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찍은 사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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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이트에 한 분이 인물 사진을 거꾸로 찍어 올린 게 있었다.
이 사진을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몇 자 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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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니 옛날 읽은 책들이 생각난다.
이 책은 고 법정 스님이 쓰신 책인데 책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고
표지엔 스님이 당신의 머리를 바지가랑이 밑으로 넣어 세상을 보는 사진을 넣고
이렇게 본 세상을 글로 옮긴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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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기억을 더듬어보면
세상을 정면에서만 보지 말고 측면, 뒷면 등에서 보는 눈을 가지면
세상사에 대한 그간 가지고 있던 편견이 다소 없어지고 사물이나 사건을
또는 사람은 그 상대의 입장에 서서 보게 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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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민을 와서 L.A.에도 한국 책 대여점이 있어서 매일 빌려다
일이 끝나면 이 책 읽는 걸로 하루를 보내곤 했었는데 읽다가 보니
한쪽 벽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어 서점 주인이 하루는
"아저씨는 보신 걸 또 보시려고 그러십니까?" 하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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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중에 수십 권이 되는 법정 스님 책은 모두 섭렵을 했었다.
그리고 아주 얼마 후 “무소유”가 나와 읽고 또 읽고 한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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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책 중에
아주 나의 뇌리에 그대로 박힌 게 있다.
산사의 한 빈방, 달랑 방석 하나만 있는데
그 위에 앉아 있는 법정 스님의 사진이 표지에 나온
"텅 빈 충만"이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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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곳에서 충만감을 느끼는 것...
어렵지만 이 책의 알맹이가 오늘의 나의 일상을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에겐 감명 깊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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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재미에 들다보면
어떤 책들은 글에서 인쇄를 하면서 쓰인 잉크 냄새가 나고
어쩐지 스님들의 수필을 읽으면 어디선가 풀 내음을 느끼는 착각도 했었다.
좋은 글이란 진솔한 글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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