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이 어제 능곡 아버지 집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능곡역 2층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장지갑 하나를 주우셨음. 형님은 솔직히 돈에는 욕심이 전혀 없이(?)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고 지갑을 주우셨음. 근데 지갑엔 이상한 부적 한 장이랑 주민등록증 그리고 카드 몇 장이 들어 있었다고 함. 주민등록증을 확인해 봤는데, 머리를 빡빡 민 조금 건달 느낌이 나는 사람이었다고 함.
그런데 지갑 속에 돈은 없고 흰색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어서 확인해 보니까…… 2억짜리 수표가……. 형님은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치고 식은땀이 샘솟기 시작하셨댔음. 그때 형님 머릿속은 어떤 놈이 소매치기를 해서 현금은 다 빼가고 수표만 넣어놓은 걸 괜히 자기가 주운 게 아닐까…… 괜히 찾아줬다가 도리어 의심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한참 동안 고민했다고 함.
결국 주인을 찾아주러 경찰서에 갔음. 옆에 지구대로 갈까 하다가 하도 금액이 커서 관할 경찰서까지 가 주시는 센스. 경찰서에서 접수를 하는데 집 주소랑 자기 주민등록번호를 쓰라고 하셨다 함. 쓰는 도중에도 괜히 귀찮은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경찰 말이 주인을 찾아주면 사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쓰는 거라며 걱정 마시라고 했다고 함.
그리고 집으로 갔는데 그로부터 2시간쯤 뒤,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다고 함. 알고 보니 지갑 주인. 지갑 주인이 감사하다고 말하며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는 것이었음. 형님은 괜찮다고 그럴 목적으로 찾아드린 게 아니니깐 그러실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그쪽에서 하도 간곡하게, 그래도 꼭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계좌번호를 재차 알려 달라고 해서 결국엔 알려 드림. 지금 바로 입금시켜 드릴 테니, 확인하시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함.
형님은 말이라도 참 고마운 분이구나 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함. 그리고 바로 오늘, 정말 다른 뜻은 없이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장 정리를 했는데, 잔고에 웬 0이 이렇게 많아? 세어 보니 2천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음. 형님은 너무 황당한 금액이라서 그쪽에 다시 전화를 했음. 그쪽에서는 지갑을 찾아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얼마 넣었으니 요긴한 데에 쓰시라고 한다는 것임. 형님은 너무 금액이 크다면서 다시 돌려 드리겠다고 하니깐 그쪽에서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음.
인생 한 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형님. 그런데 그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너무 궁금해서 신고했던 경찰한테 부탁해 그 사람 신분 조회를 할 수 있냐고 하니깐 그런 건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함. 만 원짜리 몇 장을 경찰한테 찔러 주는 형님의 센스…… 알고 보니 스님이었음. 몇 달 전 술에 취한 신도 한 사람이 절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절이 홀랑 타 버렸고, 그 바람에 절을 재건해야 해서 부지랑 자재를 사고 계약하느라 수표로 돈을 찾았는데 그걸 잃어버렸다는 것.
형님은 절 이름도 궁금해서 다시 물어봤는데, 경찰이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함. 형님이 다시 만 원짜리 몇 장을 찔러 주자 경찰이, 이러시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입을 열었다고 함.
어렵게 어렵게 결국 그 절 이름까지 알아냈는데... 그 절 이름은....
:
:
:
:
:
:
:
:
"만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