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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회] 성적 최하위, 검도ㆍ사격ㆍ육상에 기량보여
작성자 coyotebush

박정희는 청소년기(15~20세)를 보낸 대구사범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민족적이거나 시대적인 아픔보다 가난과 자신의 한계 때문이다. 기숙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날 동안 고향으로 가서 장기간 결석을 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학과 성적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품행도 좋지 않았다.

품행을 의미하는 ‘조행(操行)’ 평가는 5년 간 ‘양, 양, 양, 가, 양’이었다. 2학년 담임은 그를 ‘음울하고 빈곤한 듯함’이라 적었다. 3학년 때는 ‘빈곤, 활발하지 않음, 다소 불성실’이라 되어 있고, 4학년 때는 ‘불활발, 불평 있고, 불성실’이라고 적혀 있다. 지조(志操)는 ‘견실(堅實)’, 습관은 ‘과언(寡言)’, 사상은 ‘온정(穩正)’, 학습 태도는 ‘보통’으로 평가되었다.

박정희는 학과 보다 검도ㆍ사격ㆍ나팔ㆍ육상 등에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교련 때에는 소대장으로 활약했다. 교련시간에 현역 군인 못지않은 시범을 보였다. 이 시기 체구는 정상을 찾아 5학년 때 키 159.2㎝, 몸무게 59.5㎏, 가슴둘레 88㎝ 갑(甲)판정을 받았다.

박정희 대구사범 동기생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동기생 석광수(전 국제신문 상무)의 증언

말이 없고 항상 성난 사람처럼 웃음을 모르고 사색하는 듯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동기생 중 누구와 친하게 지냈는지조차 알 수 없다. 5학년 때 검도를 시작하였으므로 크게 기술이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권투는 기숙사에서 그저 연습을 했을 정도이지 도장에는 나가지 않았다. 군악대에 들어가서 나팔수가 되었다. 축구도 잘했고 주로 자신의 심신 연마에 노력했다. 성적에는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으나 (머리는) 우수한 편이었고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동기생 조증출(문화방송 사장 역임)의 증언.

대체로 내성적인 편이었고 항상 무엇인가를 구상하고 있는 듯 하였으나 외표(外表)하지 않은 관계로 그의 진정한 위인됨을 파악한 학우가 희소하였다. 다른 학우들은 장차의 이상 및 포부에 대하여 종종 피력하였으나 그는 일절 침묵을 지켜 왔고 교우의 범위도 그다지 넓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검도에는 전교에서 손꼽히는 용자(勇者)로서 방과 후에는 죽검(竹劍)을 들고 연습을 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 학우들과 장난칠 때도 검도하는 흉내를 내어 머리를 치곤했다. 나팔의 제1인자로서 큰 버드나무 아래서 하급생들을 데리고 나팔 연습 하는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기계 체조도 잘했다. 4, 5학년 여름휴가 때는 대구80연대에 들어가서 군사 훈련을 받았는데 박정희는 교련에 매우 취미를 가진 것으로 기억난다. 시범 때 그가 자주 조교로 뽑혀 나왔다. 특히 총검술은 직업 군인을 능가할 정도로 우수하였다.

박정희는 내성적인 성격과 성적부진 그리고 가난으로 인한 가정사의 연장으로 대구사범 시절이 결코 즐거운 청춘이 못되었다.

“박정희의 대구사범 시절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군인 지향이 뚜렷해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정희가 이 시기에 ‘심리적 고아’가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적 고아란 박정희와 가족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박정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가족관계로부터 이탈하여 행동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2018-12-09 08:41:11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3   MidClass [ 2018-12-10 10:25:54 ] 

여기 열린마당에 올린 글중 coyotebush 님이 쓴글이 제일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것같읍니다. 박정희에 대해 일본에 붙었다 공산당에 붙었다하며 기회만 노리던 자로 운좋게 대통령이 된 자인줄만 알았는데 자세한건 몰랐었읍니다. 감사히 읽었읍니다

2   coyotebush [ 2018-12-09 08:42:38 ] 

<개발 독재자> 박정희 평전 / 김삼웅

1   coyotebush [ 2018-12-09 08:42:00 ] 

저자 김삼웅은 전 서울신문 주필이며, 제7대 독립기념관장, 성균관대학 겸임교수, 민주화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신흥무관학교 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현)를 맡고 있다.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의 평전을 집필해 왔다. 역사바로잡기와 민주화ㆍ통일운동에 관심이 많으며 이 분야 저서 30여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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