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봉황이 닭기 무리에 섞이면 구박받는다
작성자 zenilvana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3번 등산을 한다. 오늘이 그 첫번째 날이라서 길을 나섰으나 이곳에 와서 처음 당하는 추운 날씨라서 30분 정도 걷고는 돌아오고 말았다. 마침 오른쪽 '많이 본 기사'난에 금년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찬 바람을 맞으며 걷는 동안에 내 처가 'Unbelievable Story'란 한국 일요방송에서 어제 시청했던 미국 이야기를 해주었다. 약 150년 전에 미국의 어느 병원에서 있었다는 줄거리가 이랬다.

A와 B의 두개 병동들이 있었는데, B병동의 환자가 늘 20% 가량 더 많이 죽어나갔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모두들 여겼으나 그 원인을 모랐다가 한 의사 및 병리학자가 병균이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해서 의료진 모두에게 항상 손을 싰고 환자를 대하라고 제안하였다고.

모두들 그를 정신나간 사람으로 여기고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도리어 그를 병원에서 쫒아내고 말았다는 거다. 진실을 말해주어도 받아주지 않는 세상인심을 비관하다가 시를시름 죽고 말았다. 당시에 어떤 외과의사가 수술하다가 살작 손을 베었었는데 그마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신이 번쩍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모종의 병균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놀래서 먼저 경고한 의사가 시키는 대로 즙기와 손을 싰기에 이르렀다. 그후에 그 병동에서는 더 이상 사망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마침내 사람들이 그의 동상을 세우고 난리부르스를 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실로 수두록 닥상으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진다. 또 하나의 예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자기의 농노를 해방했고, 그가 다니던 교회의 예수쟁이들에게 인간애라는 것, 즉 휴머니즘 정신을 발휘하라고 늘 주장했다가 그 공동체에서 배척받아서 결국 어느 초라한 시골 정거장에서 혼자 죽어갔다.

내 서재의 창문 넘어로 닭기들의 움직임을 바라다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닭대가리라고 경멸하지만 이들도 일단 배워 놓으면 놀랍게도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

지난 봄의 11마리가 지금은 7마리로 줄어들었다. 무슨 동물인지 모른다. 닭장 안에 또 하나의 잠자리 칸막이를 해서 서너 주 전에 다시 잃을 번 했다가 깃털만 뽑히고 말았다. 검정색의 촘촘한 그물로 입구를 막아놓았더니 들어갈 줄을 몰라서 처음에는 열어주고 닫아두고 했다가 몇일 후에 지들이 알아서 들락거리도록 놔두었다.

헌데 재미있는 사실은 일단 배웠으면 겉으로 꽉 막혀보이는 그물을 밀고 들어가고 나오고 한다. 문제는 생각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단지 습관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사실......사람도 이같은 "습관의 동물"이 될 경우에는 앞에 말한 봉황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같은 현상이 늘 벌어진다. 고착된 볼멘 소리가 이렇쿵 저렇쿵 댓글로 들려온다. 닭기 대가리와 뭐가 다른가? 너나 나나 다 이러고 사는 우리들의 생태를 어찌 봐주어야 할지...... 꽉 막힌 문재통인가, 생각성있는 홍준표인가? 아니면 막말의 트럼프일까? 아무튼 달기 속의 봉황은 괄세를 당한다.

禪涅槃

2018-02-19 10:25:35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전자신문
주간운세
시민권 취득 예상문제
운전면허 예상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