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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근혜 ♡ 최태민 스캔들
작성자 hermes

중앙정보부의 수사보고서는 최태민이 구국봉사단을 통해 저지른 부정행위를 상세히 제기했다. 횡령이 14건에 2억 2천만여 원, 변호사법 위반이 11건(9천4백만여 원과 토지 14만 1천여 평), 권력형 비리가 13건, 이권개입이 2건 등 모두 44건이었다.

1990년 8월 14일, 박근혜의 여동생 근령과 남동생 지만은 당시 대통령 노태우에게 긴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 편지에는 최태민이 구국봉사단을 악용해서 비리를 저지른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저희 언니와 저희를 최 씨의 손아귀에서 건져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8월 6일 자). 박근령은 편지에 이런 요지의 글을 썼다. 언니 박근혜는 최 목사에게 철저하게 속고 있으니 빨리 구출해 달라. 그는 순수한 우리 언니에게 교묘히 접근해 언니를 격리시키고 고립시킨다. 이번 기회에 언니가 구출되지 못하면 언니와 저희는 영원히 최 씨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장난에 희생되고 말 것이다.

“최 씨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언니인 박근혜의 청원(최태민 씨를 옹호하는 부탁 말씀)을 단호히 거절해주시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묘안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셔야만 최 씨도 다스릴 수 있다고 사료되며 우리 언니도 최 씨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박근령은 ‘각하 내외분께서 언니인 박근혜를 만나 주신다면, 이 점을 최 씨가 교묘히 이용해 우리 언니를 자기의 손아귀에 넣고 그 막강한 힘을 오히려 저희 유족 탄압에 역이용할 것’이라면서 ‘언니의 말 한마디면 최 씨는 어떤 위기도 모면할 수 있고 또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구출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라고 적었다.

박근령이 그 편지에서 제시한 최태민의 비위와 전횡은 중앙정보부 수사보고서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그는 금전 편취, 유가족에 대한 인격 모독, 부모님에 대한 명예훼손 등 모두 18개 항목으로 최태민의 ‘부정한 행태’를 고발했다. 최태민은 유족이 핵심이 된 육영사업, 장학재단, 문화재단 등 추모사업체에 깊이 관여하면서 회계장부를 교묘하게 조작해서 많은 재산을 착취했다는 것이다.

박근령과 박지만이 공동명의로 노태우에게 보낸 그 편지를 입수해서 단독으로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최태민의 막내딸 순실과 여섯 번째 딸은 강남에 수백억 원대의 빌딩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최순실의 남편은 국회의원 박근혜의 입법보조원을 지내기도 했다.

박지만은 1990년 12월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큰누나(박근혜)와 최 씨의 관계를 그냥 남겨두는 것은 큰누나를 욕먹게 하고 부모님께도 누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 떼어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령과 박지만이 노태우에게 편지를 보내던 무렵, 박근령은 육영재단 고문을 맡고 있던 최태민이 이사장 박근혜를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주장하면서 언니와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박근혜는 1990년 11월 ‘건강이 악화돼 심신이 피곤하다.’라면서 이사장직을 박근령에게 넘겼다.

2007년 7월 19일에 열린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박근혜는 최태민에 관한 패널의 질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부정한 관계’를 부인했다. 문답 내용 가운데 중요한 대목은 아래와 같다.

-최 목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 박 후보는 ‘천벌을 받을 짓’이라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최 목사와 나를 연결해 주변 사람이 나쁘니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식으로 공격해왔다. 나중에는 ‘애가 있다.’라는 등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얘기까지 나왔다. 아무리 네거티브를 해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정말 천벌 받을 일 아닌가. 애가 있다면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DNA 검사도 해주겠다. 멀쩡한 애를 데리고 와서 맞느니 아니니 하면 그 아이나 어머니는 어떻게 되나. 천륜을 끊는 일인데······.

-박 후보가 육영재단 이사장을 퇴임한 이유와 관련해서 최 목사와 딸 최순실이 박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전횡을 일삼아 직원들이 반발한 게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어머니 기념사업을 육영재단에서 같이 했고, 당시 최 목사가 기념사업 일을 도왔다. 오해가 있어서 ‘최태민 물러가라.’라는 식으로 데모가 있었지만, 최 목사나 딸이 결코 육영재단 일에 관여한 적이 없다.

-최 목사 문제로 이사장을 그만두고 동생 근령 씨가 이사장에 취임하지 않았나.

>소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생에게 물려준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최 목사가 육영재단 고문의 직함을 갖고 이사장인 박 후보에게 결재를 받기 전에 먼저 결재를 받을 정도로 재단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무능하다거나 일을 잘 못한다고 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최 목사가 고문직을 직접 한 것이 없고, 최 목사가 연로해 고문으로 예우해서 부른 것뿐이다.

-최 목사의 자녀들이 강남에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데 육영재단과 관련해 취득한 재산이 아닌가.

>천부당만부당하다. 말이 안 된다. 육영재단은 개인사업체가 아니라 공익재단이다. 매년 감사를 받고 감독청의 감사도 받는다. 단 한 푼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최태민과의 관계에 관한 이런 주장들은 김재규가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항소이유서와 항소이유보충서, 중앙정보부 수사보고서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김재규가 부장으로 있던 중앙정보부의 수사관들이 당시 대통령 딸로서 퍼스트레이디이던 박근혜를 음해하는 허위사실들을 보고서에 기록했다고 믿어야 할까?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또 여동생인 박근령이 노태우에게 보낸 편지에 상세하게 기록한 최태민의 ‘전횡’과 비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2019-04-06 14: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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