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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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떤 사람들이 장로로 뽑히는가?
작성자 zenilvana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도대체 장로교란 어떤 기독교 단체인가를 알아야 한다. 장로교란 그 이름 그대로 장로들이 교회를 운영한다. 말하자면 의결기관에 해당하고 목사는 행정부의 책임자에 해당한다. 그럼 사법부는 뭐냐? 교인 전체가 모여서 이들이 한 짓거리의 시비를 가르는 활동이 바로 사법부에 해당하고 이를 공동회의라고 부른다.

그만큼 공동회의가 중요한 역활을 행사한다. 거기서 행정요원에 해당하는 장로나 집사를 뽑아서 정해진 임기동안에 교회행정을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목사가 헛소리를 하면 장로들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하고, 집사들이 농땡이를 치면 장로가 그들을 훈계해서 탈선하지 않도록 하지를.

이런 모양새을 보노라면 민주주의 국가가 운영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이 없다. 어째서 교회의 조직이 이처럼 닮았을까를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이 게 계십네까? 교회를 오래 다녔다면 간혹 알수도 있겠지만, 교회라면 가보지도 않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은 무슨 잠고대를 지금 하고 있는가를 투덜거릴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 데보라여사에게 종교마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울분을 토로하시라고 했던 겁니다요. 내막을 알지도 못하는 독자들, 거기다가 영문으로 갈겨놓으면 이런 교회무식꾼들이 왜 이러는 지를 알겠오이까?

Martin Luther가 1517년에 당시의 교황에게 반기를 들면서 신교운동이 시작되었는데, John Calvin이 내일이면 늦을세라 1530년에 거기에 참가해서 새로운 기독교운동에 나섰던 겁니다. 뭐라꼬 했는가 하면,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구원받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인간을 하나님이 구별하셨다. 자기가 행운아에 해당하는지 까리까리 하면 열심히 교회를 섬겨서 남에게 잘 보여야 한다." 케싸문서 스위스의 Geneva에 정치 경제 종교의 독재자로 군림했다가 몇년 만에 쫒겨 나고 다시 돌아오고 엎치락 뒷치락을 치루다가 55세의 짧은 생애를 고통 속에서 끝내고 말았다.

이러는 와중에 스코트랜드에서 John Knox가 그 신교활동을 근사하게 생각하고 스위스로 와서 칼빈이 하는 짓을 보니까 교리상으로는 아주 그럴듯한데 폭군으로 행세하는 것이 맘에 않들어서 귀국해서는 가장 민주주의의 기독교 조직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게 장로교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교리상으로 "예정설"에 해당하는 이야기까지 운운했다가... 나중에 은근슬쩍 후세들이 빼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는 한국식의 장로교는 이런 원형의 민주주의와는 딴판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장로교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Horace Underwood란 선교사는 원래 영국에서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와서 New York Univ.에서 under를 하고 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 in New Brunswick, NJ에서 신학을 하고 그 도시 이름의 교회에서 선교사로 뽑혀서 한국에 1885년에 아펜셀라와 함께 제물포에 내렸다.

상투틀고 곳갈모자 쓴 사람들을 모아서 민주주의 방식으로 교회를 운영할려들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민주주의식의 교회가 나타나겠오이까? 그들이 이해하고 옳다고 하는 것은 유교적 사고방식과 대한제국의 권력체계라면 혹 모를까. 여기에 한국교회의 근본적 문제가 숨어있을 뿐만아니라, 그 후예들이 조상들을 숭배하는 전통에서 한국식의 권력숭배로 장로가 되면 왕이나 정승 정도의 감투를 쓴줄 아시고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게 되는 겁니다요. 민주? 어느 집의 개가 짖어대냐구!

이러한 역사를 모르시고 오늘 L.A. 나성장로교회의 장로들이 멀쩡한 목사를 추방하련다고 흥분하는 사람이나, 그 난리에 덩달아서 장로들을 죽일넘 살릴 넘 하면서 교회를 갈라야 한다 말아야 한다... 날뛰는 군상들을 보노라 하면 내 뱃대기가 웃어오, 웃어. 그것도 걷잡을 수없이...

장로들만 그러는가? 장로를 뽑는 백성, 아니 교인들조차 뭐가 뭔지 모르고 그저 "점잖게 보이는" 머저리들만 골라내는 판이라. 그들이 당연히 머저리짓을 할것인데, 그때 가서는 그게 아니라네. 그럼 뭐요? 신앙에 신실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믿음직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얘긴데, 사기치는 넘들치고 남에 눈에 사기성을 내보이는 녀석을 보았오? 로마에 가서는 로마사람이 되라는 격언에 맞게 교회 안에서는 그 사람처럼 아주 근사한 인격자로 처신하는데야... 어쩌겠냐는 거지. 개중에는 그럴듯 한 분들도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도 내 눈에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뭐냐구? 하나님 눈에 보여져야 하겠는데 하나님은 어디 계신고...

내 다니던 교회에 목사의 부인으로 일찌기 혼자가 된 분이 내게 터놓고 하는 말이 이랬다. "자기는 남편이 목사였고, 평생을 교회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목사나 장로치고 제대로 된 인간을 본적이 없다." 할렐루야!

모두가 뭣들을 하는지 모르면서 여기 몰려들고 저기서 헤어지고, 치고 박고 멱살을 쥐고 하나님을 찾는 그 모습 그대로 살다가 죽는 꼴은 보노라면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한국의 구쾌의원이란 작자들도 마찬가지. 아이구" 아멘...

오늘 뉴저지에 사는 내 여편의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그 아무개 평생장로를 맞났었는데 그 부인은 알아봤으나 그와 같이 서있는 그 냥반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실례지만 누구 십니까?" 했다누먼. 그 냥반이 농담인줄 받더라는 거다. 이 녀자분은 오랜동안 우리 교회를 드나들던 사람이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정색을 했더니 그 평생장로가 자기 이름을 대어서 겨우 옛 모습을 구별해 냈다는군.

첨가할 얘기는 원래 장로직은 6년 임기 동안에만 장로역을 해내고 그 임무가 끝나면 다시 평신도로 돌아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한번 해병이면 영원히 해병"이라는 신조만은 영원하다. 그래 봤자지만. 이 평생장로는 지금 80세가 않됐는데 그 모양으로 팍삭 늙었다니 내게 짚히는 것이 있다.

마음을 곱게 쓰면 만사가 형통할 것은 당연하고, 건강마저 양호해서 절대로 그처럼 팍삭 늙는 법이 없다. 아니 늙어도 곱게 늙지만 그렇다고 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도저히 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남의 윗자리에 앉는 것에 연연하다가 보니 남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는 소홀했지 않았을까? 작년에 Bay Area에 아들을 본다고 왔던 차에 나를 만나자고 하더군. 이메일도 왔고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내 처에게 나는 그 분을 만나보고 싶은 맘이 추호도 없으니 당신이나 가보구랴. 그런데 자기는 혼자서 운전하기 싫단다. 그럼 그냥 돌아가셔야 하겄지. 그것이 천국이든 뉴저지든 말이야.

禪涅槃

2016-05-02 12: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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