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한국사람들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고
작성자 zenilvana

맨하탄에 사는 내 큰 딸이 두어주 전에(2015년 4월 초) 한국을 다녀왔었다. 부부동반해서 일주일 동안을 제주도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비행기 및 자동차여행을 하고 뉴욕으로 돌아갔다.

이래야 할 무슨 특별한 행사 즉 occasion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지난해 말에 필라델피아의 박물관을 가족이 구경갔다가 거기서 '래훌(raffle)'이라는 제비뽑기 함에 장난삼아 이름을 적어넣은 것이 특등상에 당첨된 거라. 그 상품이 일주일간 한국관광의 비행기 및 숙박비를 두사람에게만 제공하는 일이 생겨서 그렇게 성사된거라.

이 아이, 실제로 거의 50세(당시 나이) 가까이에 이르는 내 딸이 3살 됐을 적에 이민 길에 올랐던 관계로 한국말을 몇마디 알아듣는 정도에 그치는 지라, 서울에 사는 내 여동생네 식구들을 만나보고 오는 것이 바람직해서 그곳으로 떠나기 전에 내 딸은 영어로, 한국의 내 동생은 한국말로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물론 내가 그 중간에서 두 나랏말을 통역하는 일을 했었지비.

수십년 간 적조했던 사이였던지라, 비록 어렵게 얼굴을 대하고서도 빙긋빙긋 웃다가 헤어질 우려가 다분하다고 생각돼서 양쪽의 사정에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책임으로 알고 성의껏 언어소통에 참가했었다. 예를 들면, 어디서 언제 무슨 방법으로 만날 것인 가가 주로 문제되었다. 내 딸로서는 초행길이 아니었다 마는 요즘처럼 한국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서로 만나는 일이, 더구나 미국에서 간 사람들에게는 심적부담이 될 것은 명약관화라, 즉 불을 보듯 분명한 걱정꺼리가 될 수 있었다.

하여간에 만나는 일이 잘 됐다는 보고가 애쓴 사람으로서는 기다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서 내 누이로 부터 그동안에 수고한 내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진행됐다는 고마움의 표시가 있어야 할것 같은데... 지금까지 그러한 자상함이 없는 거라. 내가 한국사람들의 "무소식이 좋은 소식이란 근성"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바라,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마는 나이도 먹고 그만큼 사회생활을 했으면 그 정도는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지요. 모두들 이런 다니까... 똥누러 갈때 하고 그 후와는 무척 다르게 처신하는 전통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아니나 다를까...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 뉴욕의 내 딸이 내게 전화를 해서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말해주었고, 내 또한 궁금한 것을 일일이 물어봤던 것이다. 그 대화 중에 내 딸이 이런 말을 해서 참으로 의미있는 관찰이랄까, 표현이랄까 하는 놀램을 가지게 되었구먼.

"미국과 비교해서 한국이 어떻게 보이더냐"고 물었지를. 들려오는 말이

"American is free to be stupid, Korean is smart to conform"

내가 얼마 전에서 인터넽에서 본 Walmart의 쇼핑객들의 별의별 희안한 옷차림과 거대한 몸뚱이를 당당히 과시하는 꼴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던 차에 이런 "Free to be stupid"이란 말에 귀가 번쩍뜨이더군. 참으로 그 말이 맞는 말이다라고...

People don't care about others' opinion. They do whatever they want in public.

그러면 한국은 어떠냐? 무척 깨끗한 것이 유별났고, 사람들도 매우 친절했다고... 내 딸의 해석으로는 자기 남편이 미국사람처럼 생겨서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자기한테도 그 덤으로 그런 대우가 따라왔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더군. 다 그러했지는 않았겠지만서도...

내가 다시 묻기를, 그들이 왜 그런 가를 생각해 봤는가? 한국사람들은 어떤 범주랄까 사회의 기대치에 매어사는 것 같은, 그런 인상을 받았다는 거다.(참고로, 내 딸은 Princeton Univ.에서 Cognitive Psychology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를.) 내가 맞장구를 치면서, They stay in line, otherwise treated outcasts 라고 되받으면서 같이 웃었구먼.

실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세계를 이끌고 나가는 그 저력이란 것이 바로 이런 "Freedom to Stupidity"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않된다. '헬리콥타' '로봇트' '컴퓨타' '인터넽' i-Phone i-watch Nano Technology and virtual reality 등등, 별의별 것들, "you name it"... 이런 것들이 처음에는 "어리석은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던 것들이었다.

남이 해놓은 것에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력이 박약한 사회에서는 발전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왜냐? 모두들 남의 눈치에 살고, 남의 흉내에 머물다 보니 무슨 새로운 것이 나오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미친넘들이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요. 여기 창작의 세계에서 고매하신 몇 선생님들을 우리가 그런 의미에서 존경해야 하지요. 물론 펌 잘하는 분들은 별 실속없이 체면치레에 골몰하신다고 할까....

禪涅槃

2018-09-24 13:46:22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전자신문
주간운세
시민권 취득 예상문제
운전면허 예상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