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없이 자동적으로 돌아간다. 걸어갈 때는 발이 저절로 움직여 준다던가, 먹을 것을 보면 침이 나오던가, 반가운 사람이 보이면 입가에 웃음이 나돌고, 문고리가 보이면 손이 먼저 나간다.
그러나 엉뚱한 환경에 접하면 이러한 자동장치가 제 구실을 못해서 골탕을 먹기 마련이다. 익숙했던 모든 것을 새삼 새롭게 배워야 한다. 소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두뇌가 분주히 돌아가야 일이 예대로 편리하게 살게 된다. 딴 곳으로 이사했을 적을 연상해 보시라.
궂이 삶의 방식에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예를 들어서 모르는 사람을 대해야 하고 또한 이웃과 어떻게 지내야 한다던가, 나아가서 정치, 경제, 건강, 주거지 등등의 새 변화를 감지해서 자기가 처신해야 할 상항에 잘 대처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늘 다르게 내 앞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공간에 잘 적응해야 하는 필요에서 일단 파악해놓은 것에 안주(安住)해야 마음의 평화를 다시 이룬다. 그 자동장치가 바로 잠재의식(潛在意識)이 하는 일이다. 영어로 complacency라는 것인데 일단 내 것이 돼서 편리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방심하면 않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나는 한국문제에, 그것이 뭐든지, 별 관심을 쏟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내 서울친구들이 문재인이 어떻고 저쩧고, 외누깔 박지원은 이런 사람, 황교안이 차기 대통령깜이라는 둥......그저 그런가 했다. 특히 박근혜의 사면에 이르면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우려 왔다. 뭐 아는 바가 전혀 없었으니 그들의 말을 믿을 수 밖에. 내 두뇌는 그런 고정관념(固定觀念)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라.
어랍쏘! 그게 아닌 거라. 내 친구 한 명이 다르게 말하는 거라. 매우 분격해서...... 이 냥반은 한국의 정치문제에 관한 한 누구에게 빠진다 하면 도저히 견디지 못하더구먼. 그만큼 아는 게 많았고, 또한 설득력을 겸비했다. 아하! 새 술은 새 부대로. 내가 그동안에 안착(安着)했던 潛在意識에서 풍랑이 일어난 거라.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심히 시사뉴스에 귀를 기우렸고 또한 Youtube를 자주 들여다 보았다.
새 발견에 서광이 비치는가 했는데, 의심이 뭉게뭉게 새롭게 일어나는 기라. 문제는 내가 그동안에 남의 말에 의존하여 현실을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두고 남이 씹어낸 것들을 먹으며 사물을 판단해왔던 것이다. 나름대로의 뭔가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첫째로 등장하는 것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거다. 내가 투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곳 세상이 돌아가던 간에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거. 단지 동포애적인 향수, 또는 추억......그 이상의 어느 것도 아니지 않는가? 여우는 죽어서도 머리를 고향으로 둔다는 그런 기분이 되겠지.
두째로 박근혜가 징역 10년을 받던, 후에 누구들 처럼 사면을 받는다는 가연성을 점칠 이유가 없다. 내가 보기엔 자승자박(自繩自縛)한 것을 내가 왜?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둔다. 최순실이 감옥살이를 오래 하던 말던 어디 그 여자 한 사람뿐이었던가? "다들 한 짓"인데 어찌 그녀만 나무랠 쏘냐?
세째로 문재인이냐, 아니면 안철수냐? 그 솥에서 그 밥이다. 크게 달라야 할 누렁지가 아니다. 문씨는 당선되자 마자 북조선을 우선 방문한다고 했고, 안씨는 원래부터 어리버리 해왔다가 요즘에는 종부기가 싫어저서 희망을 그쪽에 걸어보는 모양인데......내가 머리를 굴려야 하긋오, 말아야 하겠오. 평소대로 한국사람들 하는 일에 무관심으로 돌아가야 하지를. That is my question. To be or not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