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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억(記憶)과 추억(追憶)
작성자 zenilvana

실은 둘다 같다. 한번 경험하는 것은 머리에 남는다. 그것이 짧은 것이냐 혹은 긴 것이냐에 따라서 오랜동안 저장되어 있는 것이 있고 잠간동안 머무르는 것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경우를 말해서 영어로 long term memory라 부르고 잠간씩 기억하는 것을 short term memory라고 구분한다.

시간 간격을 두고 이처럼 길고 또 짧고 하는 행위를 통털어 말하자면 기억이라고 처리할 수가 있으나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는 추억이란 단어가 별도로 사용된다. 나는 이것을 한국식의 long term memory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 이유는 한국사람들에게는 '긴 기억'이라든가, '짧은 기억'이란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금요일 새벽에 '신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날아갔다가 어제 오후에 돌아와서 저녁 5시부터 오늘 아침 5시 좀 넘게 잠을 잤다. 내 외손녀가 만 13살이 되는 행사를, 이를 유태인 사회의 전통으로 bat mitzvah라는 것인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해서 모처럼을 맨하탄 남단에 위치한 Ritz Carlton이란 호텔에 머물면서 그 요란한 의식에 참가했었다.

우리 부부는 돌아오면서 그 때에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면서 즐겁고 자랑스러웠던 사건들을 거듭 거듭 생각해내곤 했었다. 물론 새롭게 대했던 것들이라서 이상한 것들도 많았고 모처럼의 여행에서 허둥거리지 않을 수 없었던 작은 실수와 탐험이랄까 하는 '해프닝'들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바다.

이 모든 것들이 내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별로 필요치 않은 것들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가물가물 의식의 세계에서 사라겠지. 그러나 되새김질을 할 것들은 오래도록 남아서 '그 때 그 시절'의 잠재의식이란 것에 숨겨지리라. 그것이 바로 추억이다. 사람들마다 다 각자의 추억이 남어서 우리의 현실을 살찌게 하고 반성되는 것들로 미래의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 짧은 여행에서 일어난 모든 것들을 내가 궂이 기억하고자 하지 않았으니 지금 현재는 생생하게 기억된다만 어째서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채에 걸러져서 앙금으로 남는가? 그러나 필요한 경우에는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똑 같이 반복될 수는 절대 없다.

그러나 어떤 실마리같은 순간이 홀연히 실타래의 큰 환상으로 인도한다. 예를 들자면 오늘 보는 까마귀의 울름소리와 그 날아다닌 모습에서 어릴 적에 보았던 추억을 되살려 내주면서 '그 때 그 시절'의 일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되살아서 나에게 향수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여준다. 옛날에 좋았던 것들을......

이번 여행에서 내가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side show가 있었다.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오래 살던 시절에 맺었던 여러 우정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해준 한 대학동창과 그의 너그러운 성의를 나는 추억으로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넽에서 만난 친구를 실제인물로 만나는 계기와 그와 그의 친구들이 내게 베풀어준 호의도......훗날 언젠가는 어떤 여린 순간이 까맣게 잊혀진 줄 알았던 추억으로 연상시키리라. 그리고 그들과 가졌던 즐거운 일들이 영상의 화면으로 면면히 재현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삶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면 무었이랴!

禪涅槃

2017-04-11 06:58:24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6   zenilvana [ 2017-04-11 14:17:53 ] 

내 동창이 내게 '리무진'을 한대 보내주었다. 그 기사와 대담하던 중에 어느 길로 가는 가를 내가 물었다. 그가 말하기를 "죠 다리"를 건너간다고. 무슨 말인가를 생각하다가 George Washington Bridge를 그렇게 부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확인했더니 내 짐작이 맞았다. 50대 중반의 사나이였는데 결혼생활에 파탄이 나던 차에 한 친구가 인도한 결과로 지금은 교인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고. 내가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 즉 "길이요 진리요 생명"을 찾았군요......케싸문서 건성으로 믿는 척하질 말고 깊이 생각하면서 살라고 당부했지를. 어찌 내가 그를 이해하질 못하겠는가? 나도 그런 전철을 밟았던 사람이었다.

5   dakshang [ 2017-04-11 13:19:48 ] 

70년대 후반정도에 뉴욕으로 이민 온 한인들 치고 야채가게서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여서 소위 '야돌이'라 불렀고 당시에 리무진 서비스 Job이 가 야돌이 보다 더 인기 종목이였지라... 팍상해는 5대양 6 대주로 돌아 댕기면서 양파나 까댓겼던 야돌이 출신인가 보다.

4   zenilvana [ 2017-04-11 11:38:47 ] 

샹흐니슨상은 오대양 육대주로 돌아녀써도 맨하탄에 와 본적이 없구먼.
잠간의 여행에 부부동반의 자가용을 몬다는 구상은 촌넘들이 생각흐는 그야. 거기 맨하탄에 정작 사는 사람은 자동차를 소유흐지 않는당께로. 자동차가 오히려 불편하고 비싸부랴뿡께로, 대신에 지하철과 뻐쓰가 매우 편리하다 카이. 힐러리도 지하철 타고 다니문서 유세를 할 정도라. 자동차 쳇증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다꾸시를 타야 한당께. 비싸지도 않고 손만 들면 금방 나타나는데 워짜 그래 촌스러운 발상을 하는지...... 다 잘 아는 척을 해싸도 닥상만큼은 모르노만 그랴.

3   sangha1 [ 2017-04-11 11:26:32 ] 

닭상이 본듸 닥꾸시(Taxi)기사인듸...
뉴욕에 가믄 닭상 닥꾸시(Taxi)를 hire해서...돌아 당기믄 핀했을랑강?
흐긴 뉴요꾸 돌아 당시믄서 닭상의 종부기 쁘로빠겐다와 정치 이바구 들을라카믄 속터저 블랑께,,,
젠영감 마냥 뉴욕질을 잘 아시믄, 닭산상 닥꾸시(Taxi)타지 말고... 부부 동반흐고 돌아 당기는게 최고 만사구마잉

2   zenilvana [ 2017-04-11 11:10:20 ] 

콤멘트 감사합니다. 도착하던 금요일부터 화씨 40도에다 강을 끼고 있는 battery park으로 어찌 추운 바람이 그 다음날 일요일까지 불어제끼는데 그렇게 추울 줄을 모르고 한 두불록을 걷다가 쫒겨들어오고 말았오.

내가 그 인근 뉴저지에 40여년 살았어도 4월 초순에 그런 적이 없었는데 거기 호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아주 이레적인 날씨라고 하더군요. 날씨만 좋았으면 강가로 걸으면서 자유의 여신상을 건너다 볼 수가 있었고, 건너편 '스테이튼 아일랜드'와 뉴저지 쪽해안의 즐비한 삘딩도 구경할 수가 있었는데, 호텔 로비에 앉아서 그 일부만 바라보았지요.

마침 우리가 투숙했던 방이 말씀하신 Freedom Tower를 저만치 웅장하게 서있는 것을 밤으로 낮으로 구경할 수가 있었읍니다. 그 전의 쌍둥이 삘딩가 우뚝했던 것과 또한 폭파되는 장면을 다시 연상하면서... 그리고 서쪽으로 ferry가 뻔찔나케 드나드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지요. 한국말로 연락선이라던 것 말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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