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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ㆍ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한반도 평화’를 논하다
작성자 coffee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은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미간 남북간의 긴장고조의 원인과 각자가 생각하는 시각과
나름의 해결방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어보시길 바랍니다.
과연 무엇이 여러분들의 모국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계획한 한반도 정책구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상황관리에만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정 전 장관은 당초 포부를 펼치지 못하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반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겸하고 있는 문 교수는 정부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설명하며 옹호론을 폈다.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할 만한 상황인가 아니면 과도한 우려인가.


정세현 전 장관(이하 정) = 전쟁이라는 게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오판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북한이 먼저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단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이 북한처럼 최고 권력자 말 한마디에 결정되는 체제는 아니다.
결국은 미·중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데 과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중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요란하게 천둥·번개는 치지만 비는 오지 않는(乾打雷 不下雨)’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전망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끝내는 것이다.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문정인 특임교수(이하 문) = 한반도 내 군사 긴장은 6·25 이후 가장 고조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긴장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계획된 전쟁’은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당히 약하다고 본다.
우발적 군사충돌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하는 건 무엇보다 북한이 어느 정도 핵억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에도, 미국·중국과도 대화 채널이 있어서 이를 통해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는 게 우려스럽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 태도가 강경하게 돌아섰다.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정책 수정인가.


정 =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이제는 중간에 궤도를 수정하기도 어렵게 되지 않았나 그런 걱정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얘기들을 취임 후 다 잊어버린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물론 북한이 문 대통령을 어렵게 만든 측면은 있다.
그래도 후보 시절에 했던 말이 있고, 공약이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액션은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핵 문제는 북핵 문제대로 풀되, 남북관계는 빠르게 복원해 다자회담에서 우리 입지를 높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
취임 후 보름 정도 됐을 때 5·24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한 무력시위도 수위를 조절하지 않았을까.
남북관계에 숨통이 조금 트였더라면 미국 목소리를 복창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 대통령에게 아직 초심이 남아 있다고 본다. 대통령 연설문에 그런 게 나타나 있다.
7월6일 베를린 구상,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문을 봐라.
과정으로서의 평화, 즉 남북 간 화해협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분명히 담겨 있다.
문제는 북한에서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모순을 범하고 있다. 북핵은 북핵이고,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니까 병행추진하자는 게 북한 기본 입장이었는데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 그런 시도들을 보였을 때 화답을 하고 나왔어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당신이 그래 봤자 북한은 안 나와’ 이런 식으로, 미국 측에 완전히 비아냥을 당했다.
북한은 매일 우리에게 역지사지하라고 하지만 북한이야말로 우리에 대한 역지사지가 부족하다. 정부가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화답을 안 해주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계속해버리면 대통령이 초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그런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 = 문 교수 말씀처럼 베를린 구상,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은 초심이다.
그러나 베를린 구상 연설 직후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나온 공동성명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이번 유엔총회 이후에도 한·미·일 정상회담하고는 완전 딴소리가 나왔다.
국 따로 밥 따로다.
나도 대통령의 초심이 남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초심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7월7일과 8일 이야기가 다르다. 유엔총회에서 평화라는 이야기를 32번이나 썼는데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서는 지금은 제재·압박할 때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북한이 남쪽을 안 도와준다는 말을 했는데 정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북한이 남쪽을 도울 것이라고 전제를 하고 정책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 북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대화도 흥미 없다.
북한은 핵무력이 완성될 때까지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봐야 하나.


문 = 북·미대화에 관심이 없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한다.
대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1.5트랙을 통해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하고 뉴욕 채널을 통해 이런 의사를 계속 보낸다.
문제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 쪽에서 정리가 안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대화파의 입지도 급격히 약화됐다.

우리하고 대화 안 하는 이유는 전 이렇게 본다.
북한의 멘털리티는 간단하다. 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하고만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한국은 미국의 괴뢰며, 괴뢰 수장인 미국과 대화하면 한국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다.
문 대통령의 모순은 북한의 모순 때문이다.
사람들이 문 대통령 때문이라고 비판하지만 이건 북한이 가진 자기모순 때문이다.
타율에 의한 모순이지 자율에 의한 모순이 아니다.


정 = 북한이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초심을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을 만났을 때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주는 것까진 좋다. 한·미 공조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틈새를 벌려가려는 노력은 계속했어야 한다.
그걸 안 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문재인 정부 노력이 하나도 안 보였기 때문이다.


문 = 그 말씀에는 동의 못하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래 북한이 미사일을 10번 쐈다.
핵실험도 한 번 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 출범한 지 140일 됐으니 14일마다 한 번씩 쏜 셈이다.
대통령과 안보실에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위기의 안정적 관리다. 이를 위해선 한·미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국의 선제적 군사행동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그게 반비례를 가져오면서 북한의 의심을 사게 하고 북한과의 전략적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생겼다.
그러나 이를 두고 ‘파우스트적 흥정’을 하는 것 아니냐, 당장 급한 거 보다가 큰 그림 놓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그걸 고치기 위해 때마다 8·15 경축사, 유엔 연설 등을 통해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정 = 문 대통령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설명 잘하셨는데, 우리 정부 목표가 위기관리라면 한·미 공조라는 이름으로 미국 편에 서는 것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서서 양쪽을 뜯어말리는 편이 낫다.
미국에 북한을 자극하는 험한 말을 한순간만 참으면 도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안 하니까 트럼프는 기고만장한다.
그러면서 긴장을 최고로 고조시켜놓고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남북관계 복원, 정부 선제적 역할 아쉬워”
.
- 북한이 위기 고조행위를 할 때 한국이 대응하는 방식은 사드 배치,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 핵잠수함 도입 등 군사장비 확충이었다.
이게 맞는 대응인지 의문스럽다.


정 = 이번 뉴욕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를 구입하고 기술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결국 돈이 들어가는 문제다.
북한이 무력시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 던져서 대응하는 식으로 요란하게 정세를 긴장시켜놓고 그 와중에 무기를 팔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성동격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심은 무기 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기에 말려들어가면 안된다.
안보 명분으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샀는지, 혹은 겁나서 멋모르고 부르는 게 값으로 산 건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게 미사일 사거리 늘리고 핵잠수함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시급하다.


문 = 물론 무기 구입이 최우선 순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는 이런 거 하나도 안 했다.
문 대통령은 가시적으로 뭔가 보여주려 한다. 진짜로 유사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쇼라고 봤는데 이게 필요하다.

그래야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작동할 수 있다.
군이 실전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잠수함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좋은 무기체계인가에 대해서 나는 회의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것들은 문 대통령이 말하던 자주국방 맥락하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정 =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달라야 할 부분이 있다.
앞에 두 정부는 ‘피스 키핑’(평화 유지)이라는 명분으로 무기 사고 한·미동맹을 외치면 됐지만,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진보정권은 ‘피스 키핑’과 ‘피스 메이킹’(평화 구축) 프로세스를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 그렇지 않다. 불안정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군사적 증강을 통해 불안전한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 ‘피스 키핑’ 개념이고, ‘피스 메이킹’은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 장기적으로는 군축,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교류협력을 통한 남북 간 신뢰 구축, 남북적십자회담 등 인도적 지원을 통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는 것이다.
그다음은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건 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핵심공약이었고 여전히 유효하다.


- 북한도 문제지만 미국도 상당한 문제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준비가 안돼 있고 미국 대통령은 종잡을 수 없이 충동적이다.
이런 미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 =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야 안보가 확실해진다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더라.
물론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옵션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전 협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무기도 살 거 있으면 사줘야 한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받게 된다.
5000만 국민들이 안보불안과 전쟁공포 속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을 전쟁공포나 안보불안에서 해방시키려면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


문 = 우리 정부 대미정책은 북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고, 북한을 비핵화하는 데 공동보조를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초심에 기반을 둔 대미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저지하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가급적 빨리 재가동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재와 압박을 넘어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백악관 핵심인사 라인만 가지고는 제약이 있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통령과 국민들 입장을 전하고, 미국 의회 상대로도 적극적 외교를 하고, 워싱턴 싱크탱크에 사람들을 보내 공공외교를 강화하는 등 가능한 채널을 풀가동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 장관 말씀처럼 한국이 미국에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미외교의 반전을 꾀해야 한다.
심호흡하고 큰 그림을 그리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 = 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걸 누가 조율하고 지휘할 것이냐가 문제다.
미 의회, 싱크탱크를 상대로 설득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누가 짜고 실행하느냐는 말이다.
정부는 부처마다 자신들의 ‘데일리 오퍼레이션’에 함몰돼 큰 그림을 못 보고 매일 일어나는 사건에 대응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지금 이 정부 안에 없다.

국민들의 북한 인식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경하다.
대단히 합리적인 이야기까지 종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소화가 안되는 경향이 있다.
대북 인식이 이렇게 악화된 원인이 무엇일까.


문 =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이 될 수는 없지만 핵무기를 가진 국가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런 객관적 현실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협상은 불가능하다.
동결을 대화의 입구에 두고 핵시설과 물질 검증 등 과정을 밟아가되, 핵의 완전하고도 불가역적 폐기는 더 오랜 시간을 들여 해나가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

이게 미국 내 주류들 생각이다.
나도 그 그룹에 속해 그 의견을 만들어낸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나를 종북이라고 한다.
나는 이념적으로 좌편향도, 우편향도 아니고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
단순하게 국익만 생각하고 상식과 순리에 따라 판단하려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갈라져 있다.
국가안보도 국익이 아니라 이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봐서 어려운 거다. 국익이라고 하는 건 국민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게 우선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정 = 60대와 70대는 반북 정서를 갖고 있다.
한국전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2040세대는 반북이 아니라 혐북이다.
반북은 배경이라도 있는데 혐북은 본인이 체험조차 하지 않고 미워한다. 이런 인식이 어디서 왔겠나.

결국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반북·혐북적 사고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시행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그쪽으로 흐른 것이 큰 원인이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니까 북한 문제를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다.
국민들 대북 인식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북한 문제를 선과 악을 구분하는 문제로만 인식하니까 어느 대통령이 와도 북한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실적 정책을 만들기가 어렵다.


- 북한 핵프로그램이 마지막 단계를 넘고 있다. 정부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정 = 문 대통령 임기가 4년 남았다.
그 안에 북한이 완전한 핵무장 국가로 등장하고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다음 정부가 힘들 것이다.
이 정부도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니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된다는 태도를 취해선 안된다.
북한은 국가 핵무력이 거의 완성 단계에 진입한 완결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을 그렇게 길게 돌린 걸 보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본다.
하루라도 빨리 6자회담을 열어 여기서 스톱시키자고 미국에 이야기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물밑 대화, 비공개 대화가 필요하다.


문 = 그 말씀에 동의한다.
우선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전술핵을 배치해 핵 대 핵으로 가자고 하는 건 상호확증파괴를 재촉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지적할 것은 시간이 우리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 20개 가질 때와 100개 가질 때는 협상 조건이 달라진다. 빨리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가진 핵무기를 뺏으려고 하면 전혀 진전이 없을 것이다.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주장한 대로 ‘4NO’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탄두를 실전배치하지 못하도록 하고(no use),
핵을 더 만들거나 핵실험을 못하게 하고(no more),
더 고도화시키지 못하도록 하고(no better),
제3국에 핵물질이나 기술 이전을 못하도록 하는 것(no export)이

1차적 목표가 돼야 한다.

이것은 우리 운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재앙으로 간다.
문재인 정부 동안 북한이 핵동결하고 ‘4NO’를 한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북한이 참여 안 한다면 북한을 뺀 나머지 5개국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중·러의 안과 한·미·일 3국 패러다임이 서로 경합하는 모습인데 한국이 나서 양쪽을 패키징해야 한다.


정 = 빨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논리는 이렇게 구성해야 한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10개 됐는데도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은 시간에 비례해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대화가 아닌 제재를 통해 굴복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어차피 대화로 가야 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시작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 북핵 문제가 시작된 지 25년이 넘었다. 이 문제가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의 일부가 돼 한국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로로서 좌절감에 빠진 문재인 정부에 조언을 해줄 것은 없나.


문 =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문 대통령이 처한 객관적 상황에 대해 국민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누가 북한을 통제불능 정권으로 만들었나.

코리아패싱이 왜 생겼나.

미·중 샌드위치는 왜 생겼나.

지난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국제공조를 통해 하겠다고 외주를 준 결과다.
사드도 박근혜 정부 때 결정한 것 아닌가.
이전 정부에서 어렵게 만든 상황을 이어받은 것이다.
내가 아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우리가 지난 9년간 안보 어떻게 했는데 할 말 뭐가 있겠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데 지금 안보 책임을 다 문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의 역사성을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나.
문 대통령은 촛불민심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촛불민심은 대화하는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타결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려 남북경제공동체 만들고 새로운 국방의 프런티어로 나간다는 게 문 대통령 기본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이걸 배신하겠나.
140일밖에 안된 정부에 대해 너무 많은 요구와 너무 많은 질책을 한다.
북핵은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 = 140일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정치에서 1일은 범부의 1년보다 길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의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의 문제다.
140일 동안 아무것도 못했다면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럼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미·중 간 문제로 발전했다며 10년 전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핵 문제가 너무 진전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탄을 한다. 잘못된 이야기다.
미국이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 때 약속한 대로, 북한의 핵활동을 동결시켰던 반대급부는 북·미 수교협상 개시였다.
수교와 핵활동 중단이 트레이드된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되긴 했지만 원칙은 그대로다.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9~10년 해법이나 23년 전 해법이나 똑같다.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교환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궁극적 해법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한국이 이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경향신문

2017-10-03 03:33:59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ekim06492 [ 2017-10-03 15:55:06 ] 

한가지 공통점은 둘다 종북이라는 것. 읽어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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