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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목사의 성추문 사건이 솜방망이 처분으로 마무리
작성자 shanghai

'성추문' 김해성 목사 사임 수용... 공개 사과는 없어
[현장] 서울남노회, 정기노회 열고 김 목사 사건 논의... 피해자 측 고소는 사실상 기각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 사건이 솜방망이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김 목사의 처벌권을 갖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아래 기장) 서울남노회(노회장 김창환 목사)는 18일(화) 오전 서울 강서구 발음교회에서 정기노회를 열고 김 목사 사건을 논의했다.

이번 노회에는 김 목사 사임 청원과 성추행 피해자 A집사의 고소건이 정식 안건으로 올라왔다. 김 목사는 성추문이 불거지자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제 실수이고 죄악, 모든 직책 내려놓겠다")

피해자 A집사는 노회가 열리는 발음교회로 와서 회의 과정을 지켜봤다. 또 김 목사 거취를 논의하는 정치법제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합당한 징계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정치법제위는 약 한 시간 가량 비공개 격론을 벌였다. 그 결과 김 목사의 사임 및 사직 청원을 수용했다. 즉, 김 목사가 목사직과 그동안 수행해왔던 각종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노회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것.

반면 A집사의 고소건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했다. "김 목사 사임·사직안이 통과됐으니 A집사의 고소건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노회 쪽 설명이다. 노회는 "노회가 할 일을 다했다고 본다"는 뜻을 전해왔다. 사실상 고소 기각이나 다름 없었다.

피해자 A집사는 처음엔 노회 결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노회 쪽으로부터 설명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A집사는 "노회가 이번 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했다. 이는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A집사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김해성 목사 고소건을 기각한 것은 노회 스스로 징계권을 유기하고 책임 회피한 것이다. 김 목사가 더 이상 목사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는 김 목사의 사직이 노회의 징계인 면직과 동등한 수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천지차이다.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된 이상 노회는 사건을 진지하게 심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어 자초지종을 분명히 밝히고 더 이상의 의혹과 불필요한 억측이 나오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게 성경적인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제 명예도 회복되는 것이다. 성경을 많이 아시는 목사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말 가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자처 기장 교단, 성폭력엔 무지 드러내

노회는 시종일관 김 목사 사건에 대한 공개언급을 피했다. 공개 사과도 없었다. 단, 노회장인 김창환 목사가 설교를 통해 "우리 노회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여호와를 경외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라고 모호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결의 결과를 전하던 한 목사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과 공개사과가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자 A집사가 피켓 시위를 하자 "당사자끼리 해결해야지 왜 교회까지 와서 이런 짓을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낸 목사들도 있었다. 권오륜 총회장은 지난 달 열린 제101회 총회에서 사죄를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런 권 총회장이 피켓시위를 하던 A집사에게 "이런 걸(피켓시위)하면 정치법제위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을 건넸다. 권 총회장이 지난 총회에서 밝힌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 심각한 건 피해자의 실명을 노회 회의록에 밝혀 놓았다는 점이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신원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서울남노회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무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장 교단은 진보교단을 자처하며 국정원 정치 개입, 통진당 강제 해산, 세월호 참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 등 여러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김 목사 성추문을 다루는 기장 교단의 행태는 '진보'와 거리가 멀어보인다.

총회는 노회에 책임을 넘겼고, 노회는 공개 언급을 꺼리며 사임 결의 수용이란 형식적인 절차만 밟았다. 사실 이 정도는 보수 장로교단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기장 교단이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서만큼은 여타 보수 장로교단과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회 결의 내용을 전해준 한 목사가 남긴 말이 의미심장하다.

"기장 교단을 너무 높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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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독교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2016-10-21 08: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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