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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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주한잔할래
작성자 dakshang

"소주 한잔 할래?"의 뜻.

막걸리 한잔 할래?
정말로 막걸리가 먹고 싶단 뜻이니,
막걸리 안 땡기면 거절해도 됩니다.

맥주 한잔 할래?
만나서 가볍게 웃고 떠들잔 얘기니,
그럴 기분 아니면 거절해도 됩니다.

하지만
소주 한잔 할래?
이 말은 좀 다릅니다.

진짜로 소주가 먹고 싶거나 가벼운 기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힘들고, 힘들어서 외로운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주가 맛있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저 알콜에 물 탄게 소주 아니겠습니까?
그걸 굳이 조그만 잔에 홀짝홀짝
따라 먹는 건 왜 이겠습니까?

이 쓴 소주를 핑계 삼아,
만나고 싶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같이 놀자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라,
그저 같이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대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숨바꼭질이나 발야구를 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젊음은 언제나 더 젊었던 날들에 바쳐지는 이름인 것도 같습니다.

너무 멀리 떠나온 우리는 이제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소주 한잔 함께 마셔주는 것 뿐 입니다.

외로운 잔 홀로 비우게 하지 않는 것 뿐 입니다.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취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 때 까지만 이라도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비록 어두운 밤 어느 갈림길에선가 비틀비틀 헤어지겠지만,
아침이면 쓰린 속과 흐릿한 기억 뿐 이겠지만,

그래도 외롭고 서글픈 밤에 쓴 소주잔 함께 비워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 가슴 한 켠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소주 한잔 할래?" 라는 말을 해줄, 말을 건넬 친구나 벗이 있다는 건,

참 인생을 잘 사신 겁니다

그 친구 잃기 전에 달려가세요.

2016-12-06 10:45:20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5   jinagada [ 2016-12-08 02:26:17 ] 



계절도 좋고 하니

그렇게 하입시다 ♬

4   dakshang [ 2016-12-07 16:46:45 ] 

3.님의 댓글은 한편의 서사시와 같이도 뭉클히 내 가슴 지납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리며 1.님은 3님에게 쐬주 한잔 사야 할 것 같습니다.

3   naesjic [ 2016-12-07 14:05:40 ] 

특히 이민 생활이라는게 참 어렵지요.
어제 밤늦게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잘 지내지요?
벌써 어른이 다 되어 버렸네." 라는 말에
지인도 할말이 없는듯
어정쩡하게 "그러게요."라고
전화를 끊고 나니
잠이 확 깨면서
'참 세월 빠르다. 아이들 성장하는 것도 못보고...'
어느세 어른이 되어 버린 내 기억속의 작은 아이들...

가끔은 세월이 빗겨간듯
아님 타이머신을 타고 훌쩍 세월을 넘어버린듯한.
아쉬움, 서움함, 그리고 외로움...

그래서 자주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곤 합니다.
어쩔때는 자동차를 타고 한없이 이대로
알라스카까지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작년 여름에는 자동차로 알라스카에 가려고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 보았지요.
올여름에는 콜로라도 록키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그런데 작년과 올여름에는 먼곳으로 여행은 못했네요.
내년을 기약하며...

겨울에는 눈오는 산꼭대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중무장을 하구요.
그리고 김밥과 뜨러운물, 컵라면을 칼바람을 맞으며 먹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를 허파에 가득 담아 오지요.

가끔은 밤에 인터넷 신문을 보며
글라스에 가득 타산음료와 몇방울의 레드와인을 넣고
시원하게 원쌋!!!
생활의 단조로움이 몸에 배어 있다가도
가끔은 한국 생활이 그리워질때도 있지요.
보고 싶기도 하고...

2   dakshang [ 2016-12-07 09:05:33 ] 

한국 카톡 친구로부터 수개월 전에 전달 받은 이 글은 출처가 불 분명하여 그냥 좋은글이라 합디다. 이 글을 올리고 나니 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쐬주 한잔 하는 기회가 생기게 됩디다.

비워진 술잔 다시 채우라는 듯, 이 한해도 기웃이 넘어갑니다.

1   jinagada [ 2016-12-07 00:30:37 ] 

아주 재미있는 글입니다.


본인의 글이라면

님의 낭만에 감동하여

제가
언제
쐬주 한잔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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