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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번:이래도 태극기를 날려야 합니까?
작성자 zenilvana

전보가 왔다고 하면서 집사람이 그걸 내게 내밀었다. 요새도 전보라는 것을 사용하는가 하고 열어보니, 황 대리가 내게 보낸 전통이었다. 내 평생에 전보라는 것을 받아보긴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회사에 나와서 해결하자. 황 대리"

나는 지난 3일 동안 회사를 나가지 않고 집에서 빈들거리고 있었던 차다. 집사람과 어머니가 매우 걱정스러워 했지만 무시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무슨 병가를 얻어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왜 출근하지 않고 있는지 회사에서 물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무작정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선경산업의 수출1과에 채용된지 몇달 않된 때였다. 높은 사람들을 등지고 나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그것도 회사문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문깐의 통로였다. 매일 뭇 잡상인들과 외래인이 내 앞에서 어른거리며 안내를 요구했다. 결국 나는 이중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 오른쪽으로 해외수출 업무의 1. 2. 3.과의 부서들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었고, 소위 "떡고물"이 많이 떨어질수록 안으로 들어간다는 수입과와 무역통관 부서들이 높은 사람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 "떡고물"얘기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너편에는 경리과가 왼쪽 회장(CEO)실 바로 옆에 앉고, 그 오른쪽으로 국내 영업부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국내, 국외의 한 가운데로 통로가 지나갔다. 회사문을 드나드는 남녀 상하의 전 회사원들이 내가 무었을 하고 있는지 곁눈질하며 다녔다. 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생산제품인 견직물을 수출하는 업무는 "떡고물" 떨어지는 순서로 볼때 가장 인기없는(?) 부서였다. 그것이 수출1과 였다. "떡고물" 흘리는 외국인을 본 적이 있오?

내가 영어를 잘 한다 해서 이 자리에 나를 앉으라 했던 모양이다. 헌데 문제는, 이들이 나를 중견사원이라고 뽑아놓고는 초년생의 말석에다 앉혔다는 데에 내 불만의 근원이 있었다. 아니! 내가 누군가..., 이번 중견사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에서 1등으로 뽑힌 사람이다. 다른 신입사원들이 일주일의 공장견습을 거친데 비해서, 나를 40일동안 회사 전체의 5개의 공장들을 두루 살피는 현장실습을 시키지 않았던가?

사실대로 말하면, 공장들을 보고 다녔을때 나를 붙잡고 가르친 사람은 첫날, 한 시간,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남어지는 무위도식 허송세월이었다. 그것을 실습이라고 끝장에 가서, 보고서를 최 부사장에게 올리라는 것이다. 다행히 공장에 다니면서 벽에 써놓은 설명서, 주의사항, 통계표를 노트해 놓고 있었는데, 이것을 정리해서 받처 올렸다. 나중에 들으니, 최 부사장께서 이 보고서에 매우 만족해 하셨다고.

마침내 본사로 돌아오니 동기생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쌩쌩하게 잘 나가고 있었다. 최종현이라고... 회장의 동생되는 분으로 미국 쉬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의 과정을 마친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이번 공개경쟁시험을 시도한 것도 그 분의 생각이었고, 또 1 년후에 나를 해외지사로 내보내겠다는 말을 전 신입사원들 앞에서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게 뭐냔 말이다.

이런 것...다 좋다고 치자. 견습에서 돌아온지 얼마 않된 어느날 갑자기 내 뒷자리에 대학 2년선배 한분이 대리로 내려와 앉는 것이 아닌가? 나는 경제인협회를 사퇴하고 그동안 두개 회사를 전전하다가 중견사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이곳에 나타났던 바다. 그런데 대리란 자를 내 뒤에 앉혀?

그것도 좋다. 내 옆 수출3과에는 권 아무개가 과장으로 앉아 있으면서 그동안 인사 한번 하는 적 없이 내 앞을 지나 다녔다. 그는 경복고를 나온 내 대학 동기동창이었다. 내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때 그는 처음부터 그곳에 늘붙어 왔던 모양이었다. 지원서를 내려고 어정거렸을 적에 복도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첬다. 왼일이냐고 묻길래 시험에 응하려 왔다고. 그가 하는 말이, 자기는 여기에서 "빅샽(Big Shot)"인데 챙피하게 스리 시험볼 생각을 말고 자기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내 말이 "고맙다 마는, 되면 되고 않돼도 좋다"는 말을 건네고 헤어졌다. 그런데 막상 입사한 이후로는 나를 전혀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닌가.

거~ 참 이상하다. 어느날 근무 중에 나를 부르길래 그 쪽으로 가까이 갔다. 자기 옆에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시키는 대로 앉았다. 한데 가타부타 말이 없다. 거기 앉아있는 나를 잊어버렸다는 듯이..., 그저 제 할 일만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그 맨 앞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물론 불쾌했지를. 임마가 나를 모욕하는구나 하고...

OK...All Right! 나는 다른 회사에서 타자기에 백지를 끼어넣고 영문편지를 쓰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전체 무역부서, 수입-수출 통털어서 타이프 라이타가 단 3대 뿐이었다. 그것도 전부 수출입 통관서류 작성에 쓰이고, 우리 무역부는 영문편지를 필사로 써서 뒤로 올렸다. 그 곳에 계장, 과장, 부장의 도장들이 찍히며 무역상무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즈음에 여사원이 타이프를 쳐서 다시 내 앞으로 내려오는데 몇 일이 걸렸다. 그게 보통이었다.

내가 쓴 편지는 전 과정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에 누구하나 보태고 빼는 일이 거의 없다. 중간에 앉은 높은 자들은 할일이 없어서 주리를 틀고 있었다. 로보트라면 그럴 이유가 없었겠지. 한말로 상무를 제외하고는 영문을 이해하는 자가 없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 말단, 실은 중건사원으로 뽑힌 내 월급의 2배 내지 4배를 받아 처먹는 멍충이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계셨다.

그런데 황 대리가 내 뒤에 앉으면서 편지마다 '빠꾸'를 놓기 시작했다. 이건 이렇게 써라 저건 어쨋다 하며 일일이 지적을 해대는데...그 잔소리가 무역거래의 상담에 관한 내용이라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 모두가 글쓰는 형식상의 문제였다. 쉽게 말해서, 나는 "I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letter of..."로 쓰기를 좋아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It is to acknowledge the receipt of your letter dated..."로 써달라는 거다. 우리 대학의 상업영어 교수의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문장에는 쓰는 사람의 개성이 들어간다. 선호하는 대로 자기의 글을 쓴다. 그가 고집하는 문장양식은 '구닥다리 고물'에 해당한다. 나는 일본의 무역회사에서 오래 일한 일본 어느 교포한테서 현대의 실무 영작법을 등넘어로 이미 배운 바가 있었다. 물론 내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마했었다. 상과대학이 영문작성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단지 1학년에 교양과목으로 반드시 다시 공부해야 하지만 상업영어는 별도로 수강해야 한다. 그런데 그 교수라는 냥반들이 현대판의 미국식 영문이 아니라 영국식이랄까 이미 한물간 사시미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나마 황대리가 자기의 편지라고 쓴 꼴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이렇쿵 저렇쿵 툇자만 놓는기라. 남의 글에 댓글 달며 비평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지를. 열당에 누가 이런 짓을 잘 하더라?

숨통이 막히도록 자질구레한 세분말절에 몰두하는 이런 무리들과는 도저히 같이 일할 기분이 나질 않았다. 나는 그동안 두개의 회사를---하나는 10일, 또 하나는 10개월 만에 집어 치웠었던 바다. 그런 후 석달을 부모 밑에서 처자식까지 맡겨놓고 죽치고 놀다가, 이제 마지 못해 다시 세상에 나오게된 현실이 이러했다. 이같은 회사생활에는 분통이 터졌을뿐만 아니라, 분노의 불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째서 한국을 버렸는가?

드디어 수출과 옆에 있는 상담실에서 황대리와 마주섰다.

"내 전보를 받았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여기 와 있지 않은가?"

"회사를 그만두면 자기 입장이 난쳐해지니 회사에 나와 달라."

"황대리를 위하여 회사를 내가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무조건 도와달라는 거다. 한말로 말해서, 기어 들어와 달라, 이거였다. 내가 마치 자기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 식의 설득이 먹혀 들어가겠오이까, 낫살이나 먹은 선배가 생각하는 정도가 이랬다.

그는 갑자기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장을 꺼냈다.

"이것은 나의 사직서요! 당신이 이렇게 정 뻣댈 작정이면 나는 사직하겠오!...".

뜻밖의 협박이었다.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여러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사직서를 내보이면 내 마음이 말랑말랑 해서 물러설 줄 알았나?'
That is your problem, due. 마침내 내가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사직서는 백 통인들 누가 못쓰겠오! 요는 그것을 정말 내느냐, 안내느냐...그게 문제가 아니겠오!"

그렇게 일갈하고 그 방을 나와 버렸다.
다음날 정말 사직서를 내고 사라젔는 가를 살폈다.
You know what? He did it. Oh, My God!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재탕하는가? 이미 언급한대로 삼성도 같은 문제를 지금까지 해결못하다고 했다. 신입사원을 욹어먹던 50년 전의 내 기억을 되살렸던 것이다. 아직도 조금의 변화가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 사실... 그것이 삼성뿐이랴! 한국의 전 사회가 이처럼 병들어 있다는 말이외다.

곪아도 곪아도 결코 터지지 않고 윗놈들이 아렛놈들 등골을 빼먹기가 대통령서 부터 정부기관의 관료들, 국회의원들, 재벌들이 原主(원주)들...그들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하치들은 먹고 살길이 막힌 끝에 촛불을 드는 겁니다. 태극기 든 당신네들은 눈물도 콧물도 없오?

이 사람들은 실업보험도 없고, 아파트값이 너무 비싸서 결혼을 못하던가, 이미 했던 젊은이들이 이혼함으로 인하여 인구증가율이 1.2%로 밑돌고 있어요. 그래도 박근혜를 위하여 태극기를 휘날려야 합니까?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지난 수십년동안 아파트 하나를 노년의 퇴직금으로 섬기던 그 값을 내려야 젊은이들이 보금자리르 틀 수있고, 나아가서 그들이 장래에 희망을 가지고 일터로 나갈 길이 보이는 겁니다요. 그들 기득권자들이 태극기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그 알량한 아파트 한 채를 위하여... -11번에서 계속함-

禪涅槃

2017-02-18 17:52:42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zenilvana [ 2017-02-18 20:23:07 ] 

유교가 500년으로 한국백성의 골수에 깊이 뿌리를 내린 것이 있다.
소위 장유유서,즉 나이가 많고 적고, 선배와 후배, 상사와 직원, 고위직과 하위직, 거기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회사는 이익을 내서 먹고 사는 단체다. 당연히 필요한 자리에 능력이 있어야 경쟁에서 살라 남는다. 불필요한 체계를 갖추어서 큰 조직을 과시하려고 무능한 자들을 나란히 위 아래로 앉혀놓고 아렛 사람들만 일 시키는 단체는 망하게 되어있다. 나이와 체면...이게 문제인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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