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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찌기 미국에 이민온 게 잘한 건가?
작성자 zenilvana

거의 50여년에 이르기 까지 물어온 질문이다. 미국동포들의 거의 전부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영주권을 손에 쥐고 한국을 떠난 사람이었기에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초창기에는 그러한 질문을 던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몇년을 최하층의 막노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야심에 불타있었다. 한국이 잘 부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4년 후에 겨우 여비를 마련하고 한국에 홀로 남은 어머님을 처음 찾아 보게 된다.

그 날 이후로 매년 그런 이유로 서울을 18년간 들락거리면서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돌아가서 옛 경력을 살려서 다시 출세의 길을 되찾을 수가 있었던 처지였다. 대학동창들의 사무실을 찾아갈 량이면 사장이니 전무니 이사니 하면서 자기네의 넓직한 방을 자랑삼아 보여주며 의시댔다.

"야! 내 나이 갓 30에 재벌기업의 첫 해외지사를 차리다 돌아와서 초창기 본부장과 총수의 비서를 했을 적에 너희들은 어느 구석에서 뭐 하며 빌빌했었냐? 다 부질없는 수작이다....".하는 속삭임이 마음 속에서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몇년 후......10년이 넘을까 말까 하는 50세 중반에 모두들 강제로 은퇴를 당하고 파고다 공원을 어정거렸을지, 아니면 기원에 마주 앉아 바둑판을 들여다 보았지 않았겠나? 혹시 운때가 좋아서 60세까지 그 넘의 웃자리를 지켰다면 내가 부러워할 수도 있었겠지.

SK Group의 창업자 최종건 회장님이 어느날 공항으로 따라나서라고 했다. 김포가도를 달리는 그의 자가용인 Lincoln Continental의 뒷좌석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너는 집에 가면 뭐 하냐?" 천만뜻밖의 질문이었다. 실상 집에 드는 시간은 밤 9시가 넘는게 보통이었다.

"네..., 집에 가면 곧장 AFKN 미군 TV방송을 봅니다"

"요즘 세상에 영어만 잘 해선 않돼. 일본말도 잘 해야 한다. 오늘 같은 날에는 비서가 공항에 나가서 손님을 영접해야 하는데......이게 뭐냐! 그리구 너는 '사이끼레'가 부족해!" (일본사람들의 굽실거리는 태도를 말한다.)

알고 보니 최회장은 이후락씨의 일본 여자친구들 두명을 VIP 통관절차를 거처서 그 통로로 맞이하려던 참이었다.

나는 굽실거리며 남에게 부탁하는 체질이 아니다. 뉴욕에는 내 대학의 선-후배가 한국의 여러 은행 간부로 일하고 있었던 바라 그들을 끼고 은행돈으로 한국상품을 수입해서 '부로드웨이' 도매상가에 뿌릴 수가 있었다. 당연히 뇌물 수수가 거기에 있어야 가능했지를.

실제로 내 대학선배 여럿이 그런 일로 돈을 벌고 있었다. 나는 한번도 그런 사업수단을 발동해 본 적이 없다. 최근에 와서야 겨우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했었으면 내 팔자가 다르게 풀렸을 것을.......하는 감을 잡았다. 이런 경우를 용렬하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고생을 감내하던 남어지 내 팔자가 그래 힘들게 풀릴 이유가 뭔가를 찾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많은 서적들을.

거기서 깨닯은 것은 뭐냐? "세상은 늘 변한다. 그리고 공허하다. 즉 This world is impermanent and empty in mind. 세상은 늘 변하는데 마음은 늘 허상을 쫒는다고. 金剛經(금강경)의 골짜란다. 결국 헛된 일이더군. 싫으나 좋으나......내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나이에 이루지 못한 과거의 富貴榮華(부귀영화)를 꿈꾸어 본다는 것은 허황된 일이겠지.

그 양반은 재벌의 큰 기틀을 이루는 과정에서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하였고, 그의 동생인 최종현씨도 내 나이 쯤에 더 크게 이루고 타계하고 말았다. 그의 아들이 두 선친들이 세운 기업을 이어 받아서 한국에 몇째 가는 재벌기업을 운영한답시고 감옥엘 드나들었고, 최근에는 라오스에서 땜건설을 하다가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돈을 번다는 것이 이렇다.

그건 그렇고, 내가 조국을 버리고 이국땅에서 허우적거렸을 적에 한국에서는 내 친구들이 목에 힘을 주었고,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아파트는 호화판의 극을 달했다. 그걸 보고 내 안사람은 한국은 모두가 다 잘 산다고 자주 들먹인다. 너도 나도 아파트를 사제끼느라고 동분서주 하다가, 오늘 현재 그 가치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와있다. 한국의 일인당 재산 정도는 대략 3억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군. 미국돈으로 $30만불 정도......아파트 값을 포함해서리.

한국은 앞으로 20여년의 장기불황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문정권이 재벌기업들을 분해해서 저소득층에게 그 富(부)를 나누어 주겠다고 설친다. 그런 맥락에서 최저임금을 높여서 자영업자들이 더 많은 젊은이들을 고용하게 하겠다고. 기업의 생산이 부진한데 어찌 국민소득이 증대하간? 재미있는 통계숫자가 나오길, 최근에 문재통의 인기도가 오랜 만에 60% 아래로 떨어졌는데 그 원인은 20대의 청년층이 현 정부를 탐탁치 않게 여기게 되었고, 5-60층의 노인들도 먹고 살기가 어려워 한다노만.

내가 속한 7-80대의 고령층은 아예 저축이라곤 없는 형편이란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에 내가 30대에 무작정 이민한 것이 과연 잘 한 일이냐? 물으나 마나다. 큰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내 남은 생애에 거리로 나앉을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내 3명의 딸들은 모두가 다 잘 사는지라, 혹시 그럴 경우가 있더라도 저희들 부모의 처지를 구경만 하겠는가? 물론 그렇게 손내밀 가능성은 전혀 없다만. 세상은 돌고 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U2t2pXhiA&t=4s

禪涅槃

2018-07-27

2018-07-31 16:43:35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2   alexander [ 2018-08-01 03:25:54 ] 

4-50년 전에 이민온 사람들 대부분이 미국에 잘 왔다고 하드군.
돈을 벌고 못벌고가 아니라, 미국생활의 삶의 질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

맑은공기, 남과 비교의식 안해도 되고, 덜떨어진 정치행태 안봐도
되니 스트레스가 그만큼 줄어들어 편하다는 생각이 아마 가장 큰
이유일듯 합니다.

1   zenilvana [ 2018-07-31 16:57:29 ] 

낙후된 열당엔 동영상이 올라붙지 않는다. 한번 경청할만한 자료입니다.빠뜨리지 말고 꼭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U2t2pXhiA&t=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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