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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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 정희 시리즈(4)
작성자 justin

돈 많이 들어도 좋은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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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호의 증언에 따르면 박정희의 술자리 여인으로는 이미 유명해진 기성 배우보다는 20대 초반의 연예계 지망생이 더 선호됐다.
그중엔 유수한 대학의 연예 관련학과 재학생도 있었다.
박 선호가 구해 온 여자들은 먼저 경호실장 차지철이 심사했다. 차지철은 박 선호에게 『돈은 얼마든지 주더라도 좋은 여자를 구해 오라』고 투정을 부리곤 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채홍사란 중정 의전과장보다도 경호실장 차지철에게 붙여져야 할 이름이었다.

차지철의 심사에 이어 여인들은 술자리에 들어가기 전 경호실의 규칙에 따라 보안서약과 함께 그날의 접대법을 엄격하게 교육받았다. 우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된다, 술자리에 들어가면 대통령을 비롯해서 고위 인사들의 대화 내용에 관심을 표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말을 걸어오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응석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등등이다.


항소심에 들어가 강신옥 변호사는 박선호 피고인으로 하여금 채홍사 일을 진술하게끔 강력한 신문전략으로 나간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 박정희의 술판과 여자를 폭로하는 증언이었다. 대통령의 주색중독과 그로 인한 판단력 마비, 그리고 국가안보 위기, 이것이야말로 「10·26거사」의 정당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변론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10·26거사」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김재규와 박선호 등 피고인들의 죄는 내란 목적 살인에서 단순 살인으로 정상 참작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피고인들에게 극형을 면하게 해주는 길이었다.

항소심으로 가기 전 보통군법회의 4회 공판인 이날 강변호사는 여자문제 신문이 군검찰관의 제지로 벽에 부딪힌데다 박선호도 답변을 거부하자 김재규의 생활태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변호사: 피고인은 김부장님이 대통령 앞에서도 아첨하는 법이 없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거나 대통령과 전화를 할 때도, 피고인이 연결을 시켜주는 관계로, 들은 일도 있다는데 그런 경우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박선호: 그것은 급한 연락사항이 있을 때 부장님께서 각하실로 전화 대라고 하면 연결해 주고 한 일은 있습니다.

변호사: 글쎄, 그때 전화를 듣고 역시 김부장님은 대통령 앞에서도 솔직하게 무슨 말을 하는구나 하는 걸 느낀 것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좀 몇 가지 말할 수 있습니까.

박선호: 모든 사항을 서슴지않고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여러 가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 다른 분 같으면 대통령 앞에서 그런 투로 말하지 않을 텐데 아주 의사를 분명하게 솔직하게 말한다 하는 것을 느꼈다는 말이지요.

박선호: 예, 그래서 항상 제가 존경을 많이 했던 것입니다.

변호사: 또 한번 검찰신문 때도 그렇게 몇 가지 충고와 훈계를 해주었다고 했는데, 특히 피고인에게는 운동도 테니스나 하라고, 피고인에게는 그게 좋다고 훈계했다면서요.

박선호: 수시로 부장님께서 모든 것을 검소하게 하고, 운동 같은 것도 화려함보다는 정구 같은 것을 하라고 말씀하시고,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겸손하라는 말씀을 수시로 하시고 저희들에게 지도의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보통군법회의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박선호는 상당한 심경변화를 일으켰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역사적 증언이나 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치 주색에 빠져 나라를 빼앗긴 군주국의 마지막 왕들을 연상케 하는 얘기가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나 그는 각하의 술자리에 왔다 간 연예계 여인들의 명단을 두고 고민했다. 다음은 10·26사건이 일어난 해를 넘긴 80년 1월23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 설치된 계엄사 고등군법회의 2회공판의 녹음이다.

변호사: 피고인은 1심에서 변호인이 그날 당일 여자 두 사람을 인솔해 온 것을 물었을 때 대답을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심정입니까.

박선호: 그 문제는 제가 답변하게 되면 지금 현재 시내에서 일류배우들로 활동하고 있고 이것이 역효과가 나고 사회적으로 혼란문제가 되고 돌아가신 분에게 욕되고 했기 때문에 제가 그 문제를 피했습니다.

변호사: 지금도 그런 심경입니까.

박선호: 예, 그 문제를 가지고 제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변호사: 이번에 한 행동의 숨은 동기 중 혹시 그런 사정 때문에 내 자신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잖나 하는 생각은 없습니까. 이번에 부장님의 명령에 따르기는 했지만 그 행위에 가담하게 된 사정 속에는, 사람의 행동 속에는 무의식중에 그것을 결정하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런 사정들도 이번 행동에 가담하게 된 어떤 숨은 동기가 되느냐 이겁니다.

박선호: 제가 무슨 동기가 있었다기보다, 저는 하여간에 1년 내내 하루도 근무를 쉬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불시에 오시기 때문에 그랬는데, 저는 그때 동기라든가 이런 것보다는 존경하는 부장님의 지시면 무조건 한다는 것 외에는 없고, 만약 그때 다른 지시를 했어도 응했을 것입니다.

계속 ~~~~~

2018-11-09 09:55:04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deborah9 [ 2018-11-09 16:48:24 ] 

mon nan nom- th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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