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행세하는 동안 왕국의 개돼지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모아 놓은 왕국의 곳간을 자기 마음대로 마구 털어 자신의 배를 가득 채운 대왕쥐 한마리가 있었다. 결국 왕국을 거덜내고 물러나려니 후환이 두려웠던 대왕쥐는 그 다음 차례가 된 암닭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수명을 다 할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기로 결심했다.
왕위를 놓고 암닭과 경쟁하는 황소의 위세가 만만치 않자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암 닭을 왕으로 만들려 했고 이 방법이 먹혀 마침내 암닭이 권좌에 올랐다. 머리가 없어 늘 칠푼이라고 놀림을 받던 암닭은 사납기로 소문났던 그 애비 숫닭이 남기고 간 영향력과 대왕쥐가 사용한 꼼수로 왕좌에 올랐지만 예상대로 왕권을 행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암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선 알이나 품고 있었고 보이는 곳에선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정작 뒤에서 왕국을 주무르고, 물고, 빤 자는 암닭이 의지하고 맡긴 사악하고 표독스럽기 한없는 암여우였다. 그렇지 않아도 거덜난 왕국에서 신음하던 개돼지들은 이런 모든 것들이 밝혀지자 혁명적 봉기를 통해 암닭과 암여우를 몰아내 철창에 가두고 새로운 왕을 뽑았는데 그는 다름아닌 전에 암닭과 왕위를 놓고 겨루던 황소였다.
왕국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황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며 옆동네 왕들과도 화친하고 오직 쓰러져 가는 왕국건설과 개돼지들의 영광스러운 미래를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왕국의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기운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암닭과 암여우와 대왕쥐를 처단하라는 요구가 봇물터지듯 하여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죄를 하나하나 묻고 있는 지경에 있었는데…..
권좌에서 물러나 120억을 홋가하는 300평 고대광실 아방궁을 만들어 담장을 높히 쌓고 그 위에 철조망을 치고 또 그 위에는 감시경을 달아 놓고 쥐굴에 몸을 숨기고 있던 대왕쥐는 자신의 죄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생포의 날이 닥아오자 똘만이들을 대동하고 쥐굴에서 나와 오늘 아침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방적인 회견을 했다. 거짓으로 똘똘뭉친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나마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읽는 내내 헛기침으로 일관했다.
권좌에 있을 때 그를 추종하던 무리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나마 마지막까지 진골성골을 주장하던 무리 몇 명마저 생포된 후 주군이 저지른 비리를 몽조리 불어버리자 자신의 최후를 감지한 대왕쥐는 마지막 남은 허접한 똘만이 몇을 데리고 나와 항복선언을 한 것이다.
회견 내용은 너무 허접하여 다시 옮길거리도 되지 못하지만 항복을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을 따르는 무리가 있을성 싶어 은근슬쩍 보수의 대동단결을 끼워 넣었는데 완전 이팔 망통이 되어 버렸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마당에 대왕쥐와 엮이는 것이 메스껍고 더러워 똥을 피해가듯 피해가고 있다는 소문이 왕국 안밖으로 파다하다.
곧 생포영장이 떨어지고 철창행을 보겠지만 부디 늙은 나이에도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오래 국립호텔 무상급식 받으시며 사시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