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작성자 zenilvana

흘러간 노래의 어느 한 구절이다. 예전에 부모님들이 살아계실 적에는 매년 한국을 다녀왔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도 넘게 한국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가끔씩 가고파도 가 보았자다.

여동생이 한 명 있으나 내가 아는 친척들은 이미 타계한지라 별로 꼭 찾아봐야 할 친분마저 없다 보니 선듯 나서기가 그렇다. 10년짜리 여권마저 마련하고 동생에게 이메일 해서 죽기 전에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멈칫거리다가 다음 날에 "한번 와주시면 좋겠다고......"

내가 동생을 만나보고 싶은 향수와 열정이 동생에게는 그리 절실하지 않은 바라 다음 해로 미룬 것이 벌써 2년이 넘고 있다. 내 친구라는 것이 대부분 고교 및 대학동창들이다. 뉴저지에 살 적에는 임마 점마가 여러가지 이유로 동부로 올 경우에는 뉴욕을 목표로 하는 고로 인근에 사는 동창들에게 전갈해서 만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물론 손님이다 보니 우리 교포들이 없는 돈을 내서 이 친구들을 대접했는데, 그 비용이 상당해서 속으로는 마땅치 않게 여겼지만 어찌 그 내색을 낼 수가 있겠는가? 그저 웃으며 좋은 척을 할 수 밖에.

그런데 임마들이 돌아가면 "반가웠다, 또는 고맙웠다"는 인사를 단 한명도 한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한국에 갈 적에는 아예 친한 친구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그와 조촐한 점심을 대접받는 정도다. 그 친구가 연락을 해주었는지 말았는지는 모른다 마는 나를 위해서 모여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들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받아먹고 대접한 내 나짝을 보고자 하는 넘은 없으니, 한국을 방문한다는 그 발상에 제동이 걸리고 마는. 한번은 가던 날이 장날이랄까 금마들이 매달 모이는 모 음식점에 갔더니 어느 눔이 어느 동창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더군.

실상 만나도 별 나누고 싶은 공동화제라는 것이 아예 전무하다. 저희들의 잘난 것들만 줒어듣고 오는 그런 50년의 해후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거라. 늘 이야기 하지만 "대화라는 것은 인간관계의 징검다리"인데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나눌 수가 없는 외계인들이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情(정)이 콸콸 솥아질 것을 기대하는 내가 그르다 할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L.A.에 사는 동창들이나 만나보고 고향의 회포를 푸는 것이 더 났겠다는 생각을 한다. L.A.가 미국의 도시이지만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진짜배기 한국인들이 아니냐?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모든 것이 한국에서 수입한 순 한국제의 생각과 행동양식이다 보니 우선 말이 통할 거고 무시기 세상 이야기도 같은 뉴스를 공유하다가 보니 동포로서의 연대감이 있는 기라.

한국땅에서 날고 기던 사람들이 다 그곳으로 몰려와 산다고. 개중엔 사기꾼도 많고 뭐 한가락 하던 분들이 교포사회에서 콩르리슈(Konglish)로 소통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질 않지를. 열당의 한 고참께서 한국사람이 어째서 제 나라말을 놔두고 혀꼬부라진 외래어를 쓰느냐고 짜증을 낸 적이 있다만,
거의 다들 그래 말하는데 그걸 문제삼는 장본인만 우습게 보인다고 할까?

"로마에 가서는 로마사람이 되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미국에 와선 미국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Los Angeles, 즉 천사들이 사는 곳에서는 그래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거기는 한국인들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식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그대로 통하니 미국의 좋은 점과 한국의 좋은 것을 함께 향유하는 곳이 아닌가.

그래서 '하늘 나라'에 와 사는데 그걸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그것조차 물어볼 이유가 없으시겠지. 그저 천국에서 흐느적 흐느적 정신을 놓고 한 세상을 살다 가겠다는데 무시기 잔소리가 필요할 쏘냐, 바로 요거다. 그런 팔자를 타고 나서 그런지 그곳에 사는 분들이 열당에 나타나면 어느 문화권에서 사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더라구요.

禪涅槃

2017-04-13 12:01:32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2   zenilvana [ 2017-04-13 12:49:09 ] 

기생이 dozen으로 있어도
단 한명도 즐길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 아이당가?
썅흐니슨상 사는 L.A.는 어떨지.

1   sangha1 [ 2017-04-13 12:44:01 ] 

못가는 신세가 아니라...한국엔 친동생도, 친척도 친구도 오라는 사람 읎으니 갈곳 읎는 신세 타령이구믄... 푸흐흐흫하...

ᅚᅡᆼ기시든 기생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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