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당대 최고 사기꾼이 알 카포네를 찾아왔다. 자신을 빅토르 루스티히 백작이라고 소개하며 5만달러를 주면 두 배로 불려주겠다고 했다. 그의 품위 있는 태도에 끌린 카포네는 두 달 시한을 제시하며 현금을 건넸다. 그러나 루스티히는 두 달 뒤 그 돈을 그대로 들고 카포네를 찾았다. “사과드립니다. 돈을 불리려는 계획이 실패했습니다.” 카포네가 말했다. “처음부터 당신이 사기꾼일 줄 알았어. 10만달러를 받거나 한 푼도 못 받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돈을 돌려주다니.” 백작이 죄송하다며 돌아가려 하자 카포네는 “정직하다”며 5000달러를 주었다. 그건 당초 루스티히가 목표한 금액이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둘러싸인 카포네는 정직한 사람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심리전의 승리였다.
사기에 남다른 능력을 지닌 지미 사바티노는 19살 이후 삶을 대부분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러나 교도소도 그의 재능을 막지 못했다. 2014년 미국 마이애미 교도소에서 교도관을 꾀어 휴대전화 5대를 손에 쥐었다. 그것만으로 그는 지난해 초 114억원을 벌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백작·사바티노와 비교할 수 없는 평범한 사기꾼에게 털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한 김모씨에게 수억원을 갖다 바치고 김씨 자녀 둘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믿고 취업청탁까지 해서 취직을 시켰다. 다른 사기 대상자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을 그는 왜 못했을까? 전 대통령 부인이 남편 혼외자 때문에 거액을 빌려달라고 하는 건 확률이 매우 낮은 사건이다. 그런데도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성을 가동하지 않고, 덜컥 믿어버린 당시 그의 심리상태가 궁금하다.
사바티노는 다른 수감자와도 접촉할 수 없는 독방을 자청했다. 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사기 욕구를 차단하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사기 치기 쉬운 사회를 용인한 정부 때문에 자기 인생을 망쳤다고 믿었다. 그의 최후진술.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겠다. 정부는 이런 범죄가 가능토록 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김씨도 윤 전 시장을 미워할지 모른다. 광주시장까지 쉽게 넘어가니 사기를 그만둘 수 없었고, 결국 그로 인해 감방 신세를 져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