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사회의 정의는 이렇게 해결되고 있다
작성자 zenilvana

나는 큰 궁뎅이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그런 뒷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챙피하게 의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가끔 어떤 사람이 나의 이런 생김새를 들먹이며 놀린 적이 있었지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가 하고 확인해 보기도 했지만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가 없어 왔다. 이상한들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이 마당에 와서...

미국에 와 본사람은 뚱뚱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가를 눈놓칠 수가 없다. 남자들도 개중에는 여성 못지않게 큰 궁뎅이를 흔들고 다니지만, 나의 경우는 그런 것이 아니고 좀 불그러져 뒤로 나와 있다는 거다. 요새 이곳 TV 에 보니까 남자놈들이 훌쭉한 뭘쩡한 궁뎅이에다 여성들의 물주머니를 집어넣는 그런 수술을 받고 있었다. 저런 것도 다 있는가 했다. 결국 내 힢푸(Hip)는 돈 들일 필요가 전혀 없는 아주 경제적인 엉뎅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Not bad, after all"...... 어떤 여자들은 오히려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여튼 이 날은 내 굴곡진 것 덕택에 내가 큰 재미를 본 날이었다. 그러니까 1968년 봄 어느날, 우리 선경의 아래-윗층 전 사원들이 수유리로 소풍을 갔었다.

우리는 그때 충무로 입구에 있는 대연각 삘딩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13층에는 무역회사, 14층에는 선경합섬 (선경.테이진)과 선경아세테이트가 있었다. 사람들 한테 대연각 하면 무슨 호텔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곳은 같은 삘딩 내에서 앞의 반쪽에 사무실들이 들어서 있었다.

수유리가 요새는 주택가가 됐겠지만, 당시만 해도 백운대로 오르는 길목이었다. 그 근방 어느 야산에서 우리들은 둥그렇게 모여앉아 특기자랑을 하고 있었다. 거의 100 여명이나 되는 사원들이 모처럼의 소풍이었던 만치 어떻게 하든지 재미있는 놀이로써 하루를 즐기려는 분위가 분명해져 있었다.

몇몇 숫기좋은 친구들이 둥그렇게 둘러선 한복판으로 걸어나와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저 그렇고 그랬다. 모두들 마지 못해 웃고 있었다. 여사원들 20 여명이 앞줄에 나란히 모여 앉아서 웃어주는 것이 그들 대로의 역활인듯이 협조해 주려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보다 못한 내가 큰 궁뎅이를 좌우로 심히 흔들어 대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트위스트'라는 춤이 당시에 유행했었는데 아마도 이런 모습을 더욱 과장했다고 할까... 아무튼 크게 실룩거렸을 것이다. 내 큰 궁뎅이를 봐주라는 듯이...

그런데 아니, 이게 왼 일인가...? 여사원들이 너나 할것 없이 모두들 갑자기 자즈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어떤 여사원은 너무나 챙피하다는 건지, 땅바닦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배를 잡고 웃어제꼈다. 그 중에서 내가 늘 예쁘게 눈여겨 본 여사원이 제일 심하게 배꼽을 잡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단한 반응이었다.

내가 신나서 더욱 더 심하게 그걸 흔들어 댔다. 여사원 자신들이 너무나 못 견디게 부끄럽다는 건지... 괴성을 지르며 서로들 붙잡고 날 살려라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대 힡트였다.

이 기괴한 웃음판을 뒤로하고 내가 유유히 내 자리로 돌아오니, 다른 친구들도 무슨 힌트를 얻었던 모양이었다. 같은 흉내를 내면서 두어 명이 연달아 앞으로 나와서 그들의 작은 궁뎅이(?)를 흔들어 제꼈지만 이미 한물 갔다는 건지, 아니면 그들도 나만한 풍만한(?) 싸이즈로 평소에 여사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었다는 건지... 하여간에 웃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드디어 자유시간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뿔뿔이 헤어지는 틈에, 윗 사람들을 위하여 처논 천막 쪽 야산으로 나는 서서히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아서 혼자 소주병을 기우렸다. 조금전에 즐겼던 모습의 그 여자사원들의 인기를 다시 회상하면서 말이다.

저 멀리에 권현찬(가명), 그 대학 동창이 보였다. 봉제과 과장이 지금 헐레벌덕 이 곳으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얼마후 그가 큰 정종병 하나를 한손에 들고 등 뒤에서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선적할 날은 얼마 안남았는데, 봉제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마무리 하느라고 좀 늦었다." 묻지도 않은 이런 변명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모여서 놀 때에 그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조차 나는 모르고 있었다. 또 알고 싶지도 않았었고...... 실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큰 정종병을 비우고 있는 참에, 신입사원인 듯한 두 사람이 우리들 앞을 질러 지나갔다.

권현찬이가, "어... 너, 이리들 와 봐..." 하면서 우리들 앞으로 그들을 불러세웠다.

"신입사원이냐?" 그들은 우물쭈물했다. 다짜고짜로 반말로 물어오니, 어떤 높은 사람인가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네, 그렀읍니다..." 그 중 한 친구가 대답했다.

"이리 와 앉어 봐!" 권현찬이가 강압적으로 그들을 우리 옆에 앉혔다. 나도 신입사원이였지만, 그들은 진짜(?) 신입사원들이었다.

"너희들! 어디에 근무하냐?" 정종 한 잔씩을 나누어 주면서 권현찬이가 물었다.

"합섬 쪽입니다"...... 권현찬이가,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서, "너, 어느 고등학교 나왔어" 하며 한 친구한테 물었다.

"저... 서울고등학교입니다."...... 그럼, "넌, 어디냐?"고 하며 또 다른 사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도 서울입니다." 멋적어 하며 그 자도 따라 말했다.

권현찬이가 신이 나는 양, "그럼, 네 후배들이로구나..." 그러면서 나를 돌아 봤다.

"야! 서울 나왔다는 애들은 왜 이처럼 하나 같이 빌빌하냐?" 권현찬이가 이렇게 말했다. 나를 의중에 두고 한 말이었다. 분이 나는 것을 참고 있으려니,

"너희들!... 이제 가 봐"... 손을 내졌고는, 나한테로 돌아 앉았다.

"너 말이야, 학교 다닐때 나도 한때 놀았었다..." 하면서, 그가 오른손 주먹을 쥐고 나의 턱을 밀었다. 첬다고 하기 보다 밀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할것 같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나는 그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아파캍트" 로 처 올렸다. 그 정도 세게 맞았으면 그가 그 자리에서 이미 기절을 하고 자빠졌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했었다는 건지,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어..., 너!... 나를 쳤어! …" 아직도 앉아있는 나를 향하여 손을 내어져으며 큰 소리로 이같이 외쳤다.

내 말이 "옛날에 안 놀아본 사람있어!, 이 새끼야!"... 내가 언성을 높혔다. 서로 치고 받을 태세를 하고 기회를 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저 쪽에서,

"임마들이 지금 뭣들하고 있는거야?" 하고 난데없이 한 사람이 달려들었다.

얼듯 보니, 국내영업부 광고담당 천아무개 과장이 아닌가.....! 경복고를 졸업한 권현찬의 선배였다. 동국인가 아니면 단국인가 하는 대학을 나온 아주 체격이 좋은 후리후리한 남아였다. 이런 사람이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으니, 나는 꼼짝없이 몰매를 맞는구나, 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런데, 웬걸...... 그 사람이 일언지페하고 권현찬이를 주어패는데,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주먹으로 얼굴을 수없이 때려 갈겼다. 나는 무슨 영문인 줄 모르고 옆에 서서 엉거주춤이 하여 구경할 수 밖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잘들 한다!"는 말이 튀어 나갔다.

권현찬이는 얼굴을 두 무릅 사이에 끼어넣고 쭈구러져 웅크리고 앉아 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넉아웃트"가 된 권현찬을 거기에 버려둔채, 때리던 천 과장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왔던 데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당시에, 선경의 "스카이 론"... TV에서 이런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는 그것을 담당했던 과장이었다.

선경으로서는 이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안다. 아무튼 국내판매부 어디에서 별 두각이 없이 있었던, 그런 부서의 그였다. 광고부가 생기면서 그가 큰 어깨와 굵은 목에 힘을 주면서 여러 예쁜 여성모델들과 함께 부지런히 내 앞을 들락거렸었다. 신칙수라던가? 당시에 군사정권의 내노라 하는 사람의 처남이라고 했다. 나는 이들 경복 선-후배 간에 무슨 알력이 있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권현찬이가 그동안 나한테 한짓으로 미루어 볼때, 그 자가 선배되는 사람한테도 천 과장을 무슨 일로 매우 성나게 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나도 앙심을 단단히 먹고 있었으니까, 하기는......

그 다음 다음날은 월요일이었다. 평소대로 출근을 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했다. 그 친구 보기가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권현찬이가 나를 보자 마자 나를 무역상담실로 끌고 들어갔다.

"너 이거 보여?"...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여기저기 멍이 들어서 일그러져 있었다. 한 눈은 한껏 부어서 완전히 감겨있었고, 또 한쪽의 실눈으로 나를 노려 보면서 씩씩거렸다. 성이 단단히 났다는 얘기다. 아직도 분이 덜 가셨다는 것인가? 불쌍한 생각이 들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내 잘못이냐? 네가 그동안 나에게 한짓을 생각해봐라! 성을 낼 사람은 나였다" 라고 내 마음 속에서 속삭였다.

"그게.....? 천과장이 너를 때렸지 않았냐......? 나는 한번 밖에 않했다."

이 말에 그도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인지, 찌르러진 인상을 더욱 과장해 보였다. 멍들어 감긴 눈속으로 한동안 나를 째려 보더니, 이윽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 얼마 후에 그 동창의 얼굴이 더 이상 안보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왔다. 사실 그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또 아무도 그의 이름을 들먹이는 사람이 없었었다.

몇달이 지났는지... 같은 봉제과 과장으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둔 석 아무개란 사람이 자기 생일이라고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그 집을 찾아 갔었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든가?

아니! ... 이 권현찬이가 거기에 와 앉아 있지를 않은가! 우리 둘의 과거사를 모르는 집주인이 우리가 동창사이인 것만 염두에 두고 같이 불렀던 모양인데, 사실은 그가 생각하는 그런 친근한 사이가 이제는 이미 아니었다. 이 자가 그 때 까지 나에게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건지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못들은 체하며 전전긍긍하느라고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자. 누가 누구를 먼저 모욕했는가? 이런 옹졸한 인간들은 자기가 한 짓은 생각지 않고 남들만 붙잡고 욕을 해댄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로고... 언제 이런 인간들에게도 영혼의 구원이 내릴 것인가?

禪涅槃

2017-02-19 07:02:24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zenilvana [ 2017-02-19 14:55:32 ] 

본 문으로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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