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아이들과 함께 초식가들이 좋아할만 한 수플랜테이션이라는 부페 식당엘 갔었다. 토요일인데도 11시 반에 문을 연다길래 문 앞에 줄서서 기다렸다.
우와, 모든 베지터블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듯한 미국 부페 식당인데, 말로만 들었지 처음이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는 터라 뭐 별것 있겠나 싶은 생각으로 들어섰는데, 완전 다른 동네였다.
아이들이 앞서 하는 대로 온갖 베지터블과 열매들과 누들들을 두 접시에 가득 담아 쟁반에 얹고 티를 한 잔 따른 뒤에 자리를 잡았다. 원하는 숲도 따로 갖고 오고, 머핀도 갖고 오고, 작은 피짜도 갖고 오고. 마음대로 먹었다.
따로따로는 다 먹어 본 적이 있지만 한 곳에 모아 놓으니 볼만한 광경이었고 한 번에 다 먹어 보는 맛과 기분은 색달랐다. 마음껏 원하는 대로 먹으라지만 숲도 한컵 먹고 베지터블과 열매들도 두 접시를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시니어 디스카운트와 쿠폰을 사용하니 가격도 저렴했다. 새로 지었는지 식당도 넓었고 분위기도 쾌적했다. 젊은이들 보단 중년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채식은 늘 배가 고플거라는 인식이 있었고 이러한 인식은 시골 농촌에서 성장하며 고기와 쌀밥을 먹지 못하고 자란 보리고개 어린 시절이 만들어 준 인식이었다. 이제는 약간씩 먹고 있지만 감자와 고구마는 이러한 인식 속에 자리잡은 기피 식품이었다.
호박, 오이, 무, 배추, 고구마, 감자, 옥수수, 보리는 제일 많이 먹고 성장한 음식이었고 개구리 뒷다리와 냇가의 미꾸라지 피래미 정도가 고기와 생선을 대신했다. 호박국, 호박찜, 호박찌게, 호박무침, 호박김치,호박전, 호박꼬지, 늙은호박죽, 늙은호박꼬지떡, 호박잎등 코에서 늘 호박 냄새가 나도록 지겹게 먹었다. 날고구마, 찐고구마, 군고구마, 고구마밥, 고구마전, 고구마튀김, 고구마줄기, 고구마말랭이등 겨우내 먹어야 하는 고구는 삶과 생존의 커다란 부분이었다.
먹다가 말고 갑자기 스믈스믈 새어 나오는 배고픈 기억들로 인해 잠시 포크를 내려놓고 신나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왜 않드세요?”
야채를 입 안에 가득 문 아이 한 놈이 물었지만, 허기진 배를 허구헌날 채소로만 채웠던 아비의 시절을 너희들에게 말한들 무슨 소용이겠냐 싶어 포크를 다시 집어들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