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쇠주라는 술을 반세기 만에 처음 맛을 보았다. 주로 맥주를 가끔 마셔온 사람으로서는 그게 설탕물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맹탕의 그 무었이었다. 포도주맛이란 것이 어떤지 알고 있고, 위스키의 짜릇한 것에 익숙한 입맛에 비하면 술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예전에 眞露(진로)소주가 '참이슬'로 둔갑했는지는 모르나 50년 전의 그 맛이나 오늘날의 그것에는 별반 변한 것이 없더군. 다른 것이 있다면 달치근한게 알콜성분이 들어있는 가를 의심할 정도로 맹물에 가까웠다. 그래도 17도에 이른다 하니 놀라울 정도다.
포도주는 대략 11-12도인 것에 비하면 술기운이 거기에 있음직하다만 달꼼한 맹물을 '스무스'(smooth) 하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니 나로서는 술을 마시는 것 같지가 않더군. 그래 놓으니 소줏병을 여럿 비운다는 말이 나올 법 하다. 위스키의 알콜농도는 대략 4-50%라고 하니 한국의 쇠주는 한참 모자라는 술기운이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소주는 원래 몽고군에게서 전래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쌀을 발효시켜서 증류한 것으로 한 때는 50도에 이르기 까지 했었다고 하나 해방 후에 식량사정이 시원치 않아서 곡식을 사용하지 못하고 해서 대신에 감자, 밀,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 등의 전분을 첨가하면서 고유의 향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그 후에는 에타놀과 같은 알콜의 진액에 물을 탄 무색투명한 희석주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16.8%에서 53%까지 다양했는데 이즘에는 점점 더 소위 부드러운 저도수의 것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더 낮은 돗수까지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젊은 여성들조차 쇠주군상에 가담하기 때문이라고.
위스키도 결국 에타놀의 진국, 즉 spirit(酒精:주정)에서 비롯했으나 도토리 나무통에 오래 저장하면서 특유의 나무향기가 배어들게 하는 과정에 비하면 한국의 쇠주라는 것은 완전한 화공약품의 별난 맛을 가공처리한 것이라서 값이 싼 장점이 있으나 술 나름의 특이한 자연적 향미(香味)라는 것은 없다.
하긴 그런 대로의 입맛에 젖어있으면 서민들에게 별 거부반응을 초래시킬 이유는 없겠지. 세상일이란 정들어 친해지면 서양의 위스키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겠다. 러시아의 보드카가 솔잎향을 풍기는 것에 비하면 반세기 전의 송진맛은 무슨 이유로 해서 사라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