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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작성자 dakshang

내 기억으로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아니고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일 것 같다. 그러나 독후감 쓴다는 것이 또 다른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라 독후감 쓴 독자의 노고를 생각하여 그대로 카피 한 것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무엇보다 "마시자 한잔의 술' 좋아 하다 봄. 여름.가을. 겨울, 그렇게 흐름에 따라 사느라고 '애 들 칭얼 철 없슴'까지 챙겨 주지 못해 박 영감에게 겸면적은 쐬주하나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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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감상문, 독후감. 2014. 11. 3. 23:55

D20110159 최승일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표현으로 시작하는 날개는 소설 속에서 박제가 되어버린 한 남자를 보여주고 있다. 삼십삼 번지 마치 그 구조가 유곽과 같은 곳에서 열여덟 가구가 모여 사는 방들의 모임이 그가 사는 집이다. 아내를 너무나도 소중히 여긴 나머지 아내 이외의 다른 사람과는 인사를 하거나 놀지도 않는 그는 자신의 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해도 들지 않는 어두침침한 방, 그리고 아내가 나간 아내의 방에서 그는 그만의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가 일하는 시간에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그에게 은화를 주지만 그는 돈을 쓰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돈을 사용하지 조차 않는다. 어느 날 아내의 밤 외출을 틈타서 밖으로 나온 그는 평소와는 달리 자정 전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런 그의 행위가 거추장스러워진 그의 아내는 계속 수면제를 먹여 그를 재운다. 수면제가 아스피린인줄 알고 있던 그는 그것이 아달린인 것을 알게 되고 밖으로 나가 아달린 여섯 알의 아달린을 먹고 하루를 자게 된다. 아내에 대한 의혹에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생긴 그는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내의 매음 현장을 보게 된다. 정신없이 도망쳐 나온 그는 미스꼬시 옥상에서 정신을 차리게 되고 겨드랑이가 가려운 느낌을 받게 된다.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다고 느끼며 소설은 끝이 난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통하여 이상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이상 자신이 기녀와 살았던 2년의 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에 기반 하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1936년 일제의 식민 통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발표된 소설이라는 점과 ‘천재’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 상황 하에서 방황 할 수밖에 없는 지식인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내에게서 모이를 받으며 사육당하는 그의 모습은 ‘천재’임에도, 그리고 지식인임에도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보다 처참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그의 심리상태를 굉장히 잘 그려내어 읽는 저에게 불쾌감마저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설 내내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연구해 봤을 때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하였지만, 사실 처음 삼십삼 번지 자신의 방을 묘사할 때의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고 표현했으며, 자신의 아내의 행위와 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할 때에 그녀의 직업이 누가 생각해도 매춘부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암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아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소중히 생각한 나머지 이웃의 아무와도 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조차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십 삼번지가 유곽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 옹기종기 모인 방들의 이웃은 모두 매춘부일 것이고, 소설에서 표현하듯이 송이송이 꽃들이라는 점은 대체로 여자가 많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는 자신을 먹여 살리는 매춘부인 아내를 둔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시시덕거리며 주변의 이웃 매춘부들과 희희낙락거린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그의 아내에 대한 배신이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아내가 주는 밥을 ‘모이’라고 표현할 만큼 뼈저리게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그이지만, 매춘가의 조그마한, 볕도 들지 않는 방안을 감사하다고 여기고, 자신의 게으르고 방 속에서 뒹굴고 있는 상태를 가장 편리하고 안인한 절대적인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자기 위안의 극치이며, 또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도피하기 위하여 자신을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는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서 표현되듯이 그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고, 될 수만 있으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현재의 삶이란 죽음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데로 비약한다'라는 구절에서 아내의 화장품 병들을 가지고 노는 그의 어떠한 면이 정신적인 유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인간의 기억을 가장 자극 한다’는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하여 그 언젠가 있었던 그의 아내와의 밤을 기억하며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어떠한 냄새가 나는가를 추적하는 일은 확실히 육체적이기 보다는 정신적인 유희라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은 쾌감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쾌감이라는 단어에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는 쓰라린 쾌감을 표현했고, 쾌감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그의 육체적 유희나 정신적 유희도 그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객들이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는 점도 일종의 쾌감이라고 표현하였고, 그가 그러한 쾌감의 유무를 체험하기 위하여 외출하여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그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도 잠이라는 쾌감만을 추구하며 현실 도피하는 그의 모습도 쾌감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은 표현을 함에 있어서 딱 떨어지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는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여 표현하기 보다는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를 통하여 소설 전반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모이’, ‘벼락’, ‘아내의 행위의 목격’등이 그러하고, 아스피린인지 아달린인지 조차 모호합니다. 또한 결말이 자살로 끝나는 것인가 아니면 지식인으로 각성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예전에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자살로 끝이 나는 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두 가지의 결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09월 26일 작성. 독후감.

2019-05-07 06:29:29
►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1   dakshang [ 2019-05-07 06:35:38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파장 깊은 이상의 이 한 마디는 오늘날 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가짜는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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