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진 민초들의 촛불시민혁명과 함께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전모가 드러나며 탄핵이 불가피해질 즈음 사실 나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우의 수들을 생각했겠지. 본인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아니었다면 진짜 푼수에 불과하고.
그중의 하나가 몰래 튀는 것이었지. 망명이라 해도 좋고. 야반도주라 해도 좋고. 돈이야 해외에 묻어둔 것으로 살면 되고. 개인적으론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생각헸으나 결국 못했어.
그게 아니라면 이실직고 하고 내가 죽일년이다, 용서를빈다 하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민초들의 감정이 얼마나 빨리 돌아섰겠어. 그리고 다음 정권이 누가 됐던 살려달라 했으면 한 1-2년 사는척 하다가 슬그머니 나올 수 있었잖아. 그러면서 가진 것 많으니 또 남은 인생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였는데 이것도 놓쳤지. 본인은 그럴 생각이 있었겠지만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놈들이 극구 말렸겠지. 지들이 죽겠거든. 헌재에서 꼴통같은 변호인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그럴만두 해. 이 번 경우는 민초들의 혁명이란 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머리를 숙였어야지. 결국 국민들한테 맞서다 탄핵되고 구속되고 말이야. 그놈들이 망쳤지.
이번에도 변호하던 놈들이 또 사표내고 그만 두었는데 말로는 박근혜가 결정한 일이라 하지만 어째 헌재 경우와 흡사하단 말이야. 두 번 죽이는 거지. 대법원장이 바뀌고 재구속이 결정되자 힘들겠다는 것을 알아차린 변호인단 놈들이 꼬셨겠지. 전혀 남는 것도 없이 헛발질하게 생겼거든. 박근혜 머리로 그런 글을 썼겠냐구. 차라리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용서를 구하니 살려달라 했으면 어쩌겠어. 살려줘야지. 그런데 거꾸로 국민들한테 또 한 번 맞선 것이야. 누구의 설계인지는 모르겠으나 망쳤어.
순실이가 배신을 때린거라고 외쳤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놈도 없고, 소위 대통령을 했다는 사람의 말이 완전 애들 장난같은 표현이잖아. 대통령이 얼마나 허접하게 보였으면 갖고 놀다가 배신을 때렸겠나.
재판인들의 말대로 모든 불이익이 박근혜한테 더블 트리플로 돌아간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탄핵과 구속 떄와 너무나 흡사하잖아.
창조이래 자고로 정권 쥐고 칼자루 잡은놈한테 맨손으로 덤비는 것 만큼 무모한 일이 어디있나. 더구나 민초들의 혁명으로 세운 정권이라면 누가 말릴 수 있나 말이야. 빤한 이치인데도 덤벼라 덤벼라 꼬시고, 그 꼬심에 넘어가고. 맹구 드라마나 삼룡이 드라마 보는 것 같잖아.
이젠 늦은 것 같아. 용서를 빈다해도 그건 악어의 눈물쯤으로 비추일테니 말이야. 현정권을 아무리 욕해봤자 민초들의 용서가 있기 전엔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더 살아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