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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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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1회] 권력내부에서 총통제개헌론 제기
작성자 coyotebush

박정희는 국민복지회 관련자들은 ‘가만 두지’ 않았다. 김용태 등 현역의원들을 당에서 쫓아냈다. 김종필이 청와대로 호출되었다. 그는 이 사건을 “김형욱의 장난”이라고 말했다. 김종필의 증언.

이튿날 박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제가 알아봤더니 픽션입니다”라고 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은 수긍하지 않았다.

“아니야, 그걸 임자가 모르는 거야. 전국적으로 조직을 해 가지고 1971년 선거에서 날 제쳐놓고 임자가 뭘 한다며?”라고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시간을 좀 뒀다가 대답했다.

“제가 만일 그럴 생각이었다면 각하께 먼저 얘기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전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각하를 뒤에서 도와드리기로 했고 그렇게 일을 꾸미고 기구(중앙정보부, 민주공화당)도 만들어 투신해 왔습니다. 거기서 한 발짝도 열외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김 아무개(형욱)한테 잘못된 보고를 듣고 각하께서 심통(心通)하시게 됐다면 그것은 제 부덕의 탓이니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변심 안 했습니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

박정희는 김종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복지회 관련자들을 가혹하게 처리했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김용태 등은 고문 끝에 조작된 혐의를 시인했고, 5월 25일 공화당에서 제명당했다. 김종필은 5월 30일 당의장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당내의 3선개헌 반대세력을 축출한 공화당의 김성곤 등 비주류 4인방은 주류가 되어 권력놀음에 빠져들었다. 김성곤은 얼마 후 또 다른 사건으로 정보부에 끌려가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까지 뽑히는 수모를 당하고 정계를 떠났다. 김형욱의 기록.

이제 어차피 내가 중앙정보부장을 떠날 때가 다가온다. 박정희의 수법이란 빤하다. 써먹을 만큼 써먹고 미련 없이 차버릴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 물러나야 할 것인가?

내가 심각한 갈등에 빠져있을 동안 김종필을 쫓아낸 공화당의 비주류 4인조는 이제 한 술 더 떠서 개헌공작을 추진하고 나왔다.

“여보, 김부장. 사실 박대통령 아니고 누가 이 나라를 영도해 갈 수 있습니까? 차제에 개헌하는 마당에 아예 종신집권제로 바꿔버립시다. 어차피 욕먹긴 마찬가지 아니요?”

김성곤은 심지어 이렇게 나왔다.

“뭐라고, 총통을 만들잔 말씀이십니까?”

“그야 뭐 꼭 총동이라고 부칠 건 또 어디 있겠오. 한국사람들은 그 단어를 싫어합니다. 곧 장개석이나 스페인의 프랑코를 연상하니까요. 이름은 그냥 대통령으로 하되, 내용만 그리 만들면 되지 않겠오?”

“허허허! 그래 김성곤 의원께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식으로 위에 박 대통령만 올려놓고 한바탕 국정을 주물러 보겠다는 말씀이구료.”

“에이. 여보슈. 농담도.”

이때부터 정계 일각에서는 박정희가 총통제 개헌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돌고, 1971년 대선과정에서 신민당 후보 김대중이 이를 ‘폭로’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2019-04-19 1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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