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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막넘어 미국 온 불법이민자 마리오
작성자 Jtkl7

사막 넘어 미국 온 불법이민자 마리오 (下)

미국과 맥시코 국경 지대에는 해마다 일백만명(1 million)에 달하는 중남미 이민 희망자들이 애리조나 사막 루트를 통하여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데 그중에 90%는 멕시코, 나머지 10% 는 엘살바돌,과테말라,온두라스, 그중에는 브라질 베네수엘라등의 남미출신자, 중동인 , 아세안, 아주 드물게 우리 동포들도 있다고 한다.

년 평균 200~250명이 사망하고 안내원으로 부터 버림 받거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국경순찰대원들로 부터 구출 당하는 숫자는 해마다 수천명 이상, 2018 년 올 여름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 단 두달 동안 코요테들로 부터 버림 받고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던 1400명의 불법 이민자를 구출 했다는 점을 상기 해 볼때 미국 입국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대단히 많을것으로 추측된다.

마리오 일행이 코요테 안내도 없이 낮기온 섭시 40도, 이밤 기온 10도의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사막에 도전할 용기를 얻게 해준 것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가르치는 방향이 모두 다른 엉터리 나침반 세개가 아니라 누군가 설치해 논 강철 덫에 한쪽 발이 물려 불구자가 된 마리오 친구의 삼촌, 전직 코요테가 기억을 더듬어 제작 해 준 한 장의 그림지도 덕분이었다.

꽤나 꼼꼼히 그려진 사막 길 따라서 표시된 ‘오아시스’(국경경비대와 인권 자선 단체들이 사막 곳곳 에다 놓아둔 물통 들로 보통 한 장소마다 한 갤런 들이 물 통을 몇개씩 놓아둔다.) 를 따라 간다면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 할것 같았다.

가을 초입이라 해도 여름날 못지 않은 뜨거운 낮.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 쬐는 태양열 아래서 행진을 했고 해 떨어지기 무섭게 암흑천지로 돌변하는 깜깜한 밤에는 노숙을 했는데 조금 춥더라도 뜨거운 대낮 보다 훨씬 편하게 갈수 있는 야간 행진이 금기가 된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칠흙 같이 어두운 밤 플래시 조명을 사용하는 순간 부터 국경 순찰 경비대, 그들 보다 더 무서운 동족들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사막을 활동 무대로 삼으며 동족 이민자들의 소지품을 강탈하고 생명 까지 위협하는 약탈자들), 그 두 부류 보다 더욱 겁나는 미국 민간 경비대 와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달이 뜨는 밤이라면 조명 없어도 걸을수는 있었다. 하지만 식별 반경이 짧아서 위험했다. 앞에 어떤 장애물, 누가 있는지 안전하게 살피면서 걸으려면 수 마일 안의 모든 물체들의 식별 이 가능한 낮의 행진만이 안전했다.

그려진 길 조차도 실제와 다른 판국에 물통 더미를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믿을수 없는 그림지도를 접고 태양 빛의 그림자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몇 날 며칠을 걷고 또 걷는 마리오 일행. 배낭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만큼 저들의 체력도 떨어져갔다.

사막의 밤은 서늘 했다. 지열이 남긴 따뜻한 바닥에 앉아 종일 걸어서 부어오른 발과 다리를 주물러 주고 진종일 흘린 땀으로 인해 소금기로 까칠 해진 얼굴과 몸을 역시 같은 소금기로 섬유질이 가신 티셔츠로 물 없는 목욕을 마치고 나면 피곤도 조금 풀리고 기분도 나아졌다.

눈 부시게 아름다운 별빛들. 수려 하면서도 몽환적인 사막 별들의 반짝임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물 걱정에 잠긴 그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어디인가 들려오는 코요테 무리가 내는 울음소리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 못 이루는 마리오 일행의 고난을 예고 하는 듯 했다.

사막에 발을 디딘 지 여드레가 되었다. 열흘도 안 됐는데 그들은 마치 몇달이나 헤메고 다닌 사람 들 모양 지쳐버렸다. 그 동안 얼마큼 이나 왔는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도 몰랐다. 마지막 모금으로 바닥이 드러난 물통을 버린 마리오 일행의 목적은 이제 미국 입국에서 생명의 구원자가 되어줄 국경 경비대의 헬기와 차량을 찾는 것으로 바뀌어졌다.

제발 경비대원도 좋고 강도를 만나도 좋으니 물 가진 인간만 나타나 다오..

자연과 현실은 냉정하고 무정했다. 그들이 갈등으로 고통받고 죽음의 공포에 떨어도 하늘과 땅의 모든것들은 변 함 없이 반복되고 움직였다. 그들 옆으로 기어가는 작은 뱀 한마리의 삶이 죽음의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한 자신들의 삶 보다 더 없이 안락하고 행복하게 보였다.

물 떨어진 후 부터 그들의 대화도 걸음도 멈추고 말았다. 작은 언덕이 만든 그늘에 앉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경비대의 구출을 기대하는 것만이 그들이 할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때 볼 일 보러 자리를 떠났던 후아레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물이 있다. 여기 물통이 있어! 플라스틱 물통 한개가 작은 돌 옆에 놓여있었다.
허겁지겁 달려간 후아레스가 물통을 잡아 들던 바로 그 순간.........어! 이게 뭐야 ! 안돼!

너무 허무하고 안타깝고 너무나 아깝게도 플라스틱 용기가 맥없이 부서지면서 담겨있던 물은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플라스틱 물통이 강한 햇볕에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 되었던지 잡아올리기가 무섭게 바스러질 만큼 삭아 있는 상태였다.

체내의 수분이 말라가는데도 허탈감에 빠진 그들 눈가에는 눈물이 베어 나왔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도 없이 그늘에서 벗어나 작은 언덕위에 올랐다. 그리고 기적처럼 광활한 사막 저편에 푸른 양탄자가 너울 너울 펼쳐진 가운데 햇빛에 반사 된 유리구슬 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집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곳은 생각 보다 더 멀리 있어 지칠대로 지친 마리오 일행이 마을 첫집 앞에 당도 했을 때는 날 저물기 시작 할 무렵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저녁, 느긋이 집마당 잔디에 물을 주던 집 주인은 세구의 움직이는 좀비들이 설설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기절 할 만큼 놀랐다. 그들이 나타난 방향은 사람의 왕래가 있을수 없는 남쪽이었기 때문이다.

잔디밭에 물을 뿜고 있는 호수를 보자 갈증에 눈물마저 마른 마리오 일행의 눈은 뒤집어 졌다.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린 백인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물 호수를 건네주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칼 덥수룩한 수염 뜨거운 햇볕에 검게 타버린 원시인 모습의 인간 셋이 잔디밭에 엎어져 호숫물을 받아 마시는 광경은 축생도의 아귀들 모습 만큼이나 무섭고 괴기스러웠다.



ㅡ에필로그ㅡ


내가 이 스토리의 주인공 마리오 곤살레스로 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지금으로 부터 일년 조금 지난 2017년 11월 말이었다. 이야기 중에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중에 삭아 내린 물통 이야기가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불신의 눈길을 보냈던지 풍채 좋은 마리오는 무서운 눈길로 나를 째려 봤다. 자기는 이야기 해달라고 하도 졸라대서 (내가 조른 것은 사실이다) 회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그때의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내는데 듣는 자세가 영 틀려 먹었다는 것. 듣는 사람의 모습이 딱 지어낸 이야기를 듣는 (사실 그랬다)사람 처럼 보인다며 오른 손아귀에 들려진 브랜디 잔이 떨릴 정도로 화를 냈다.

내가 마리오와 그의 형 후아레스를 어떻게 만나 알게되었는지,

그들의 미국 도착 한 후의 삶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금 그들의 형편은 어떠한지는 기회가 될 때 사막의 여정 못지 않게 파란 만장 했던 그들의 후일담을 올리는 것으로 생략 하면서 어쩌면 천만 하고도 이백만이 넘는다는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수많은 사연들과 엇비슷 할 수도 있을 마리오 일행의 스토리를 맺는다.

2018-12-15

2018-12-15 05:16:50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zenilvana [ 2018-12-15 09:18:21 ] 

고맙소. 매우 잘된 이야기로군. 글솜씨를 더 잘 가꾸다 보면 같은 소재로 소설로 등장할 것이 아닐까? 때가 때인만치 best seller가 않될 이유 없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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