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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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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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 서방의 횡설수설(거미집과 나?)
작성자 yu41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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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Duplex House라 한 쪽은 내가 쓰고 다른 쪽은 rent를 주었다.
이제 여기에도 길고도 스산한 겨울의 한기가 사라지고 봄인 듯 여름인 듯 아침부터 강한 햇살이 부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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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집 앞 작은 터를 텃밭으로 바꿔 여름이면 채소를 심어 맛있게 먹고 있다.
미쳐 다 먹지 못 하는 것들은 신선할 때 남이라도 먹을 수 있게 이웃의 door에 달아매어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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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에 얼마 전 옮겨다 놓은 모종들이 잘 커는 지 궁금키도 하고 물도 줘야겠다 싶어 나갔다가 거미줄이 나의 이마에 닿아 손으로 훑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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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아침 햇살에 부시는 이 거미줄이 이렇게 나에게 글을 쓰게 하고 있다.
어릴 때 거미집을 보곤 거미란 늘 신기하고 대단한 능력과 지혜를 가진 놈들이란 생각을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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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높은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미집들을 볼 때면 어떻게 저렇게 연결을 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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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을 뒤져 이리저리 알아보니 바람의 힘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중심을 잡아 연결을 한다고 한다. 그럼 바람만 있으면 높은 곳이라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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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람이 보기엔 보잘 것없는 미물인 거미가 바람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끼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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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렇게 집을 지어놓고 먹이가 걸려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기다림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자주 쓰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와 다름이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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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차 인간이란 조금만 가진 것(?)이 있어도 뭔가 우쭐대려는 속성을 가진 것에 비하면 이런 거미의 삶을 보면서 어떤 미물이라도 쉽게 다스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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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면 일요일,
또 어딘가로 분주히 가실 분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린다.

== 이 글은 Oregon에 살 던, 2013 년에 여기에 올렸던 글이다. ==

2017-07-14 19:51:14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yu41pak [ 2017-07-14 21:44:43 ]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그런데 그걸 다스리는 입장에선 어떤 공적인 rule을 적용하기 보단 인간성 내면에 숨어있는 착함을 꺼집어 내는 사회적 운동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예로 현실에 착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죽은 다음에 뭔가를 찾아야 하는지, 어떤 게 미신일까?

그러나 무엇이 바르게 사는 길인지는 스스로가 정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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