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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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前篇(전편): 청상 과부 이야기
작성자 zenilvana

몇년 전에 어떤 젊은 과부가 아들 둘을 데리고 한국에서 이곳으로 와서 살게 되었다. 미국의 이 넓디 넓은 땅덩어리에서 구태어 이곳 프린스톤,뉴저지의 외딴 지역에 은신하러 왔던 이유는 학군이 좋다고 서울에 잘 알려진 소문 덕택이었다고 하더라.

자식들은 소원하던 대로 이곳 중-고등학교에 재적하게 되었고, 그녀 자신은 목사의 인도로 내가 다니던 한인교회를 나오면서 조만간 찬양대에 조인하게 되었다. 얼마 안돼서 그녀의 어머니란 곱게 생기고 맘씨 좋은 아주머니가 딸네 식구를 보려고 한국에서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아주머니라 한들 한갑이 넘어보이는 나이에 비해 젊게 보였을 뿐아니라, 푸근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볼적 마다 함박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내가 착각하기는 이 부인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친교시간에 내게 각별히 신경써서 뭔가 먹을 것을 차려주고, 마주칠 적 마다 나를 반겨서 인사해 주다가 보니, 언젠가 다시 만나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 슬며시 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 분 역시 과부였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나 할까? 혼자 사는 44 살의 예쁘장한 과부가 이화여대의 조각과를 졸업했고 제 엄마를 닮았는지 활달하고 부지런하고 또 인심마저 좋아서 내 맘에 들어하던 어떤 날에 우리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집에 들어와 앉아 마자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어떻게 혼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풀어 놓는 것이 아닌가? 그 얘기가 하도 기가차서 멍하니 그녀의 과거 역사를 듣자하니...

누가 중매를 한다고 해서 어떤 다방에 가서 기달렸다고... 시간이 임박하자 누가 다방 문을 들어서서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사나이는 거의 6척의 키에 몸은 삐쩍 말라 있었고, 그의 얼굴 생김새는 그저 그렇구 그랬단다.

"아~ 이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풀쩍 머리에 들더라는군. 그래서 곧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고. 그가 뭐라고 해대길래 건성으로 그러냐... 뭐 어쩌구... 그가 기분 나빠 하지 않을 정도로 응대하다가 결국 도망쳐 나오듯이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단다.

그런데 그가 거의 매일 집으로 전화를 해대면서 또 만나자고 성화를 하더라는구먼... 이런 핑계, 저런 구실을 들여대면서 한동안 약속을 피해 다녔다. 나중에는 중매쟁이를 통해서 건너오는 말이, 자기네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출판사로써 자기가 장남으로 조만간 그 회사를 운영할 위치에 있다는 둥... 어떻게 잘해 주겠다는 둥...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드디어 하고 말았다는 거였다.

禪涅槃

2017-02-28 13: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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