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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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더 이상 이곳에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작성자 zenilvana

그게 오늘 아침의 기분이다. 내가 뭣 때문에 매일 이곳에다 글을 남겨야 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엉!

오래 전 부터 내 집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기 원해서 아침마다 글을 쓴다"고. 속으로는 자기를 무시하고 그런 쓸데없는 일에 골몰한다는 불평으로 나는 받아왔다.

천만에!

내가 아무리 천만에를 거듭 말해도 그게 아니란다. 그 후로도 꺼떡하면 사람들이 나를 높이 평가해주기를 원해서 이 짓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아왔다. 그런 존경이란 거를 받아서는 뭐하는데?
사회에서는 이미 은퇴한 사람인 내가 다시 알아주는 무슨 지위를 원하는 겁니까, 아니면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겁니까? 더구나 싸이버 공간에서 얼굴 낮짝도 모르는 독자들의 인정을 받아서는 뭐에 쓰는데.

물론 처음에는 그런 취지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인터네트 에서 독자들의 인정을 받는 문장가가 된다고 해서 뭐가 떨어지냐, 지기를. 한번 찬찬히들 생각해 보시라.

돌아오는 것은 욕지거리가 대부분인 상당기간 동안에 가시로 막고 꿀물로 대접하면서 끈질기게 버티어온 내다. 적으만치 10년 이상을... 내 처의 명석한 두되로는 15년이라더군. 손자녀석이 지금 14살을 몇달 앞두고 있는데, 그 전부터 시작했으니 하긴 그 정도라고 인정해주자. 물론 열당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이미 해오던 수작이 이곳으로 옮겨앉았다고 말해야 하겠지.

사람들이 지식을 자랑하려고 한다고 합디다. 또 어떤 치는 내가 학벌을 자랑하려고, 딸 자랑을 하려고, 뭔가 자랑을 하려고 이곳을 드나거린다는 쪼인데, 실상 그것들이 아니다는 사실을 이 사람들은 모르더만. 모두들 제 안경으로 세상을 보다 보니까 자기의 '메가니'(일본말로 glasses)를 통해서는 그렇게 밖에 인정할 수가 없다는 '인간의 인식의 문제'라 할까?

세상이 늘 시끌벅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자기가 알고,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고, 또 부모에게서 유산받은 DNA의 특수성의 범주를 넘어서서는 도무지 뭐가 뭔지를 분간하지 못하지를. 물론 자기 눈으로는 그래 보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무시기 뽑내보려는 의도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 뭐냐?

습관이다, 습관... 왜? 하루의 일과를 똥 오줌누는 것으로 시작하듯이 나는 우선 아침식사를 끝내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일이 이메일 첵크하고 그 날의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이 이처럼 오래 된거라. 아까 말했지만 처음에는 뭔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습관화 돼버려서 뭔가 쓰지 않고는 어딘가 허전하다는 말씀이외다. 그게 이해가 됩니까?

하다가 보니 재미도 나도 좀더 잘 해보고 싶은 맘이 생기는 것은 인간에게는 당연한 짓거리가 아니겠오? 마치 도둑이 재미를 붙여서 날 새는 줄 모르고 남의 집을 뒤지게 되는... 아! 똥까지 싸야하는 그 심정 말씀이외다.

자랑을 위해서 매일 이같은 일을 치뤄야 한다는 새대가리의 머리씀씀이를 나는 우습게 봅니다요. 나는 남이 알아주건 말건 내 할일을 하게 되었읍니다만,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데는 부담스럽게 생각될 때가 종종 있읍네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에 해당하는데 막상 시작을 하다가 보니 이까지 왔는데... 이것이 지식자랑이며, 자식자랑이며, 남에게 뽑내보려는 겁니까?

내가 낫살을 75년까지 살아온 처지에 앞날은 얼마 않되고 뒷 날은 길고도 길어서 온갓 원통하고 구진 인생을 살아오다가 보니, 후회되는 것 또한 부족하지 않은 형편이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덜떨어지게 인생을 나같이 살지 말라고 내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맘, 또한 많슴메. 알아주던 말던. 지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아니꼽다는 인간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하여간 이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니깐두루.

禪涅槃

2016-04-29 07:53:05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7   jina007 [ 2016-04-30 01:13:29 ] 

님이시여 !

가던 길 가시기 바랍니다.

님의 좋은 글을 바라는분들이
많이 계시오이다.

6   deborah9 [ 2016-04-29 11:34:35 ] 

Why?

5   dikim [ 2016-04-29 11:19:23 ] 

데보라님, 트럼프는 안됩니다^^

4   deborah9 [ 2016-04-29 10:03:09 ] 

dikim, I agree with you, even if we have different point of view about Trump, I like your pure heart, like American.

3   dikim [ 2016-04-29 09:47:14 ] 

저는 이곳에 글을쓰는 이유가 제 자신을 위해서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처럼 자주는 못쓰지만 답글이나 올라오는 글이 없다고 선생 글을 안 읽는것은 아닙니다.좋은 글 많이 쓰시고 가끔은 소란도 있지만 깊이가 있는 글들 좋아합니다. 남을 위해서사 아닌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글을 남기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실 겁니다.

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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