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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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오줌 잘 누는 것도 축복이다
작성자 zenilvana

내 대학후배가 있다. 경제학과 4년이 아래로 그의 아버지가 함경도 북청에서 내 부친의 이웃동네에서 살았다고. 물론 나이차이가 있는지라 동시대는아니었으리라. 내가 어려 4살 적에 그 곳을 가본 적이 희미하나마 머리에 남았어서 그를 각별히 친근하게 여기고 뉴저지에서 살았다.

이곳으로 이사 온지도 어드듯 4년이 지났는데, 지난 번 내 손녀가 '받미쯔 바'라는 성인식에 참가해서 그가 일부러 내가 묵었던 맨하탄 남단의 한 호텔까지 찾아와서 브로드웨이의 한인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한 적이 있다.

차를 모는 그의 겉모습은 예와 같은데 운전대를 잡지 않은 오른손을 떨고 있었다. 그는 당뇨병을 앓아온지가 수년이 된다. 드디어 막바지에 이른 증세를 보여서 걱정되었지 마는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고 봐야 하겠지. 해줄 수 있는 것은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라"는 충고였다. 내 말을 들을 적마다 하는 말이 "저는 게을러서요..."

몇일 전에 내 처가 그 부인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조만간 콩팥을 청소해야 할 지경에 왔다는구먼. Kidney Dilation이라고, 일주일에 두-세번 기계에 몸을 맡겨서 피 안의 '글루코스'와 물을 기계로 제거한다누먼. 그걸 정규적으로 잘 하면 몇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하나, 본인이나 부인이 얼마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하겠는가?

똑똑한 사람의 판단이 이런 정도였고 평생의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 이러한 말기증세로 생명을 단축해야 한다니......어찌 자기 건강에 관한 일을 '게을러서요'라며 도무지 바꾸려고 하지 않으니 정신세계에서 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그리 쉽게 고칠 수가 있으리오.

내 자신 오줌을 하루에도 여러번 누면서 비록 힘없는 쪼록쪼록의 오줌줄기라도 그나마 나와주는 것 만으로도 늘 감사한다. 누가 더 멀리 오줌을 갈기는 가를 다른 꼬맹이들과 경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새것이라서 힘차게 멀리 뻗어주었지를.

요즘의 오줌이 힘없이 두 줄기로 갈라져 나와서 가끔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만 그나마 탈없이 나와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겠지비. 이곳 중늙은이들이 앞으로 어떨지 몰라서 어릴 적의 장난을 설마 아직도 하고 있을까? 물론 그래 될 수가 없겠다. 늙어가며 몸의 기능도 노쇄해지거늘 지들이 무시기 슈퍼맨들이라고 옛적의 힘을 뻗칠 수가 없다고 하겠다.

10여년 전에 어느 잘 사는 교인네 집에서 성경공부로 모였었다. 그 집주인은 전남대학교에서 獸醫學(수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유학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저지에는 약품제조회사가 많은데 그들 중에 한 유명회사에 취직해서 잘 나가다가 그 때는 은퇴하고 있을 적이다.

이 양반이 내게 다가와서 묻는 말이 이랬다. 당신은 오줌을 앉아서 누시오, 아니면 서서 누는가? 때로는 앉기도 하지만 오늘은 서서 누었지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걸 어째서 내게 묻는 겁니까 하니, 오줌을 변기 주변에 흘려서......그럼 제가 닦아드릴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요.

그 날 이후로 오줌 눌 적에는 흘리지 않도록 늘 주의한다. 그럴 적 마다 닦어줄 필요가 없는 내 잘못을 궂이 물어서 뭐 하겠다는 건지를 의아해 하게
된다. 손님의 오줌버릇을 고쳐주겠다는 거였던가, 아니면 다 큰 나에게 오줌누기에 한 수 가르쳐주려 했던가?

그 냥반은 내보다 년상이었고 매우 깐깐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과학한 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더라. 잔소리가 몸에 배어서 여편을 늘 들들 볶아대서 시름시름 하더니 얼마 전에 황천행을 했다 합디다. 내야 그의 주위를 더 맴돌 필요가 없어서 그런 피해를 보지 않아 좋았다만, 열린마당에서 또다시 한국의 오줌소태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아서리 근심되는 바가 없지 않다.

자연에 순응하라고. 당연히 올 사안에 개의치 않고 불만의 힌소리로 난척하지만 올 것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생각도 그러 하니 우리들의 몸은 어떠하리. 시절이 가고 때가 바뀌면 삶의 자세도 바꾸어야 한다. 항상 몸에 밴 세상불평이나 하다가 보면 그나마 멀쩡하던 몸도 원치 않은 같은 불편에 희생이 되고 만다구.

禪涅槃

2017-09-12 14:01:23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zenilvana [ 2017-09-13 06:42:57 ] 

이 후배는 개판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매도 많이 맞고 엄하게 자란 덕분에 인성은 착한데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마침 빨빨이 부인을 만나서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았다. 그들은 7-11 간이점을 했으나 이 친구가 한 일은 돈 세는 것과 한국신문들, 후에는 인터넽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개판정치를 비판하는 전문가가 되어 있더군.

아는 것이라고는 그게 전부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인관계에서는 뭐든지 반발하는 부정적 인생을 살았다.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더니 급기야 당뇨병에 걸려서 저녁을 엄청 먹고는 그 앉은 자리에서 골아떨어진다. 한편 그 부인은 영업하는 곳에서 인심 좋기로 소문이 나서 그 도시의 시장이 상장을 수여했을 정도였다.

그의 오빠는 내 후배보다 2년 위인데도 동생처럼 대했고, 그 오빠라는 인간도 지금 양로원에서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번째 결혼한 부인이 부자였는데 madicade를 받기로 하고 다시 이혼하면서 한푼도 남편에게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첫남편의 아들이 한국에 사는데 거기로 떠나 버렸다고.

7-11 하면서 동거한 장모가 가사를 도왔는데, 이 할멈이 체중과다로 stroke으로 쓰러지자 이 친구가 몇년을 돌봐주고, 기저기 갈아주고, 병원에 업고 가고......진짜로 잘 모셨다고. 내가 만났을 적에는 이미 작고한 후라서 만난 적은 없었다. 자기 부모가 미국에 왔을 때는 일체 반가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식당에서 가족이 식사를 하면 아들이 밖에서 서성거릴 정도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않좋았다고.

어째서 내 후배가 인생을 비관적 및 소극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생각되시오? 애비가 좋아야 합네다. 세상을 밝게 그리고 희망적으로 사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맨날 한국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생기지도 않은 미래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결코 자식에게 이롭지가 않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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