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좌파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다. 진보와 개혁을 좋아하면 좌파라는데 영락없다. 민주화 투쟁을 좋아하고, 야당을 좋아하고, 민주주의를 좋아하고, 친일을 싫어하고 , 정치적 발전을 소망하고, 남북한의 통일을 염원한다. 당연히 정의와 공정을 추구한다. 만약 보수도 동일하게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면 굳이 좌파 우파를 가릴 일도 아니다.
중간선거가 끝나고 어제 백악관에서 각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이 있었다. 갑자기 맨 앞줄에 있던 CNN의 백악관 수석출입기자와 트럼프간 말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2년간 CNN을 가짜뉴스 생산언론으로 지목한 트럼프와 CNN간의 혈투가 대단했지만 이날의 혈투는 정말 볼만했다. 짐 아코스타라는 기자가 트럼프 코 앞에서 트럼프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민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현재 중남미에서 미국 국경으로 오고 있는 캐러번에 대한 질문을 하며 트럼프가 군대까지 동원하여 막는 것은 무슨 처사냐고 따지자 트럼프가 열을 받기 시작하더니 삿대질을 해가며 그놈 마이크를 빼앗으라고 했다. 여기서 현장 상황을 세세히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코스타가 그 다음 질문으로 러시아 문제를 꺼내자 마이크를 빼앗아 옆에 있는 ABC 방송 기자에게 주면서 아코스타 너는 아주 무례한 놈이다, 너는 국민의 적이라고 했다.
대통령 코 앞에서도 마이크를 놓치 않고 바락바락 대들며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겠다는 수석출입기자를 보았다. 큰소리는 아니지만 꾹꾹 참으면서도 삿대질을 해가며 너는 무례하고 국민의 적이니 입닥치고 앉아 있으라고 소리치는 대통령의 모습도 보았다. 민주주의의 진수를 본 순간이었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이 생각났다. 박정희나 전두환이었으면 저런 무례한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렸을텐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 역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좌파이면서도 군사독재에 물든 잔재를 버리지 못했구나. 내 속엔 아직도 꽅통의 잔재가 남아 상황에 따라 좌우로 움직이는 마음을 나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이튿날부터 CNN 짐 아코스타는 백악관 출입이 금지되었고 CNN은 트럼프에게 악을 악을 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