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Los Angeles
열린 마당
제목 잔악한 고문
작성자 hutto

그날 밤, 아무런 간판도 장식도 없는 삭막한 건물.

군 정보기관 소속의 한 소령이 연행돼온 남자에게 협조해줄 것을 나름대로 정중하게 당부한다.

“옷을 다 벗으세요.”

그는 속내의만 남기고 겉옷을 모두 벗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4명의 점퍼 차림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속내의까지 홀랑 다 벗겼다. 점퍼들은 실오라기 하나도 남김없이 알몸이 된 남자의 팔과 다리를 교차하여 묶더니 그 사이에 큰 막대기를 끼워서는 두 개의 책상 사이에 걸어 놓았다. 이른바 ‘통닭구이’ 고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고등경찰이 한국인 독립운동가를 붙잡으면 조직을 캐기 위해 동원했다는 비인간적 고문수법 가운데 하나였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하수인들이 유신쿠데타 상황에서 야당 인사들에게 그대로 자행했다.

취조 4인조는 ‘통닭 남자’의 얼굴에 수건을 씌우고는 주전자로 물을 붓기 시작했다. 숨을 못 쉬고 거의 질식 상태인 그에게 또 사정 없는 각목 구타가 가해졌다. 고문에 못 이겨 그는 풀어주면 말하겠다고 했다. 점퍼들은 서너차례나 다짐을 받고는 그를 풀어 땅에 꿇어 앉혔다.

그때 갑자기 그의 입에서 “우드득, 딱” 하는 소리가 났다. 혀를 깨물었으나 의치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취조하던 점퍼들은 당황해하면서 그를 제지했다.

이 야만적인 고문장면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것일까?

흔히 우리는 일제강점기 고등경찰이나 헌병대가 항일독립운동 애국지사들에게 가하는 악행을 연상한다.

부끄럽게도 지금부터 불과 40년 전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정희 판 더러운 전쟁’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는 1972년 10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했다. 유신쿠데타였다. 그러자 중앙정보부·보안사·헌병대가 설치기 시작했다. 국가기관이 조직폭력배나 다름없는 불법 폭력을 구사했다. 그것은 가히 히틀러의 나치스 정권이나 일제 치하에서 자행되던 체제폭력이었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감사 중이던 국회를 해산하고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붙잡아다 악행을 가했다. 온갖 고문기술을 총동원해 비인간적으로 문초했다.

당시 신민당의 유일한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인 이세규가 당하는 장면이다. 그는 5·16쿠데타 후 군 장성 출신 중에서도 자기 집 한 채 없이 사는 청렴결백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신민당 후보의 안보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것이 죄(?)라면 죄였다. 군 장성 출신인 그가 군 내부 사정에 밝은 것은 당연했고 그것이 야당에 매우 긴요하고 드문 역할이었다. 군 내부에서 익명의 제보도 많았다. 박정희에게는 그것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

박정희는 자신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서인지 특별히 군 내부의 동향 파악에 신경을 썼다. 자신이 과거 남로당의 군 내 프락치였다가 그 조직을 밀고하고 살아남아서인지 내부 밀고자와 정보망을 특히 미워했다. 군 장성 출신으로 야당에 간 이세규 의원이야말로 그런 점에서 박정희와 그 주구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표적이었다.

“전쟁에서 적군의 포로가 돼도 장군에게는 이렇게 안 한다”

군 정보수사기관에서 인간 이하의 고문에 시달린 이세규는 혀를 깨물고 의치가 부러져 피투성이가 된 입을 겨우 벌려 이렇게 소리쳤다.

“전쟁에서 져서 적군의 포로로 잡혀도 장군에게는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장군으로서 최후의 것을 다 잃었다. 더 이상 살아봤자….”

“왜 이러십니까….”

이세규는 양쪽 팔을 잡는 자들에게 입속의 핏물을 내뱉으며 울부짖었다.

“너희 놈들은 군인도, 인간도 아니다!”

이세규는 5일간이나 더 그렇게 고문에 시달렸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세규의 군부 내 인맥과 제보자 명단이었고 10·17 유신쿠데타에 지지성명을 내 달라는 것. 이세규는 끝까지 고문과 회유에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그는 더 이상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평생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지팡이를 짚어야 했다.

그후 다카기 마사오(박정희)는 자기의 충견인 부하에게
대갈통에 총알을 맞아 뒈졌다!!

2019-05-02 15:47:10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5   dahshing [ 2019-05-03 08:26:58 ] 

내가 아는 팩트는 김재규의 총탄에 박정희의 머리를 날려 버려
시신 확인도 제대로 못했던것이라 주치의의 증언이다.

4   dahshing [ 2019-05-03 08:22:52 ] 

내가 궁금한 것은 부인이 평생 보관했다는 이세규 장군의 의치의 행방이다.

평생 명예로운 군인으로 대한민국을 지켰던 그가 독재의 야수 앞에 뱉어냈던 그 의치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군대가 길이 보관하고 기리고 받들어모셔야 할 보석같은 알갱이가 아니겠는가.

3   dahshing [ 2019-05-03 08:21:37 ] 

고문 도중 한때 혀를 깨물고 자결을 시도할 때 부러진 의치를 이씨의 부인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한다.

2   dahshing [ 2019-05-03 08:20:28 ] 

고문을 당하던 중 이세규는 자살을 결심하고 혀를 깨문다. 그러나 고문의 고통 중에 혀를 정확히 깨물지 못하고 대신 앙다문 서슬에 의치가 부러져 나간다.

1   dahshing [ 2019-05-03 08:19:34 ] 

이세규 의원은 군 정보요원들로부터 견딜 수 없는 고문을 당한다.
왕년의 남로당 군사 총책 박정희의 히스테리는 대단했다.
이세규가 군 내에서 반정부 인맥을 꾸려 자신의 발밑을 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을까,

로그인 해주세요!
전자신문
주간운세
시민권 취득 예상문제
운전면허 예상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