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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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른을 맨날 먹여줄 수는 없지 않겠나
작성자 zenilvana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앞마당에서 닭을 치며 산다. 병아리를 대여섯 마리를 사서 정성껏 키우며 알 낳기를 기다리다 5개월이 되면 알을 줏어담는 재미가 시작한다. 첫 달걀은 작게 낳다가 1년을 넘기면서 크기가 커진다만 그 몇개월 후에는 알은 굵지만 횟수가 대신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런 이유로 2년이 좀 지나서 부터 다음 세대로 교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초에 갓 깨인 병아리 7마리를 방안에서 2주 정도 기르다가 냄세 때문에 바깥으로 옮겨놓고 열전등까지 같이 쬐여주다가 한 두어달이 차면 그것마저 치워버린다. 병아리 때에는 어미 닭의 체온과 같은 heat lamp가 절대적이다. 이것을 잘못해서 전부를 죽인 적도 있었다.

3개월 반동안 큰 닭들과 분리시켜야 이들의 공격을 막을 수가 있어서 큰 닭장 안에다 또 다른 칸막이를 처놓고 먹이와 물을 별도로 공급하여 왔다. 닭을 치는 데에도 손가는 일이 많다. 사료 50 lbs짜리를 $20여불 들여서 한두달 먹이는 것 말고도 집에서 나오는 음식찌거기를 함께 주면 먹잇값이 훨씬 덜 하지만 그것을 장만해주는 수고가 만만치 않다. 그것도 일일이 잘게 썰어주어야 한다.

아다시피 달걀은 우리 식품에 필수적이지만 실상 아주 싸게 먹히는 영양가 있는 단백질 및 기타 영양제가 듬뿍 있다. 닭을 치는 경비를 생각하면 차라리 사서 먹는 것이 수월하지만, 늙으막에는 일부러 일꺼리를 만들어서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구차한 짓을 하고 있다.

문제는 큰 닭과 커가는 햇닭이랄까, 미국에서는 3-4월 짜리를 poulet 이라고 부르는, 이것들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같은 닭장에서 기거하도록 해야 한다. 계속해서 별도로 놔두면 마치 식물을 온실에서 키우다가 한 데로 나와서 외부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귀찮지만.

알낳는 둥우리(미국에선 nests)는 바깥에 있음으로 그동안에 물과 먹을 것 그리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던 철망으로 터주면서 두 세대가 함께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해서 몇일 전부터 철망을 열어놓고 늙은 닭들과 젊은 것들이 같이 섞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먹지 못하고 쫒겨다니는 것이 안스럽지만.

고민 중에 먹이를 바깥에 있는 두개에만 놔주고 저희들 것에는 주지 않음으로 해서 새끼들이 죽기 살기로 바깥에 나와야 주린 배를 채우도록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큰 놈들이 쫒아다니며 쪼아대는데 않됐다만 제 살길을 저들이 알아서 잘 적응해 가는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고 마는.

사람도 매 한가지다. 한국에 "부자는 3대가 가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어째서 오래 가지 않는가? 그 이유는 자식을 온실 속에 가둬놓고 세상풍파를 모르게 기르기 때문이리라. 예를 들면 대한항공의 가솔들이 그렇게 자라다 보니 모든 사람이 사람같지를 않아서 온갓 갑질을 하다가 세상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여기 돈자랑하는 녀석도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도대체 사람구실을 못하고 제 부모들이 오냐오냐 받아주다 보니 세상사의 모든 것이 "입만 벌리고 있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것은 본인의 노력이 없으면 절대로 거저 그리고 그냥 그 알량한 목구멍을 넘기지 못한다.

생투정 한다고 글이 갑자기 써지겠는가? 어렸을 적부터 좋은 학교를 돈으로 해결한 보결생들에게 머리에 제대로 된 지식이 들어갈 수가 없다. 들어가야 나올 것이 있지 않겠는가? 빈 깡통에서 나오는 오직 꽹가리의 깨진 소리가 전부이지비. 그래도 싸이버 공간에서 까지도 잘났다네. 문제는 그런 작자나 그가 불평하는 꼴을 즐기는 군상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아이구 맙소사!

禪涅槃

2018-12-10 11: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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