 까지 옮기지는 못한다 할지, 아니면 아예 그런 고급상식(?)이란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육적 욕망에만 매달린 인생의 끝장이 이러 하더군.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禪涅槃

2016-03-14 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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