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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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민주(酒) 라고 할수있는 소주 (燒酒)
작성자 alexander

나는 젊었을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맥주는 감히 엄두도 못냈다.
당시 맥주 마시는 사람들은 그래도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이었지.

어쩌다 일년에 한두번 정도 맥주집에 들려서 마시긴 했는데
그것도 남들이 사준걸 공짜로 얻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맥주라면 OB 와 Crown 이 대표적 한국맥주였는데, 그래도
OB맥주가 더 인기가 있었다. 지금의 cass 맥주가 바로 옛날 OB 다.

그래서 맨날 마시는게 막걸리 아니면 소주였다.

그때만 해도 양주란건 구경도 못했다. 국산양주가 나오기 전이니까
양주 라면 외국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기내 (機內) 면세점에서 한두병씩
사들고 와서 자랑을 하곤 했으니까 일반사람들이 양주를 맘대로
마실 기회가 없었던건 당연하다.

한국사람에게 양주라면 johnny walker (red or black) 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었다. Scotland 산 양주라고 해서 스캇치 혹은
스캇치 위스키 라고 불렀지.

( 미국에 와서 보니 Johnny Walker 란 위스키가 아주 고급에
속하드구만.)

그래서 부담없이 마셨던 술이 바로 막걸리와 소주였다.

당시 막걸리는 골목마다 허름한 1-2평 짜리 좁은 가게에서 팔았는데
노가다들이 일을 마치고 나서 커다란 대접 (대폿잔이라고 했다)
에 가득 막걸리를 부어 꿀꺽꿀꺽 드리키고 안주로 소금이나
김치 한조각을 질겅질겅 씹는게 전부였으니 보릿고개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을 할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부터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 했는데,
동기생중에 양조장을 하는넘이 있어서 방과후면 맨날 그 집에
놀러가서 막걸리, 그것도 원액 (원액에다 물을 3배 정도 부어서
막걸리 파는집에 배달을 함) 을 한사발씩 마시고 안주로 소금을
조금씩 먹었는데, 원액 한사발 마시면 그냥 아딸딸 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소주는 주로 식당에서 얼큰한 매운탕이나 생선회를 주문 할때면
빠질수 없는게 소주다. (당시 갈비나 돼지 삼겹살 정도를 바베큐
해 먹을수 있는 사람들은 돈푼깨나 있는 부류들이었다.)

소주는 진로 (요즘 참이슬)를 주로 마셨는데 당시 도수는 25도 였다.

소주와 막걸리는 포도주나 양주처럼 한잔 마시고 난후의 뒷맛을 음미
하면서 즐기는 술이 아니다.

그냥 무대뽀로 마시고 취하는 술이지.

그래서 소주는 한잔을 들이키자 말자 안주가 바로 입으로 들어가야만
하는게 정석이다. 소주 뒷맛이 어떻쿵 저떻쿵 할 시간이 없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소주 한두병 두세병은 거뜬히
비우게 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나중에 식당에서 나올때는
신발을 못찾을 정도로 비틀거리게 되는것이다.

당시 막걸리는 계속 발효가 되는탓에 이틀만 지나면 식초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을 할수가 없었다. 양조장에서
배달 받자말자 하후나 이틀만에 다 팔아야 했다.

요즘은 막걸리에 들어있는 유산균을 전부 살균 밀봉을 하니까 유효기간이
일년이나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국의 막걸리 맛을 볼수가 있다.

대신에 막걸리에 포함되어 있는 몸에 좋은 유산균이 없으니 좀
아쉽다고나 할까.

나는 지금도 집에 월매 막걸리와 참이슬 소주는 항상 냉장고에
비치 되어있고, 밥먹을때 마다 반주로 한두잔씩 마신다.

아마 옛날 보릿고개 못살던 시절에 즐겼던 향수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젠영감은 소주를 반편생에 첨 마셔보았는데 그거 무슨 맛으로
마시냐고 했다. 그동안 그나이에 보릿고개의 삶을 체험도 못하고 상류층
비까번쩍한 분위기에서 양주나 맥주만 마셨든 모양이다.

나와는 class 가 다른 삶을 살아온 젠영감이다.

이렇듯 막걸리와 소주는 한국 서민들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맛이 어떻쿵 뒷맛이 조까타는둥 하는건 뭘 모르는 소리다.

미극에도 한인들이 많이 살고있는 동내의 ABC(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술 판매점) 라면 한국소주를 다 팔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로얄박스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판매가 잘 된다는 뜻이다.

한국마트마다 온갖 종류의 막걸리도 팔고 있으니
미국에서도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좋다.

막걸리와 소주는 뭐니뭐니해도 한국 서민들의 가장 인기있는 술이다.
왜냐하면 부담없이 마실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옛날의 향수 때문에.

2018-09-21 22:45:49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2   jinagada [ 2018-09-22 21:45:46 ] 

쐬주 중에서는 '안동소주' 45도 짜리가 가장 맛이 있습데다.

중국 '마오타이' 동급 돗수와 비교를 해 보면,

안동소주의 마시고 난 후 코 끝에서 느끼는 향의 냄새를
마오타이가 따라오지 못 합니다.

11   yu41pak [ 2018-09-22 21:10:41 ] 

재미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습관상 여길 들리는데 오늘 아침에 이 글을 보고 지금 이 댓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혹 아침부터 술 생각이 나면 어쩌나 싶어 참다가 이제 해가 지기도 했지만 늘 마시던 월매 막걸리 한 병 반을 오늘 몫으로 해 치우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렇지요.
우리들 한 많은 백성들에겐 술이라는 게 따지면 약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소주를 그렇게 잡숫고도 건강 이상 무 할 정도면 대단합니다. 난 이젠 소주는 도수가 높아서 못 마십니다.

고맙습니다.
늘 가식없는 최 선생의 글 고맙게 읽고 있습니다. 특히나 난 한글에 오타가 있으면 대단히 신경을 쓰는 편인데 최 선생은 다른 데서 써 가지고 옮기는 것도 아니고 바로 여기에 그냥 타자를 해서 올리는 글에 그렇게 한글에 띄어쓰기가 완벽한지 대단한 분으로 압니다.

특히나 글제에 올린 글에 띄어쓰기가 틀리면 아시다시피 다른 뜻이 되는 데도 그냥 못 본 척 하시는 분들이 있어 아주 못 마땅합니다.

한글을 배운 우리가 막 써면 후대들을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면에서도 대단히 돋 보입니다.

잘 주무세요.

10   jinagada [ 2018-09-22 00:09:54 ] 

님의 섹스뽕 소리에 반해서
하나 구입해서 연습을 하다가

소리가 제대로 안 나서
현재 창고에 모셔 놓았지요.

매사의 일이
용기만 갖는다고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웁니다.

9   jinagada [ 2018-09-21 23:59:23 ] 

https://youtu.be/CVvKa0Kng2k

고맙습니다.
한 병 더 하게 생겼습니다.,

8   alexander [ 2018-09-21 23:49:42 ] 

돌아가는 한국 생각하지 말고 돌아가는 삼각지 한곡 들으며 소주한잔
하세요. youtube 검색창에 최현마 돌아가는 삼각지 치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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