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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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미 끝난 일을 붙잡고 푸념해 본들
작성자 zenilvana

물가의 오리가 푸른 똥을 싸놨다면 초록색의 뭐를 먹었기 때문에 그런 찌꺼기가 나와야 하겠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과거에 어떤 편력을 살았으면 그 여파가 오래도록 머리에 맴돌게 마련이다. 나는 이것을 無意識(무의식) 속의 과거사라고 불러본다.

잊을 수가 없는 사연들을 꺼내서 씹고 또 씹기를 끊임없이 되색임질을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생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이런 현상을 귀신에 홀려있다고 마태복음 8장 29절에 쓰여있다. 예수님이 福音(복음: 복된 소리)가 들려와도 마음문이 닫혀있어서 듣지를 못한다고.

과거사는 이미 끝난 얘긴데, 왜 이래야 하는 겁니까요? 해답을 얻지 못한 어떤 수학의 공식마냥 머릿속에서 생각에, 또 생각에, 또 생각에, 맴돌면서 자신을 거기에 붙잡아 놓는다는거... 이거 괴로운 일이 아닙니까? 생각지 않으려 해도 거듭거듭 괴롭히는 나의 별것이 아닌 과거사... 이걸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가 있겠오이까?

꿈속에 자주 나타나는 것을 꿈이라고 치더라도, 멀쩡한 대낮에 또 생각키고 또 거기로 계속해서 마음이 쏠린다. 정신이 뭐에 씌운 상태를 영어로 'Spirit(귀신) is haunted'이라는 말을 쓴다.

나 자신이 이런 짓을 하고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여기저기 책장을 넘겨 온지가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래서 무슨 결론을 얻었는가? 궂이 들춰내자면...... '씨세로(Cicero)'의 좌우명 중의 하나가 마음에 와닫는다. "자기가 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염려하지 말라". (The tendency to worry about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or corrected)

즉 변화시키거나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늘 걱정하는 일을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앙금이 잘됐던 않됐던 지금 이 순간을 걱정한들 털끝하나라도 바꿀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뭣 때문에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겁니까?

이런 생각의 연속을 끊고자 禪佛敎(선불교)에서는 坐禪(좌선)하는 수련을 매일 수행한다. 숭산스님이란 고승은 No Mind란 좌우명을 설정해서 제자들에게 강요했었고, 월남의 生佛(생불) '틱 나트한'이라던가 하는 분은 Mindful Now란 것을 주장합디다. 마찬가지로 여러 선각자들이 자기를 망각하는 고행의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를 잊어버리려고 애쓴다.

하물며 나같은 匹夫(필부)가 제 자신도 이처럼 다스리지 못하는 주제에 한 나라의 앞일을 걱정하며 그 장래를 예측하련다는 의견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 되겠지. 더구나 지나간 국제문제와 한반도의 형국이 누구의 잘못이며 뭣 때문에 지금같이 꼬여있는 가를 불평한다는 것은 空念佛(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그것도 같은 장단에 같은 춤을 추는 각설이 타령이 작년에도 왔었고 오늘에도 또 들려오니 하는 말이다. 뭐 새롭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마는 산천은 변할 망정 인심은 아직도 예와 같구나. 과거에 사는 인생은 괴롭다. 자신 뿐만 아니라 남의 기분조차 더 더욱 착잡하게 하는군.

禪涅槃

2018-09-23 16:16:42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bibliatell [ 2018-09-26 11:10:38 ] 

여기에 맞는 하나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각 사람은 자기가 마땅히 생각할 것보다 더 높이 자기에 대하여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믿음의 분량을 나누어 주신대로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라." 롬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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