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박정희 묘소 ‘쇠말뚝’ 1600개의 진실
배수강 기자 입력 2019-06-17 17:05수정 2019-06-18 09:45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배수강 기자]
풍수지리학·민속학에서는 조상 묘소에 쇠말뚝을 박으면 자손에게 해가 미친다고 풀이한다. 사람의 혈관처럼 땅에도 기(氣)가 흐르는 지혈(地穴)이 있는데, 이곳에 쇠말뚝을 박으면 자손들에게 가야 할 좋은 기운이 끊긴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2010년 3월 24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쇠말뚝’은 땅에는 독극물”
“60여 가구가 사는 (전남 무안의) 마을 야산에서 경찰관들이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묘지에 박힌 쇠말뚝을 찾아냈다. 쇠말뚝을 처음 발견한 노모(48) 씨는 한 달 전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리는 등 꿈자리가 좋지 않아 선친 묘지를 찾았다가 쇠말뚝 수십 개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확인한 쇠말뚝은 350여 개…(중략)…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미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저지른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4월 충무공 이순신 묘를 훼손한 ‘무속인 양씨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충무공과 일가 무덤에 휘발유가 묻은 식칼과 쇠막대기가 꽂혀 있는 걸 발견한 경찰은 무속인 양씨를 붙잡았다. 양씨는 경기 여주시의 세종 영릉(英陵)과 효종 영릉(寧陵)에도 식칼 23개와 쇠말뚝 18개를 꽂았다고 자백했다. 양씨는 경찰에서 “충무공이 꿈에 나타난 뒤 머리가 아파 그 자손들의 기를 끊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최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이하 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서 ‘쇠말뚝’ 수십 개가 발견돼 세간의 관심과 우려를 불러왔다. 음택(陰宅)의 지기(地氣)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묏자리나 관에도 쇠못을 쓰지 않는데, 그것도 현충원이 관리하는 전직 국가원수 묘소에 수십 개의 ‘쇠말뚝’이 박혔다는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현 정국(政局)과 맞물려 ‘쇠말뚝 변괴’로 확산됐다. 김태일 박사(풍수지리학)는 ‘쇠말뚝’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