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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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란법
작성자 McGolli

머리에선 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슴에서는 가기싫다 라고 한다.
한 몸에 두 마음이다. 이론상으로는 가는게 맞다. 그런데 그게
맞는줄 뻔히 알면서도 가기가 싫은것이다.

간다고 결정하고 그냥 가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후회할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가기 싫어 하는 마음에 더 끌려서 안가다 보면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되는것이다.

즉,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끊어버리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계속 핀다. 그러다 보면 후회하고
또 금연을 시도하게 되는것이란 말씀이다.

친구들 몇명이 모였다. 그 중에 한사람이
'야 배고프다 점심 먹으러 가자' 라고 했을때
밥을 다 먹고 난다음에 계산은 각자가 내는 더치패이가 아니라
한사람이 몰아서 (그것도 팁까지) 다 내는 경우가 많다.

요즘 젊은이들은 더치패이 잘도 하드만, 늙은 꼰대들은
덧치패이가 좋은줄 뻔히 알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것이다.

이런식으로 과거의 습관과 타성에 젖어 그걸 탈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뭔가 항상 뒤가 찝찝한 것이 사실이다.

모일때 마다 돈을 먼저 내는 사람도, 속으로는 기분이 별로
일것이고, 얻어먹는 사람도 '다음번엔 내가 사야지' 라는
부담감을 느낄것이다.

그러나 덧치패이일 경우에는 서로가 아무런 부담이 없고
뒤끝이 깨끗하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김영란법인가 뭔가 하는것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폐 금전청탁비리 이런것들을
막기 위해서 접대 촌지등을 금지하는 법이라고 한다.

부디 김영란법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처음 시행과정에 있어서
뼈를깍는 아픔이 없이는 성공할수가 없을것이다.

그래서 혁신, 개혁이란것은 노력없이 그저 되는것이 아니란 말씀.
기득권측의 반발과 타성/습관/관례에 물들여져 새로운것을
받아드릴 그릇이 모자라서기 때문이다.

옛날 박정희때 '우리 다 같이 한번 잘 살아보세' 라는 구호를
내 걸고 새마을 운동을 시작했을때, 독재로 그냥 밀어 붙였으니까
망정이지, 그걸 국회에다 상정하고 여야의 토론끝에 표결에
붙였다면 아마 새마을 운동이란건 물거품이 됬을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의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란게 때로는 맹점이 아주 많다.
99명이 찬성한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결정이라고도 볼수가 없고
단 한명이 반대 한다고 해서 그게 나쁜것도 아닌것이다.

왜냐하면 다수결의 결정 속에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위에서 말한
과거의 습관과 타성, 그리고 관례라는 명목이 뇌리에 커다란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김영란법이 성공한다면 한국도 선진국으로의 문턱에
한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될것이고, 따라서 다른문제도 해결하기
쉬운길로 들어설거라는건 확실하다.

부정부폐 금전비리 같은것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이유는,
본인이 아웃사이더로 있을때 (즉 금전비리 부정부폐와는 거리가
먼곳에 있을때)는 부정부폐 일소하자 라는 구호에 동참을 할수가
있지만, 그러든 본인이 인사이더로 입장이 바뀌게 되면 다시 똑같은
부정부폐를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까마귀 노는곳에 가서 백로 노릇을 한다는건 한국 사회에서는
바보 짓인고로.

고로, 남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김영란법을 지키려는
노력 없이는 이것도 용두사미가 될 확율이 아주 크다라는게
나의 지론이다.

우쨋든간에 잘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한번 지켜볼 일이지만.

2016-09-28 0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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