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積弊(적폐)청산을 논하면서 큼직한 것들만 두어개 들먹였었다. 그 글에 bibliotel(성경말하다)란 분이 몇가지를 더 언급하셨기에 그런 맥락에 서서 또 무었이 문제가 되는 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완전히 漢字(한자)를 우리 언어에서 말살시킨지가 몇년 된다. 당시에 어떤 이유로 이같은 혁기적인 문화파괴를 서슴치 않았는가에 대하여 내가 아는 바가 없다. 무슨 정당한 사유가 있었겠지.
첫째로 북한이 한글만을 사용했던 전례가 있어서 당시에 주체사상에 심취했던 교육계 인사들과 일부 몰지각한 지식층이 북조선을 모방하겠다는 생각으로 거론됐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게 아니면 뭔가?
두째로 漢字를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서 문맹퇴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내가 중-고 및 대학시절에는 모든 문서나 신문에서는 한자를 많이 사용했었다. 따라서 정보통신에서 뭔가를 알려면 반드시 한문을 읽을 수가 있어야 했다. 문론 학교에서도 가르쳤었다.
그러다가 사회에 나와서 일하다 보니 선임자들이 한문으로 소통하는 현장에서는 초보자에 불과한고로 부랴부랴 다시 고급의 한문을 일고 쓰고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시에 전국경제인협회에서 일했고 그 덕택에 한문에 별 불편이 없었다.
한문퇴치를 채택하던 때에 반대하는 근거를 무마하기 위하여 병기(倂記)하도록 함으로써 한국땅에 새로운 문자시대가 도래되었다. 몇 십년이 지나가면서 과연 漢文을 한글과 나란히 하고 있는가? 천만에. 심지어 한글사전에도 漢字(한자)를 참고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내아이들의 머리가 만만할 적에 漢文을 읽고 쓰고 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있을까? 설혹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하자. 세상에 어렵다고 해서 다 물려치다보면 수천년에 갈고 닦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어찌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말이냐?
그럼 나는 어째서 漢字를 자주 쓰는가? 요즘의 한국어로는 그 뜻을 충분히 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문대통령이 '積弊淸算이란 말과 政經癒着이란 언어를 사용하였다. 漢字를 모르면 그 뜻이 금방 파악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적폐청산 정경유착'으로 읽는다면 다행이라 하겠지.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자.
일본어의 상당부분에서 漢文을 섞어 쓰고 있다. 이들에게는 '가다가나'와 漢字를 떼어놓을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들이 머리가 더 좋아서 그렇고 우리는 머리가 둔해서 漢文을 기피하는 것인가? 진실을 말한다면 한국언어의 거의 대부분, 약 25%가 漢字에서 도출되었고 그것이 우리의 것으로 고착해온 지가 수천여년에 이른다.
영어의 경우는 Latin말(로마 글자)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약간 고급의 단어는 거의 전부가 그 어원이 이처럼 시작되었고 현재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20세기까지 미국에서는 Latin말을 학교에서 가르쳤고, 지식인들은 이들에서 도출된 단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었다. 물론 현재는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Barrons라는 경제잡지에서 오늘 읽은 문장에서 서너개를 찾을 정도였다.
문제는 소위 국어사전에서 조차 漢字를 倂記해주지 않는 데에 있다. 어찌 사전이란 이름의 언어전문 字典(자전)에서도 자기나라의 어원을 밝히지 못하는 가에 있다. 내가 방금 '자전'을 색인했더니 '자전거'란 말 만이 등장할 정도다. 어찌 이것 뿐이랴.
나는 귀찮더라도 漢字를 일부러 찾아보건만 거의 대부분이 한문으로 기록해주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젯거리인지도 모를 뿐만아니라, 누구하나 새로이 제나라말의 사전을 재편찬하려는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게~ 積弊가 아니고 무었이냐? 이젠 먹고 살만 하니 자기의 전통의 기초가 무었이었던 가를 알아보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