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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7회] 6ㆍ8부정선거 통해 장기집권 노려
작성자 coyotebush

재집권에 성공한 박정희는 같은 해 6월 8일로 다가온 제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전력투구했다.

박정희는 재선된 여세를 몰아 집권당의 입장에서 행정조직의 측면지원을 받은 데다 풍부한 자금을 동원해 유리한 조건 아래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에 전국적인 규모의 새마을 조직, 각종 관변단체, 행정공무원과 교사, 군인들까지 선거에 동원되었다. 신민당은 자금난과 조직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5월 15일 후보등록이 마감되자 전국 131개 선거구와 전국구에 출마한 입후보자는 모두 821명으로 평균 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공공연한 관권의 개입과 금품수수, 각종 선심공세와 향응 제공, 유령유권자의 조작과 대리투표, 폭력행위 등 온갖 부정과 타락이 공화당 측에 의해 자행되어 선거분위기가 극도로 흐려졌다.

공화당은 득표를 위해 들놀이, 친목회, 동창회, 화수회, 부인계 등을 노골화시키고 타월, 비누, 수저, 돈봉투를 돌리는 등 3ㆍ15부정선거를 뺨치는 광범위한 부패선거를 거침없이 자행했다.

여야당은 각각 ‘안전세력 확보’와 ‘공화당 독재견제’를 선거구호로 내세웠으나, 선거전은 정책이나 선거구호는 이미 관심권 밖이고 선심공세와 각종 탈법ㆍ폭력행위가 공공연하게 난무하는 타락상을 보였다.

6ㆍ8총선이 이렇게 타락선거로 시종하게 된 것은 박정희가 1971년 이후를 내다보고 원내에서 개헌선을 확보하려는 속셈이 있었고, 야당은 결코 개헌선을 허용할 수 없다는 데서 과열경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이때 이미 장기집권을 구상하면서 재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7대 국회에서 개헌을 감행해서라도 계속 집권할 생각으로 6ㆍ8총선을 전면적인 부정으로 무리하게 끌고 간 것이다.

6ㆍ8선거는 5ㆍ3선거 때보다 한 달여 만에 유권자 수가 무려 78만여 명이 증가하는 등 유령유권자 조작과 온갖 부정 속에서 공화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공화당은 당초에 목표한 대로 개헌선(117명)을 훨씬 넘는 130석(전국구 27명, 지역구 103명)을 차지했으며, 신민당은 44석(전국구 17명, 지역구 27명), 그밖에 대중당이 1석(서민호)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군소정당은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장준하ㆍ서민호 후보가 옥중 당선되었으며 관심의 대상이었던 목포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박정희는 목포출신 김대중의 성장을 주목하면서 그의 당선을 막고자 했다. 직접 목포에 내려가 국무회의를 열고 각종 선심공약을 제시했지만 김대중은 당선되었다.

신민당은 6ㆍ8선거를 사상 유례없는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부정선거백서>를 만드는 한편, 전면 재선거를 요구하며 6개월간 등원을 거부했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이 1967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박정희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술을 질펀하게 마신 후 대좌했다.

“이봐, 형욱이!”

그러는 중에 자못 엄숙한 박정희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네 말씀하십시오”

“나…… 정권 못 내놔. 절대로!”

“넷?”

“나 절대로 정권 못 내놓겠단 말이야. 임자, 알아서 해!”

“아……네에. 전 무슨 말씀이시라고, 하하.”

나는 정신이 아찔해져서 그저 술핑계를 대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거 봐. 우리 통일해야 해. 경제건설 해야 돼. 자주 국방도 해야 돼. 나 아니면 할 작자가 없단 말이야. 엉.”

박정희는 길게 경제건설, 자주국방, 통일 그 세가지 항목을 반복하면서 중언부언하였다. 나는 꽁꽁 얼어버렸다. 술 취한 김에 실수를 했다간 큰 일이 날 수도 있다고 다짐하면서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로부터 그의 진심을 들은 것이 솔직히 말해 무서웠다. 사실 말이지 남의 비밀스런 진심을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더욱이 그것이 박정희의 진심인 바에야.

6ㆍ8부정선거는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한 출발점이었다.

2019-04-15 08: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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