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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30이라는 여기 한국일보 게시판에서 퍼온 글
작성자 coffee

“용기를 내자 분노하자(Have courage Have rage).”

요코 오노 (Yoko Ono)의 미술작품에 새겨진 글귀다. 대통령의 탄핵을 비롯한 요즘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며 이 말을 떠올렸다.

지난 2000년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조직 내의 부당함이나 부조리에 대해서 직장 동료나 선배들이 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윗사람의 부당한 업무 지시나 공정하지 못한 대우 등등,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을 마주할 때면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술자리에서는 다들 한마디씩 하지만, 공식적인으로 문제 제기를 하거나, 그 자리에서 옳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견습 3개월이 지난 후 자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이유도 그래서였고, 부당한 지시나 처우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언제나 가장 어린 나였다.

탄핵된 대통령 집권 당시 수많은 말도 안 되는 지시들이 있었지만 정부 관료들은 수족이 되어 그 지시들을 따랐다. 분명 옳지 않은 일임을 알았을 텐데, 지시사항을 군소리 하나 없이 빼곡히 수첩에 받아 적고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그 지시가 잘못되었다고 말했던 관료는 한 두 명뿐이었고, 그들은 제명되거나 좌천되었다.

직장, 사회, 정치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일관된 습성은 경제를 움직이는 기제로도 작동한다. 재벌 앞에 하청기업이 절절 매고, 사장 앞에서 신입 사원이 주눅이 들고, 나의 승진과 평가를 손에 쥐고 있는 보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저항하는 것 - 지금 당장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비겁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렵다고 눈 한번 감고 넘어가면, 지금의 불공정한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가 내게, 비겁하게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했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하고야 마는 나를 보고 한 말이다. 지난 2000년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 중에 하나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하다. 하지만 비겁하게,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우리의 몫을 해내며 잘 살 수 있다. 가진 것을 더 공고히 하고자,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부당함을 모른 척 넘기지 말자.

그러면 그것은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로 나가고, 아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이 엄청난 희생 말이다. 그리고 이 나라를 복구하는데 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용기를 가지고, 힘껏 저항하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내가 속한 곳에서부터, 그것이 학교든, 회사든, 정부 기관이든.

<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2017-06-21 09:18:05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coffee [ 2017-06-21 09:19:36 ]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똑똑 소리 떨어지는데 어설픈? 어른흉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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