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것들이..."
원래 노망이란 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오긴 하지만, 이런 망발이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해 저는 잠시 김대중 대통령을 원망했습니다. 그때 형량대로 바로 사형에 처했어야 본보기를 보이는건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말 개인적으로 커다란 용서를 베풀고, 사회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 그랬던건데, 그 뜻을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도 그 분의 뜻에 거스르는 거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답은 사형밖에 없었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박지원 의원의 말이 뉴스가 되더군요.
"그럼 박근혜는 민주주의의 누나냐?"
아, 그랬군요. 박근혜는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겼을 때 국민의 힘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선례를 분명하게 남겼으니 그것도 민주주의에 대한 참교육이었고,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의 누나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었겠군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순자씨가 민주주의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지, 아니면 전두환이 '민주정의당'이라고 불리우는 정당의 아버지라는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이 오래 살고 있으면 우리가 이런 꼴도 본다는 거지요.
하긴 땡전 뉴스라는 것도 있긴 했네요. 그들 부부가 이렇게 희한한 노망 증세를 보이는 데 거름을 열심히 부어 줬던. 그리고 보면 그때 언론들도 다 미쳐 돌아갔었던 것이 틀림없지요. 그가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다는 말은 있었지만, 이순자씨도 그랬던 모양이지요.
이들은 망각되길 원하는 모양이고, 그래서 이런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모양이지요. 그렇지만 딱 닭이 모래톱 속으로 머리 들이민 꼴 같아서.
시애틀에서... 권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