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친구라고 여기는 대부분은 고교나 대학의 동창들이다. 열당에 글을 쓰면 그것을 그들에게 보내온지가 10여년에 이른다. 그 동문들 중에 나와 고교 및 대학을 같이 나온 친구가 3명이 있었고, 이들이 내게 맞댓글을 질세라 줄곧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들 필자랄지, 하는 녀석들은 하나 같이 펌한 것들만 보내주는 거라. 불만으로 생각했지만 그들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겠지 체념하고, 주로 한국 보수정객들의 입지를 반영하는 집필가들의 의견을 받아주었다. 문론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교회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의 파면을 불법이라는 쪽 사람들과 견해를 같이 했다.
금년 들어서 한 명이 내 글을 봉쇠하더니 얼마 후에 또 한 명에게 이메일이 전달되지 않더군. 정치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마다하고 얼마 간더 보내온 녀석도 지난 주부터 내 이메일을 더 받지 않기로 조처하고 말았다.
왜들 이래? 나는 내 글로만 보내주었던 데에 반해서 그들은 나처럼 글을 쓸 줄 몰랐던 것이 매우 거북하다 못해서 자존심 상으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걸로 나는 판단한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너 자신의 글을 쓰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인터넽시대에 그럴듯한 남의 글을 친구들과 공유하겠다는 단순한 의도에서 펌을 하다가 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글로써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넓은 문은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고 좁은 문을 찾는 자가 많지 않다는 성경말씀과 부합한다고.
다들 공부 잘하고 한국사회에서 잘나가던 녀석들이 '그저그런 무리들'이 하는 짓거리에 휩쓸렸던 바라 자신을 문학적으로 개발하고 미지의 정신영역을 개척하지 못한 불찰이 거기에 있었다. 이제 세월을 돌이킬 수 없는 이 싯점에서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는 이야기인데......안타까운 일이로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