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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94년 북 폭격 주장은 거짓(펌)
작성자 naesjic

http://www.huffingtonpost.kr/2017/04/12/-_n_15957300.html?utm_hp_ref=korea

미국이 1994년에 북한을 폭격하려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김수빈

게시됨: 2017년 04월 12일 18시 49분 KST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2일 18시 50분 KST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언제 추가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는 데다가 미국 또한 강력한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에 재배치하는 등 뭔가가 벌어질 것만 같다. 심지어 '4월 위기설' 같은 가짜뉴스까지 판을 친다.

'4월 위기설'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여차하면 정말로 북한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은 많은 한국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포다. 그리고 그러한 공포의 근원에는 1994년의 '아찔한' 기억이 있다.

"...지난 94년도에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핵 위기 때 북한을 '서지컬 스트라이크(외과 수술식 타격)'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때 우리 전쟁 위기가 굉장히 고조됐던 때인데, 김영삼 대통령은 자기가 또 막았다고 하는데요..." (오마이뉴스 4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략) “미국 정부는 북한 선제공격 시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단호히 막았다”며 “(정부는) 미국에 확고한 전쟁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2016년 9월 26일)

대체로 진보 성향의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1994년의 미국 '북폭(北爆)' 계획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편이다. 위에 인용된 발언들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모든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고록에서 김영삼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북폭 계획 저지

6월 16일 오전 안보수석으로부터 내게 이런 보고가 올라왔다... 그 내용인즉 '회견 직후 주한미군 가족과 민간인 및 대사관 가족을 서울에서 철수시킨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미군가족이나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 일보 직전에 취하는 조치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미국이 유엔 제재와 별도로 북폭(北爆)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 (중략) 그날 새벽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상), p.315)

그러나 김영삼의 주장은 사실일까? 서울의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치과장으로 근무하였으며 미국 국무부의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펠로우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김영삼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가 누차 말했듯, 그가 국방부 직원들에게 북한의 핵 시설을 폭격하는 비상대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페리는 결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 또한 북한이 서울에 반격을 가할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페리 전 장관은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 폭격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면 응당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협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서 나는 당시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두 명의 미국 관계자와 두 명의 한국 관계자로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김 전 대통령이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트럼프가 '군사적 행동'을 언급할수록 북한 문제는 더욱 악화되는 까닭)

허핑턴포스트는 스트라우브를 만나 그가 어떤 관계자를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네 명의 한미 관계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당시 고위급 외교안보 인사들 또한 사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음을 강조했다.

1994년 당시 북한 폭격 계획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윌리엄 페리 당시 미 국방장관 또한 당시 비상계획으로 영변을
폭격하는 계획은 존재했지만 이를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샬리카슈빌리 합참의장과 개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북한의 전력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비상계획을 업데이트할 것을 요청했고... 그리고 나는 영변의 재처리시설에 순항미사일로 "외과적(surgical)" 타격을 하는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러한 타격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공격하게 만들 가능성은 물론 있었다. 그러한 결과는 결코 "외과적"일 수 없었다. 나는 내 회의용 테이블에 모인 소수의 그룹 앞에서 애쉬 카터(당시 페리 장관의 부하 직원이었고 훗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이 된다 --에디터 주)가 정밀타격 계획을 소개하던 당시의 강렬한 느낌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정밀타격 계획은 '테이블 위'에 있었지만 그 테이블에서 매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리는 외교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었고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윌리엄 페리, 핵 벼랑을 걷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과거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말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갈루치를 포함한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이 쓴 책에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와 있다.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그해 6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기록은 없다. 김영삼 대통령의 그런 말에 얼마나 열받았으면, 백악관의 통화 기록을 다시 뒤져보았겠는가. 그리고 이들은 덧붙인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종일관 밀어붙인 것은 김영삼 대통령 자신이었고,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었다.”(<북핵 위기의 전말: 벼랑 끝의 북미 협상>, 조엘 위트·대니얼 폰먼·로버트 갈루치 지음) (한겨레21 2009년 3월 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는지 아니면 기억에 착오가 있던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와는
별개로 더 큰 문제는 이 '일화'가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근본적인 불신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한국의 매우 심각한 오해 중 하나다." 스트라우브는 허핑턴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매우 큰 착오를 저질렀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로 인해 한국사람들에게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오해를 줬다."

스트라우브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한국의 불신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타격론' 암시가 더해지면서 차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에 대한 발언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직 미국 외교관이 트럼프 행정부에게 주는 조언이다.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오해를 거두고 미국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한국의 몫이 될 것이다.

2017-04-12 1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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