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갈 것은 없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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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남기고 갈 것이 있다는 입장에서 한번 둘러보자. 재산은 남길 수 있는 첫째 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에, 특히 스위스 은행에 맡긴 돈은 안전하다고 하고, 큰 기업도 상속세만 많이 내면 아들딸이 물려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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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나 록펠러 같은 미국의 재벌들은 재단을 만들어 후세에 남기고, 그 재단이 큰일을 계속하는 것도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기술과 학문도 남길 수 있고, 좋은 예술 작품도 남길 수 있으며, 위대한 장군이 되어 외적을 물리쳐 그 이름이 오래토록 그 나라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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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부모가 불학무식하고 가난하여 아들딸을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했어도 혼자의 힘으로 어려움을 헤치고 일어나 걸출한 인물이 되어 역사에 남은 일들도 적지 않다. 부모는 보잘 것 없다 해도 아들딸이 훌륭하여 큰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들도 없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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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나 에디슨처럼 되고 뉴톤처럼 될 수는 없으며, 베토벤이나 궤테가 될 수도 없고, 그리고 넬슨이나 이순신이 될 수도 없다. 그리고 더욱이 어느 가난한 집의 아들이 링컨처럼 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능력도 타고나야 하지만 시대나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그런 인물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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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통 사람들은 따지고 볼 때 아무것도 남기도 갈 것이 없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고 허망한 꿈은 버리고 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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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