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서울의 친구가 거긴 내일이 중추절이라면서 안부 글을 보내줘 반갑게 읽었다.
그 친구도 한 때 젊었을 땐 60년 대 초 고대에서 학생회장을 하면서 전국의 대학생회를 이끌고 다녔던 호사가였는데 이젠 중노인이 되어 노년의 외톨이가 되어가는 느낌의 글로 遯世無悶 하고 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해서 이 글은 처음 만난 것이라 여기 저기 두들겨보니 아래와 같았다.
요점만 가지고 왔다.
“ --전략--밑천이 모자랄 때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유럽 사람들은 사고의 한계에 봉착하면 그리스·로마의 고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사색의 밑천을 장만하는 경향이 있다.
한자문화권의 식자층도 고전으로 돌아가는 취향은 마찬가지다.
한자문화권의 3대 고전은
‘당시(唐詩)’, ‘사기(史記)’, ‘주역(周易)’이다.
관점에 따라 선별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세 책은 아시아의 문·사·철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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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를 읽다보면
‘인생의 고통과 남루함에 직면해서도 이를 시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문학적 기백’을 배우고,
‘사기’에서는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의 흥망성쇠는 누구나 겪었던 일이니까,
불행을 당하더라도 너무 아등바등하지 않고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력’을 얻는다.
‘주역’을 통해서는
‘잘 나간다고 너무 즐거워할 일도 아니고, 못 나간다고 해서
너무 절망할 일도 아니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공통적인 핵심은 희망이다.
자살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파 싸움에서 패배하여 적막강산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읽었다는 주역의 괘가 있다.
바로 28번째 ‘택풍대과(澤風大過)’ 괘이다.
앞으로 가자니 강이 가로막고 있고, 뒤에서는 태풍이 몰아붙이는 형국을 상징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가는 형국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때가 닥치면 어떻게 마음을 다져 먹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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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풍대과 괘의 요점은 이렇다.
‘독립불구(獨立不懼)하며 돈세무민(遯世無悶)하나니라’.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과 멀리했어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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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찾아오지 않고, 가족도 만나볼 수 없는 적막강산에서 유배생활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대목은 독립불구 돈세무민이라는 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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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음미하면서 새삼스럽게 나이가 더 해지고 여기에서 오는 무력함을 더 깊게 느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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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추석 잊고 산지 오래된 영원한 이방인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