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고 박근혜를 맹비난했던 홍준표가 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더니 갑자기 "박근혜 석방운동 전국민 저항운동을 벌이겠다" 고 선언했다. 황교안, 김진태로 모여 있는 태극기 부대 표를 조금 가져와 보자는 얄팍한 계산을 한 것 같다.

법률가 출신인 홍준표가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박근혜를 석방하자고 한 것도 모순일 뿐만 아니라, 그의 이중적 태도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저열하다. 친박을 무슨 벌레보듯 했던 사람이 표 좀 얻어보자고 그토록 마음이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선 때는 영남 표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홍준표에게 갔지만 당 대표 선거는 다르다.

홍준표야 막말의 대명사이니 차치하고, 이번에는 황교안으로 가보자.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며 승승장구했던 황교안이 요즘 사면초가 신세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비박 주자들이 일제히 황교안을 디스하고 나섰고, 심지어는 박근혜의 변호사인 유영하마저 TV조선에 출연해 박근혜가 황교안의 면회 신청을 거절했다고 폭로했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둔 매우 민감한 시기에 유영하가 왜 TV조선에 나와 그런 말을 했을까? 정치 평론가들은 박근혜가 시실상 황교안을 거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가 허리가 아파 책상과 의자가 필요하다는 간청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한 것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책상과 의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5월에 제공되었다.

그러나 본질은 책상이나 의자가 아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 황교안은 침묵했으며 졸지에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면서 은근히 차기를 도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황교안을 왜 친박들이 추천해 당 대표 선거에 나오게 했을까? 거기에 바로 살아남기 위한 친박들의 몸부림이 작용했다. 황교안을 회유해 입당하게 한 사람은 몇몇 친박 의원들인데, 황교안을 대타로 내세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했던 것이다.

온실 속 화초에 지나지 않은 황교안이 비록 친박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정식 검증이 되지 않아 험한 정치판을 버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TV토론 때 홍준표의 거친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지, 박근혜 석방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지, 각종 의혹을 해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 생각에 황교안은 토론 때 홍준표에게 처발려 기진맥진해질 것이다. 사슴으로 위장한 황교안이 들개 근성의 홍준표에게 당하는 꼴을 꼭 보고 싶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이 2월 27일에 베트남에서 열린다고 발표되자 한국당은 '정치공작' 운운하면서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억지를 쓰고 있고, 일부는 TV토론을 확대하지 않으면 전당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환교안과 김진태만 27일에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래 저래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노골화되고, 비박 주자들의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황교안은 쉽게 이기기 힘들 것이다. 거기에다 믿었던 박근혜마저 황교안을 비토하고 나섰으니 설상가상이다. 국정 농단에 책임을 져도 모자랄 황교안이 보수를 살리겠다고 나섰으니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죽했으면 네티즌들이 '황교활'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안이 한국당 당 대표가 되면 한국당은 비박 중심으로 정계개편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김무성을 중심으로하는 비박이 다시 유승민과 연합해 제3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바미당 호남파는 평화당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기 총선은 민주당, 한국당, 제3당 체제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제3당이 보수, 중도 표를 잠식하면 민주당이 160석 이상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을 걱정하나 전당 대회가 끝나면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친박, 비박 갈등이 본격화되어 다시 10%대로 추락할 게 자명하다. 대신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고, 남북 경제 교류가 시작되면 다시 50%대로 회복할 것이다. 관망하던 중도층이 대거 민주당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온갖 공격에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50%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수구들은 절대 평화 세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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